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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현실판 '라쇼몽' 민주당 돈봉투 사건…누가 주모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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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현실판 '라쇼몽' 민주당 돈봉투 사건…누가 주모자일까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라쇼몽 효과'라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사건을 두고 각자 입장에 따라 사실을 달리 해석하는 현상으로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대표작이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 서게 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사실은 딱 하나, 타케히로라는 이름의 사무라이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죽음을 놓고 네 명의 진술이 모두 엇갈려서 도무지 누가 범인인지 모르겠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국면에서 송영길 당시 후보 측에서 당선을 위해 일부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한 사건은 어딘가 '라쇼몽'을 떠올리게 합니다. 돈봉투를 여러 번에 걸쳐 살포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일치된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그 경위와 과정을 놓고는 주요 관계자들의 기억이 조금씩 엇갈리고 있거든요.

    이 공판은 13일까지 7회차에 들어섰는데요. 사건 주요 관계자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 상임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번주 법정B컷에서는 두 사람의 증인신문을 비교하면서 돈봉투 살포 내막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각자도생 宋사단이 한목소리로 지목한 '그 사람'은 누구


    민주당 돈봉투 사건은 강 전 감사 등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과 공모해 국회의원과 경선캠프 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에게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한 사건입니다. 범행의 시작은 2021년 4월 26일 일었던 일명 '기획회의'. 5월 2일 선거일까지 약 일주일이 남았고 승패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었습니다. 친명 송영길 후보와 친문 홍영표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한편 민평련(민주평화) 우원식 후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때였거든요.

    이날 기획회의에서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한 판세 분석이 나왔고, '홍영표 캠프에서 300만원씩 돌린다더라'는 말도 나왔다고 합니다. 돈봉투 살포의 동기가 되겠죠. 법정에서 서로를 힐난하기만 하던 이 전 사무부총장과 강 전 감사도 이날 기획회의가 돈봉투 살포의 시작이라는 점에 대해선 일치된 증언을 내놓습니다.

    기획회의의 주요 멤버는 윤관석·임종성·이성만·허종식·이용빈·김영호·민병덕 의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의원은 송 후보와 학연이나 근무연이 있고, 그가 대표직에 취임한 이후 주요 당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문제의 26일 회의 참석자를 두고는 주장이 다소 엇갈리지만 저 날부터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돈봉투 살포가 준비됐다는 사실만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 상임감사. 연합뉴스강래구 전 한국수자원 상임감사. 연합뉴스
    2023. 11. 13 강래구 증인신문 中
    검찰: 당대표 경선 당시 송영길 캠프(송캠)에서 국회의원에게 돈봉투를 주자고 최초로 말한 사람은 윤관석이 맞나요?

    강래구: 네 맞습니다.

    검찰: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송영길 지지세가 정체됐었다는데, 송 캠프 측에서는 수도권과 호남 표심 관리가 중요했죠?

    강래구: 네.

    검찰: 4.26 기획회의에서 수도권과 호남 의원을 중심으로 돈봉투를 뿌리자고, 참석 의원 간 의견이 모였나요?

    강래구: 회의 의제는 아니기에 의견을 모으는 건 아니었고요. 현 상황에 대해 얘기했습나다.

    검찰: 돈봉투 얘기가 기획회의에서 나왔을 때 의원들이 동조한 사실이 있나요?

    강래구: 동조라기보다는(멈칫). 그런 상황인 것으로 공유했습니다.

    검찰: 당시 어떤 의원에게 돈을 줄지에 대해서 윤관석에게 일임된 건 맞나요?

    강래구: 그런 상황에 대해서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있었던 건 아니고. 당연히 윤관석이 알아서 하는 형태라고 생각했습니다.  

    송 캠프 내에서 가장 선수가 높은 윤 의원이 '좌장'으로서 돈봉투를 뿌려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총괄도 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부총장도 비슷한 증언을 했고요. 두 사람의 증언을 살펴보면 26일 기획회의 뒤 27일 돈봉투가 소분됐고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국회의원 20명에게 뿌려진 것까지 큰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누구에게 봉투가 갔는지에 대해서는 증인들의 기억이 조금씩 다르고 불분명한 상태인데,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감사의 증언을 직접 비교해 보시겠습니다.

