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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헛공약이었나…반도체 마저 R&D 줄줄이 깎였다



경제정책

    尹대통령 헛공약이었나…반도체 마저 R&D 줄줄이 깎였다

    편집자 주

    반도체 산업은 소리없는 전쟁 중이다. '칩워'(Chip War)로 불리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일본,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반면, 한국의 반도체 지원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로에 서 있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정부 대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기로의 K칩스]

    반도체 포토마스크 보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반도체 포토마스크 보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구마모토 VS 용인…진격의 日반도체 투자 韓은 느릿느릿
    ②尹대통령 '반도체 초강대국' 헛공약이었나··R&D 줄줄이 깎였다
    (계속)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R&D 예산들도 줄줄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스스로 강조한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들의 예산이 대거 삭감돼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D 투자를 통한 '반도체 초강대국 건설'을 약속했던 이번 정부가 불과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예산을 줄여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 시스템반도체 IP 강조해놓고 예산 83% 삭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세운 주요 경제 공약 중 하나는 "반도체 초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노믹스'를 따로 내세우지 않은 윤 대통령이 그나마 경제 부분에서 방점을 찍은 공약이 바로 반도체 부문이었다. 당선 직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반도체·AI·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를 넣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7월, 후보 시절 워딩 그대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관련 예산은 무참히 깎여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 3%에서 2030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지원책을 세웠다. 메모리반도체 편중을 해소하고,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좀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IP(설계자산, 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IP는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 설계를 기획할 때 사용되는 설계도이다. 반도체의 언어로 불리는 IP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서는 가장 중요하며,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핵심IP개발 R&D' 예산은 올해 67억원에서 내년에 무려 56억원이 깎여 불과 11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예산은 전년 대비 83.5%가 삭감돼 반도체 R&D 중 삭감폭이 가장 컸다.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AI 반도체 키운다더니… 3대 차세대 기술 전부 삭감 


    정부가 3대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라며 집중 투자를 예고했던 ▷AI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전력 반도체 R&D 예산도 모두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전세계가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AI 반도체 관련 R&D 예산이 삭감됐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예산은 올해 743억에서 내년 629억원으로 줄어 114억원(15.4%)이 삭감됐다. 'PIM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 예산도 197억원에서 183억원으로 13억원(6.8%) 줄었다.

    이는 정부의 당초 구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정부는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2022년부터 2029년까지 총 1조2,500억원을 지원해 차세대 AI반도체 설계, 제조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AI 반도체 예산만 127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서 강조됐던 '전력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예산도 깎였다. 화합물 소재 기반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은 90억에서 73억원으로 줄었고, 수요기반형 고신뢰성 자동차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사업도 78억에서 67억으로 깎였다. (표 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조정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관련 예산들도 충분한 검토없이 급하게 깎여 나간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가는 예산, 연구개발자들 "막막"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시스템 반도체 IP개발 예산의 경우, 정부 담당자도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내년 IP 사업이 유독 크게 삭감이 됐는지는 아직 파악중"이라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논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던 AI반도체 연구실 소속 한 개발자는 "AI반도체는 인력 비용보다 설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산이 깎이면 목표 연구결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연구진들 모두 막막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도체 R&D 예산 삭감은 정부의 당초 구상과는 거꾸로 가는 것일 뿐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해치는 것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원호 대외정책연구원(KIEP) 경제안보팀장은 "정부가 핵심 전략을 세우면 그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R&D예산이 배정돼야 하는데 사업별로 예산이 숙고됐는지 의문"이라며 "R&D 예산을 일괄적으로 조정하면서 필수적인 사업 예산도 깎인 것으로 보인다"며 재조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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