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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단순 마약상인가, 수사 조력자인가…마약사범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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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단순 마약상인가, 수사 조력자인가…마약사범에게 무슨 일이?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필로폰을 운반하다 붙잡힌 50대 남성이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마약류관리법을 다수 위반한 상습 마약사범입니다.

    그는 이번 법정에서 너무나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마약 수사를 돕는 과정에서 자신이 붙잡혔다는 겁니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피고인과 경찰의 엇갈리는 주장이 펼쳐진 그날의 법정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는 단순 마약상일까요? 아니면 수사 조력자였을까요?

    "문제 삼지 않기로 했잖아요" vs "모르는 일입니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 4월 24일 밤 10시쯤 서울 노원구의 한 도로에서 필로폰 1kg을 전달받은 혐의로 붙잡힙니다. A씨는 과거에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도 했던 마약사범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마약을 전달받고 옮기는 것이 경찰에 적발돼 법정에 다시 서게 된 겁니다.

    그는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수원중부경찰서의 마약 수사를 돕다가 서울경찰청 경찰들에게 붙잡혔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일방적 주장이지만 자신은 마약 수사 조력자였다는 것이 A씨의 주장, 그의 말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마약상 B씨는 4월 1일 필로폰 1kg을 구매합니다. 자신에게 마약을 건넨 이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B씨는 불안에 떱니다. 이때 평소 B씨를 알고 지내던 또 다른 마약상 C씨는 자수를 권합니다. B씨는 이를 수용했고 C씨는 4월 20일 평소 알고 지내던 수원중부서 D경찰에게 '아는 동생이 자수하려 한다'며 자수 의사를 전달합니다. 마약 반납 의사도 함께였죠.

    문제는 B씨가 자수 의사는 밝혔지만 필로폰 1kg은 이미 수중에 없었다는 것이죠. 경찰 입장에서 마약 압수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B씨는 경찰에 반납할 필로폰을 다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수원중부서는 자수 의사를 밝힌 B씨가 자수하러 오지 않자 4월 24일 그를 체포합니다. 체포된 B씨는 아직 반납할 마약을 받지 못한 상태였죠.


    여기서 A씨가 등장합니다. A씨는 C씨의 설득 끝에 B씨를 대신해 필로폰 1kg을 받아 B씨의 주거지로 가져다 놓습니다. 경찰이 압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결국 자신이 유통하거나 투약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경찰을 위해 마약을 옮겼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경찰도 이러한 사정을 다 알았다고도 말하죠. 물론 어디까지나 이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A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이 CCTV에 누가 찍히든 문제삼지 않겠다고 하더라"라는 말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억울하다는 A씨 측은 재판에 해당 수원중부서 D경찰을 증인으로 불러냅니다.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측 "2023년 4월 24일에 B씨를 체포했죠. 그런데 체포 직후에 필로폰을 압수하지 않고 다음날인 25일 점심에 B씨의 주거지로 가서 필로폰 1kg을 압수했죠?"

    D경찰 "네. 임의제출 받았습니다"

    A씨 측 "특별히 체포 당일이 아닌 체포 다음날에 B씨 주거지를 방문한 경위는 무엇입니까?"

    D경찰 "그날 B씨 외에도 공범 1명을 체포했는데, 저항이 좀 있었습니다. 차량을 압수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B씨도 '자수하려고 했는데 왜 체포하느냐'라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주거지로 가서 필로폰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A씨 측 "B씨의 지인 중 누군가가 (25일에) 필로폰 1kg을 가져다 놓은 것을 알았죠?"

    D경찰 "몰랐습니다"


    A씨 측의 주장은 B씨의 주거지에 애초 반납할 필로폰 1kg은 없었고, 그래서 경찰도 체포 당일 압수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A씨가 대신 가져다 둔 것을 경찰도 다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경찰은 "모른다"라고 반박합니다.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측 "필로폰을 압수하러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증인의 휴대전화로 B씨와 C씨가 통화했죠? 스피커폰으로"

    D경찰 "마약팀장과 제가 필로폰을 수거하러 갔는데 제 기억으로는 팀장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A씨 측 "팀장 휴대전화를 썼고, 차 안에서 전화 통화 내용은 기억하나요? B씨가 말한 내용이 기억납니까?"