    2023. 10. 23 이정근 증인신문 中
    검찰: 윤관석은 증인에게 "모자란다"고 말했죠. 증인에게 받은 돈을 모두 의원들에게 나눠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돈을 줘야 할 의원들이 더 있어서 "모자라다"는 뜻 맞나요? 이용빈·김남국·윤재갑·김승남 등 송영길 지지 모임에 불참해서 미처 돈봉투를 교부하지 못한 의원들도 주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말했나요?

    이정근: 네.

    검찰: 이들한테 특별히 줘야 할 이유가 있나요? 호남쪽 의원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었죠?

    이정근: 기획회의 때 "광주·호남쪽 지지세가 약해서, 그쪽을 좀 더 붐업시켜야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쪽 의원들과 좀 이렇게, 선거 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는 했습니다.

    검찰: 정리하면 28일(1차 돈봉투 살포 후) 증인과 윤관석이 통화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할 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8일 당일 빨리 추가 자금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정근: 네, 저한테 요구한 건 아니고 강래구에게 빨리 요구해서 해결해달라 그런 요구였습니다.

    검찰: 이에 증인은 박용수로부터 윤관석에게 전달할 10개를 추가로 건네받았나요?

    이정근: 네

    검찰: 그럼 박용수는 어떻게 윤관석이 돈을 더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증인에게 돈을 줬을까요?

    이정근: 1차 때와 같지 않았을까 싶어요. 윤관석, 박용수, 강래구 세 분이 의사결정을 하는 당사자들이었고 그 세분이 또 한 번 더 어제(4월28일)처럼 하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또 다시 저는 심부름꾼으로 기용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전 부총장은 자연스럽게(?) 강 전 감사를 의사결정 당사자로 쓱 밀어올렸습니다. 그러면서 2차 살포 당시 수수한 의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시인하고요. 강 전 감사 역시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해당 의원들에 대해 확인해 줍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다투지는 않은 겁니다.

    2023. 11. 13 강래구 증인신문 中
    검찰: 증인(강래구)은 검찰에서 윤관석이 의원들 몇명을 말했는데, 윤재갑·이용빈·박영순·이성만·허종식·임종성·김영호 7명을 얘기했는데 사실인가요?

    강래구: 조심스런 입장이기 때문에, 그 분들이 맞는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러지 않았을까 얘기한 겁니다.

    송 전 대표는 호남 출신이지만 왜인지 호남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대의원이 가장 많은 호남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지 못하면 승리가 어려운 건 자명한 사실이고요. 그래서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감사 두 사람 모두 호남 의원 몇몇을 더 포섭하려고 2차로 돈봉투를 뿌려야 했다고 하는 거고요.

    물론 실제로 의원들에게 돈봉투가 전달됐는지, 그리고 돈봉투를 받은 의원은 누구인지 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이 공판에서는 국회의원 총 11명의 이름이 거론됐는데 일부 의원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 돈봉투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돈봉투 만든 날부터 달라진 기억…"네가 총괄, 난 심부름꾼"

    법원 출석하는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법원 출석하는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
    모두가 조금씩 다르게 말하기 시작하는 건 4월 26일 그 이후부터입니다. 돈봉투를 만들고 나눠주는 과정에 대해선 서로 '내가 주도한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뺌을 하거든요.

    △윤관석 의원이 좌장으로서 얼마나 깨알같이 지시를 했는지 △강 전 감사와 이 전 부총장 중 누가 더 의원들과 실무자 간 '가교' 역할을 했는지 △박용수 전 보좌관은 송 전 대표를 대신해 실질적인 결정을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답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3. 11. 13 강래구 증인신문 中
    박용수 측 변호인: 증인, '모든 결정을 용수하고 한다' 취지의 표현을 했어요. 윤관석도 용수하고 하고, 조직본부도 용수하고 한다고 했는데, '모.결.용' 취지는 주요사항 결정에 있어 박용수가 직접 결정한다는 거예요? 주요 사항이 있으면 후보의 보좌관인 박용수한테 연락해서 박이 그걸 (송영길) 후보에게 보고한 다음 후보 지시를 받아서 통보하는 시스템이었던 거에요?

