황진환 기자[앵커]
정부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인 69%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인데,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올린다면 이런 세부담을 더욱 크게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 국토교통부 출입하는 이준규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정부 발표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국토교통부는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에 적용하게 되는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면서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혀서 올해 현실화율을 정했는데요, 똑같은 수준의 비율을 2년 연속 적용하게 되는 겁니다. 2020년이면 부동산 가격이 한창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이자, 지난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현재 유지되고 있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기 직전이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시기인데요. 이에 따라서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69.0%,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로 적용됩니다.
[앵커]
이 정도 수준이면 말씀하신 당초 계획 대비로는 얼마나 낮아지게 되는 건가요?
[기자]
당초 계획에 의하면 내년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이 75.6%, 단독주택이 63.6%, 토지가 77.8%였습니다. 오늘 결정한 수치들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인데요. 공동주택은 6.6%포인트, 단독주택은 10.0%포인트, 토지는 12.3%포인트나 낮아지게 됐습니다. 오늘 발표자로 나선 국토부 김오진 제1차관은 작년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8.63% 하락했다면서, 이런 정부의 노력 덕에 올해 국민의 세부담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계속해서 세부담 완화를 강조하는 모양새인데요. 그 동안은 세부담이 얼마나 늘어났기에 이 부분을 거듭 언급하는 거죠?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기자]
주택분 재산세, 즉 집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내시는 재산세가 2019년에는 5조1천억원 수준이었는데요. 당시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전 정부의 현실화율 인상 기조로 인해서 이듬해인 2020년에 5조8천억원으로 1년만에 7천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이후에도 2021년에 6조3천억원, 지난해인 2022년에 6조7천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3년 사이에 31%나 늘어난 셈입니다. 특히 부자세로 불리죠.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줄임말로 종부세의 경우에는 2019년 1조원에 불과했는데, 2020년 1조5천억원으로 50% 증가하더니, 2021년에는 4조4천억원으로 순식간에 3배가 불어났습니다. 놀란 정부가 종부세제를 손보면서 부담을 낮췄지만 지난해에도 4조1천억원으로 여전히 4조원대 세수를 기록했습니다. 국토부는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결국은 세부담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현재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2년 연속 2020년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 김오진 제1차관 얘기 들어보시죠.
[국토교통부 김오진 제1차관]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에 부합하는 공시 제도의 운영을 위하여 현실화 계획이 과연 필요한지,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입니다.
[앵커]
근본적인 재검토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계획이 있는데 이를 다시 검토한다는 건 사실상 폐지하겠다, 이런 수순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 차관은 '정해진 방향은 없다.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세부담과 시장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서 원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치를 조금 수정하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지금과 같은 2020년 기준 적용 등으로도 충분할 텐데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2035년까지 현실화율을 90%로 높이겠다는 기존 계획의 방향이 세부담 완화와는 정반대이고, 또 전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유지를 할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존 계획을 백지화할 경우 국민 세부담이 커진 만큼 완화해야 한다는 기조는 이해가 되지만,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 간의 조세 형평성 등의 논란을 낳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