    D경찰 "제 기억으론 '그 자리에 둬라, 거기 둬라' 그런 식이었습니다"

    A씨 측 "혹시 이런 대화는 없었습니까? '이거 반장님 폰입니다. 녹음되고 있습니다. 저한테 CCTV에 누가 등장하든지, 집주인이 누구든지 책임소재를 묻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지금 제가 의정부 저희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 안 했습니까?"

    D경찰 "제 폰을 썼다고 합니까? 방금 변호사님 말씀은 제가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인가요?

    A씨 측 "네"

    D경찰 "수사기관에서 그렇게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재판부 "정리합니다. '
    CCTV에 누가 나오든, 집주인이 누구든 책임소재 안 묻겠습니다'라고 말한 적 없습니까?"

    D경찰 "네. B씨의 진술이지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경찰은 필로폰을 압수하러 가는 길에 팀장의 휴대전화를 빌려줘 B씨가 C씨와 통화하게 해준 사실은 있지만 B씨가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는지,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에 없다고 말합니다. 수사에 협조하면 봐준다는 식의 대화도 없었다는 것이죠.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A씨 측의 질문은 이어집니다. B씨가 4월 1일에 구입한 필로폰 1kg이 20여 일이 지난 4월 25일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 수사 경험상 상식에 맞는 것인지 묻습니다. 보통 마약은 확보 이후 즉각 구매자들에게 유통된다고 합니다. 적발 위험성도 있기에 마약상이 20일 넘게 갖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죠.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측 "경찰도 누군가가 B씨의 주거지에 필로폰 1kg을 가져다 둔 것을 확인한 뒤에 임의제출 받은 것 아닙니까?"

    D경찰 "B씨는 4월 1일에 매입한 필로폰을 갖고 있다가 제출하겠다고 진술했습니다"

    A씨 측 "필로폰을 압수하러 B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A씨와 C씨도 주거지 현장에 있었죠?"

    D경찰 "C씨 얼굴은 기억나고, A씨는 노랑 머리였나요? 아… 기억나요"

    A씨 측 "정황 상이라도 'B씨가 필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나요?"

    D경찰 "일반적으로 과거 마약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4월 1일에 매수한 필로폰을 그렇게 오랫동안 갖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B씨가 그렇게 진술하고 그것을 유통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죠"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이번엔 재판부가 경찰을 상대로 묻습니다. 경찰은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재판부 "노랑 머리였던 피고인 A씨와 C씨가 현장에 있었다고 했죠? 그 두 사람이 왜 그 장소에 와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D경찰 "우린 필로폰만 압수하면 되니까…"

    재판부 "가는 길에 B씨와 C씨가 통화했잖아요. 또 증인이 '그것을 거기 둬라'라는 통화 내용을 들었고, A씨와 C씨가 압수 현장 근처에 있었고요. 그것을 거기 두는 행위와 이들이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D경찰 "거기 있을까, 아니면 누가 보관하다가 가져다 뒀을까 고민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거기 두라는 것이 다른 곳에서 가져와서 두라는 것인지, 만지지 말고 거기 두라는 것인지"


    재판부 "CCTV에 보이는 사람이 누구든지 책임을 묻지 않겠다 이런 식의 말씀은 안 한 것이 맞습니까?"

    D경찰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가 그렇게 얘기할 수 없습니다"

    마약을 압수하러 가는 과정에 체포 피의자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냐는 질문에 D경찰은 "마약을 압수해 유통을 막아야 하는 마약 수사 특성 상 피의자들의 진술에 의존하게 되고, 이번에도 B씨를 달래주는 차원에서 전화를 시켜준 것일 뿐"이라고 답합니다.

    9일 재판에는 A씨와 함께 있었던 C씨가 증인석에 섰습니다. C씨는 B씨에게 자수를 권하고, 또 A씨로 하여금 압수될 마약을 갖고 오도록 한 인물이죠.