    강래구: 송영길 후보자가 (박용수에게 지시했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윤관석 측 변호인: 증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볼게요. 돈봉투에 얼마나 넣을지, 몇 명에게 전달할지, 누구에게 교부할지는 윤관석에게 권한이 있었다고 했는데 사실과 같아요?

    강래구: 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누구에게 준다기보다는 본인이 3선 의원이고 하니까, 알아서 결정하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윤관석 측 변호인: 윤관석은 박용수가 보관하는 자금 규모를 알아야 숫자 등을 기재할 건데 얼마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나요?

    강래구: 그건 정확하게 알 수 있는지 아닌지 제 입장에선 모르겠는데, 녹취상 보면 김영권(사업가)이 5000만원 정도 준 거로 서로 파악하고 있었던 거로 보여집니다.

    윤관석 측 변호인: 봉투에 얼마 넣을 거냐, 몇 명 줄 거냐에 대해선

    강래구: 그건 상의 안 했습니다.

    윤관석 측 변호인: 돈 규모를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강래구: 규모를 아는 사람은, 돈 관리하는 사람만 알아서 (저는) 섣불리 얘기 못합니다.

    윤 의원이 최초로 돈봉투 살포 아이디어를 내고 포괄적인 결정을 했더라도, 구체적인 금액이나 수수 대상까지는 관여하지 않았다면 죄는 조금은 가벼워질 겁니다.

    한편 박 전 보좌관 입장에서는, 돈봉투를 소분해 '중간책'이었던 이 전 부총장이나 강 전 감사한테 전달했더라도 이 모든 게 송 전 대표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라면 결정적인 감형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윤 의원 측에선 실질적인 돈 관리는 안했다는 식의 증언을 끌어내려고 한 거고, 반대로 박 전 보좌관 측에선 '송영길의 대타'였을 뿐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끌어낸 겁니다.

    서로 책임을 덜려는 모습은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감사 사이 더욱 극적으로 펼쳐졌습니다. 두 사람은 의원들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쉽게 말해 실무를 봤던 보좌진들보다는 윗사람 역할을 했었습니다. 각자 지역구에서 출마를 하기도 했던 지역위원장이기도 했고요. 당시 송 캠프 조직을 총괄하는 건 '내가 아닌 쟤였다'는 식의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23. 10. 23 이정근 증인신문 中
    검찰: 해당 금원(1000만원)은 어떻게 처리했어요?

    이정근: 돈 온 것을 강래구한테 보고했고 강래구 지시에 의해서 어떻게 소분해라 그래서 소분했고, 소분해서 다시 강래구에게 전달했습니다.

    검찰: 박용수에게 말한다는 건 박용수를 통해 송영길 후보에게도 알린단 의미 맞나요?

    이정근: 이성만 의원의 경우에는 송 후보한테 직접 말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략)

    검찰: 증인은 강래구로부터 윤관석 의원이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자고 했다고 처음 들은 건가요?

    이정근: 처음 들었어요. 그래서 좀 놀랐습니다.

    검찰: 전엔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할 생각을 못한 건가요?

    이정근: 저요? 저는 당연히…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캠프 스텝들에게 준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처음 받은 지시입니다. 의원들에게까지 준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어요.

    검찰: 증인이 2021년 4월 27일 돈봉투를 받았을 때 10개로 소분돼 있었죠? 증인이 소분했어요?

    이정근: 아닙니다. 저는 그냥 돈을 받아서 단순 전달을 하는 심부름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은 돈을 뿌리자는 생각도 못했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은 박 전 보좌관이며, 자신은 단지 윤 의원과 박 전 보좌관 사이에 있었던 심부름꾼이라는 뉘앙스를 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이에 강 전 감사가 자신은 박 전 보좌관과 사이가 껄끄러워서 이 전 부총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강 전 감사가 캠프 내 갈등 조정 역할도 했다'는 취지로 말하고 결정적으로 "일일 보고서를 매일 작성해서 강래구에게 검토받았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2023. 10. 23 이정근 증인신문 中
    강래구 측 변호인: 강신성이 공식적으로는 조직총괄 본부장입니다. 강신성, 박용수가 캠프에 있는데 강래구가 실질적으로 총괄하면 셋 사이 충돌이나 마찰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이정근: 아닙니다. 오히려 내부적으로 저와 박용수, 강신성과 박용수 사이 갈등이나 충돌이 있었을 때 강래구가 오히려 조정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강씨 측 변호인: 녹취록을 들어보면 선거운동 조직을 증인께서 주도하고, 강래구가 증인에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증인이 강래구에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정근: 변호사님은 그렇게 보이나봐요. 강래구가 저를 캠프에 상근하게 했고, 저한테 조직본부는 낯선 분야여서 강래구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고 진행했어요.

