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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또 터진 은행원 횡령…우리銀 횡령 재판이 남긴 것



법조

    [법정B컷]또 터진 은행원 횡령…우리銀 횡령 재판이 남긴 것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부동산 PF 대출 횡령 사고 발생한 BNK경남은행. 연합뉴스부동산 PF 대출 횡령 사고 발생한 BNK경남은행. 연합뉴스
    은행원이 또 은행, 아니 고객들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 원의 돈을 횡령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경남은행 직원이 이번엔 1000억 원이 넘는 고객의 돈에 손을 댔습니다.

    재직 기간이 30년이 넘는 이 은행원은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순순히 털어놓고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입니다. 우리은행 직원도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순순히 말했었죠. 어떻게 보면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재판 도중 그가 숨겨놓은 돈이 100억 원이나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그것도 여기저기 제3의 인물들에게 뿌려 놓았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이제 막 출발한 '경남은행 횡령 사건'의 법정으로 가봅니다.

    1400억을 훔친 34년 차 은행원…"모든 혐의를 인정합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중년의 남성이 녹색 수의를 입고 들어섰습니다. 그는 첫 공판이었던 이날 재판 내내 눈을 감은 채, 고개는 땅으로 떨구고 있었죠. 눈을 뜬 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경남은행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1400억 원의 돈에 손을 댄 이모씨입니다.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경남은행 횡령 사건 공판中
    검사
    "피고인은 1990년 3월 경남은행에 입사한 후 2007년 12월부터 부동산금융팀 팀장, 2008년 12월부터 투자금융부 과장, 2009년 3월부터 종합금융부 차장, 2010년 12월부터투자금융부 차장, 2014년 8월부터 투자금융부 부부장, (중략) 2021년부터 투자금융2부 부장, 2023년 1월부터 투자금융기획부 부장 등 부동산 PF 대출계약 관리, PF 대출금의 인출 및 원리금 상환 등의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씨는 무려 34년 차 은행원, 그것도 대부분 부동산 투자, 부동산 자금 관리를 맡았던 인물이었죠. 그 옆에 또 한 사람이 섰습니다. 이씨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대형 증권사 직원 황모씨였습니다. 그 역시 이번 초대형 횡령 범죄의 공범으로 구속됐습니다.

    이씨와 황씨는 돈을 어떻게 훔쳤을까요?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경남은행 횡령 사건 공판中
    검사
    "피고인(이씨)은 2008년 7월 22일, 고객사 명의의 은행 계좌에 저축은행들이 실행한 대출금 합계 191억 원이 입금돼 보관하게 되자 이를 횡령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피고인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증권사 직원인 황씨에게 경남은행 고객의 자금을 증권에 투자하고자 하는데, 자신의 명의로 수령할 수 없으니 자금을 대신 송금받을 수 있는 계좌를 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황씨는 요청에 따라 자신의 처남 명의로 된 계좌를 제공했습니다"

    "피고인은 2008년 7월 24일, 경남은행 사무실에서 고객사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고객사 명의의 경남은행 계좌에서 황씨로부터 제공받은 계좌에 31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계속해 8월 18일 고객사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18억 99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렇게 PF 자금 50억 원을 횡령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은행을 믿고 맡긴 고객사들, 그리고 담당자였던 이씨는 고객사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아주 쉽게 돈을 빼갔습니다. 돈을 훔친 이유는 예상 가능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어처구니가 없는 '개인 주식 투자' 명목이었습니다. 그는 이외에도 출금전표를 위조해 고객들의 돈을 인출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범행을 지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이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친구 황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죠.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경남은행 횡령 사건 공판中
    재판부 "피고인 측 입장 듣겠습니다"

    이씨 측 변호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합니다"

    황씨 측 변호인 "황씨는 이씨와 공모해 경남은행 자금을 횡령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선물투자 자금의 성격, 출처를 전혀 모른 상태로 운용했습니다. 공모관계를 부인합니다. 또 이씨가 경남은행 자금을 횡령하는 것을 몰랐고, 이씨가 요구한 일방적인 업무를 처리해준 것입니다. 방조범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사문서 위조 범행도 부인합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는 이씨는 사실 앞서 구속 갈림길이었던 영장실질심사에도 포기했습니다. 구속을 앞두고도 자신의 혐의를 다투지 않은 것이죠.

    우리은행 직원도 혐의 인정했지만… 뒤늦게 드러난 숨겨놓은 돈


    먼저 벌어졌던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 원 횡령 공판에서도 해당 직원은 혐의를 인정하며 순순히 재판에 임했죠. 하지만 뒤늦게 93억 원을 더 횡령해, 은닉한 사실이 드러났죠. 이러한 범행은 검찰의 추가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대형 횡령 사건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이들이 훔친 돈을 얼마나 찾아내는지 여부입니다. 이들이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다고 해도 드러나지 않은 횡령이 있을 수 있고, 그 돈을 어딘가 또는 제3자에게 숨겼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죠. 우리은행 직원처럼요.


    경남은행 이씨도 횡령한 돈을 은닉했다가 이미 적발된 상태입니다. 훔친 돈을 금괴, 현금, 상품권 등으로 바꿔 여러 은신처에 숨겨 놓은 것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은신처 한 곳에선 1kg짜리 금괴가 100개 넘게 발견됐고 아내에게도 돈을 숨겼다는 것이 검찰 설명입니다.

    결국 이씨가 훔치고 제3자에게 건네진 돈에 대한 판단도 이뤄집니다. 일반적으로 횡령한 돈은 가족은 물론 친지, 지인 등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훔친 돈을 다른 사람 명의 재산으로 위장하는 것으로 은닉 방법 중 하나죠. 제3자는 1심 재판에서 참가 신청을 통해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게 되고, 법원은 이를 판단합니다.

    앞서 우리은행 직원 공판에서는 검찰과 법원의 실랑이가 벌어졌었죠. (관련기사 : [법정B컷]우리은행 700억 횡령 재판…검찰은 왜 법원을 때렸나) 

    당시 600억 원에 대한 재판의 막바지였던 변론 종결 기일에서 검찰은 90억 원 규모의 추가 횡령 범죄를 찾았다며 공소장 변경과 재판 연장을 요구합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 별도로 기소하라고 했지만,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계속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죠.

    경남은행 재판 역시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이들의 추가적 범행을 신속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행히 검찰은 첫 공판에서부터 조만간 이씨의 추가 범행에 대해 기소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 역시 그것을 고려해 공판 일정을 잡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2023.10.2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경남은행 횡령 사건 공판中
    재판부 "추가 기소될 수 있다고 하는데 검찰에서 추가 수사가 진행되는 건이 있습니까?"

    검사 "그렇습니다. 추가 횡령 범행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기소하겠습니다"

    재판부 "추가 사건 기소, 그에 따라 증거기록도 변호인이 검토해야 하니깐 추가 기소 진행 상황, 전체적 검토 상황을 봐서 진행하겠습니다. 대략 언제 기소할 예정인가요?"

    검사 "11월 정도… 12월 전엔 할 것 같습니다"

    재판부 "그러면 다음 재판 기일 잡을 때 12월 정도에 하겠습니다"

    은행 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을 불문하고 터지고 있는 그야말로 '횡령의 시대'입니다. 대규모 횡령 범죄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 그대로 '탈탈' 털어서 범죄수익을 모조리 환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 살다 오면 숨겨놓은 돈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파렴치범들의 범행 동기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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