    2023.1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측 "2023년 4월에 B씨의 필로폰 매수 사실과 관련해서 수원중부서를 찾아서 경찰을 만났나요?"

    C씨 "네. 4월 20일입니다. 제가 '4월 26일에 B씨를 데리고 물건을 갖고 가서 자수하겠다'고 D경찰에게 정확히 밝혔습니다"

    A씨 측 "필로폰 1kg 반납을 도울 것이고 경찰이 문제삼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은 게 있습니까?"

    C씨 "정확하게 그런 답변을 들은 것은 아니고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요? 정확히 봐주겠다는 취지는 아니었습니다"

    A씨 측 "C씨는 4월 24일 저녁에 A씨를 만났죠? A씨가 물건(필로폰)을 받는 것이 맞는 행위인지 고민했죠?"

    C씨 "네. 지금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해서 논의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B씨가 물건을 반납하는 것이고, 반납장소도 경찰서여서 이런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C씨는 A씨가 이런 처지가 될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마약을 반납하는 일이었기에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것이죠. C씨는 압수 당일이었던 25일, 경찰 휴대전화로 B씨와 통화한 사실도 말합니다.

    2023.1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측 "4월 25일 11시 쯤 B씨가 경찰 전화기를 이용해서 증인과 통화했죠? A씨가 걱정할 것을 알고 B씨는 수사기관 전화로 전화해서 '이게 녹음되고 있고, CCTV에 누가 찍히든 집주인이 누구든 책임소재 묻지 않기로 했다'라고 했죠?

    C씨 "네. B씨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한 것도 기억이 납니다. 제 기억이 왜곡됐을 수 있지만 '스피커폰입니다. 형님, 그 물건이 거기 없으면 큰일 납니다. 다른 데로 옮겨갔으면 다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라고 얘기한 것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C씨의 진술에 석연찮은 부분도 이내 나타납니다. 경찰에게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들은 내용은 없다는 겁니다.

    2023.1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검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경찰에게 직접 들은 것이 있습니까?"

    C씨 "직접은 안 들었습니다" (중략)

    검찰 "4월 25일에 압수 현장에서 경찰관을 만난 사실이 있잖아요? 그때 D경찰이 뭐라고 했어요? C씨한테"

    C씨 "제 기억에는 '어? C씨, 여기 왜 있어?' 이렇게 얘기한 것 같습니다"

    검찰 "그렇죠? (중략) 물건 갖다 놓았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죠?"

    C씨 "네. 밝히고 싶지 않은 내용이죠" 


    재판부도 날카롭게 묻습니다.

    2023.1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재판부 "증인이 A씨한테 B씨 집에 필로폰을 가져다 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잖아요. A씨가 망설이니까 그렇게 말한 거 아니에요?"

    C씨 "네. 다른 사람한테 전달되면 문제가 되지만, 경찰관에게 주면 문제가 안되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재판부 "증인 판단입니까? B씨 변호인 판단입니까?"

    C씨 "제 생각이라고 할게요"

    재판부 "그걸 왜 증인이 판단합니까?"

    재판을 보고 있던 피고인 A씨도 답답했는지 직접 물어봅니다.

    2023.1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마약류관리법위반 A씨 공판 中
    A씨 "잘 생각 좀 해줘요. B씨가 잡힌 날 같아요. C씨가 제가 물건을 두고서 고민하니까 '형사들도 도와달라고 얘기했다'라고 틀림없이 저한테 얘기했는데 기억이 안 납니까?"

    C씨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중략) "재판장님, 저도 A씨와 똑같이 했을 겁니다. 동생을 위해서 또 수사기관에 반납한다는 것을 알아서 한 행위이지 팔아서 이득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한 목적이 아닙니다"

    재판부 "그건 저희가 판단합니다"

    마약 수사에 있어서 경찰은 마약물 압수에 사활을 건다고 합니다. 마약 유통을 막는 것도 막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마약 압수 실적은 승진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치죠.
     
    A씨는 그런 경찰의 마약물 확보·수사를 돕다 붙잡힌 사람일까요? 아니면 그저 단순한 마약상일까요? 서로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은 이번 달 23일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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