    윤관석 측 변호인: (증인 말에 따르면) 박용수, 강래구, 윤관석 등 총괄이 여러 명인데 그러면 관계가 어떻게 돼요?

    이정근: 국회의원 모임을 이끌고 있는 윤관석이 송영길 당대표 당선을 위한  총괄을 했던 것이고요. 의원들이 활동하도록 (홍보용) 카드뉴스를 만들거나 각개 분야 관리를 박용수가 했고요. 그중 한 분야가 조직본부인데, 원래 조택상이 했던 것을 못하게 되면서 상근직을 저에게 시킨 게 강래구입니다. 조직본부 총괄은 강래구였습니다.


    반면 강 전 감사는 시종일관 자신은 박 전 보좌관과 2018년 당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사이가 껄끄러워졌다고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이때도 출마했다가 이해찬 당시 후보가 등판하면서 낙선했는데, 박 전 보좌관이 패배의 원인을 강 전 감사에게 돌리면서 둘 사이가 서먹해졌다는 겁니다.

    2023. 11. 13 강래구 증인신문 中
    검찰: 증인(강래구)이 이정근에게 전화하기 전에, 윤관석, 박용수와 돈 봉투 전달과 관련해 얘기한 적 있어요?

    강래구: 윤관석하고 얘기한 것 같고요. 제가 사실 박용수씨하고는 선거 끝나고 통화한 적이 없을 정도로 소원합니다. 사이가 거북스러운 게 있는데, 3월 초쯤 박용수가 '캠프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게 직접 요청했습니다.

    검찰: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윤관석이 박용수에게 직접 내가 돈을 뿌릴테니 나한테 직접 줘라 라고 얘기하는 게 어색해했다고 (얘기했다).

    강래구: 윤 의원이 박용수에게 직접 얘기하는 게 어색하기 때문에 저랑 이정근이 낀 거라고 말씀 드린 것 아닌가요? 근데 저도 박용수하고 어색한 사이라서 중간에 이정근이 있었던 거고요. 윤 의원은 박용수랑 얘기하기 어려워해서 저를 끼고, 저는 박용수가 어려워서 이정근을 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진 의원이 선배 의원의 보좌관에게 '돈봉투를 뿌리라'며 시시콜콜한 지시를 내리는 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보좌관이 아니니까요. 그런데다 윤 의원은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더더욱 이런 류의 지시를 어려워했다는 것에 대해선 강 전 감사와 이 전 부총장의 증언이 비슷합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가교 역할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라고 주장하는 거고요.

    민주당에서 오래 몸담았던 당직자들이나 보좌진들은 이 전 부총장에 대해 '역대급 민폐'라고 하면서도, 아무래도 당에 뿌리가 더 깊은 쪽은 강 전 감사라고들 합니다. 강 전 감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박영선 전 장관의 선거를 도우면서 당내에서 '조직하는 사람'으로 나름대로의 입지가 있었던 반면, 이 전 부총장은 '송영길 사람'으로만 인식된 게 대체적인 평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당내 위치를 떠나 앞으로 공판에서 윤 의원과 박 전 보좌관에 대한 신문, 다른 실무자들에 대한 신문에 따라 둘 중 누가 돈봉투 살포를 주도했는지가 드러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서로 '심부름꾼'을 자처하지만 증인신문을 보면 그들끼리 주도권 싸움을 했던 것 같거든요.

    '라쇼몽' 속 결말처럼 아주 결정적인 부분은 아직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사무라이가 죽었다'는 것 말고는 누구도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처럼, 지금 이 사건에서는 '돈봉투가 전달됐다'는 것 말고는 100% 흔들리지 않는 사실은 없어 보입니다. 누가 돈을 끌어왔고 소분했고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앞으로 남은 공판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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