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송중기가 '노 개런티'로 '화란'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화

    송중기가 '노 개런티'로 '화란'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핵심요약

    영화 '화란'서 냉혹한 조직 보스 치건 역 맡아
    신인 감독 데뷔작에 '노 개런티'로 출연 화제

    영화 '화란'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송중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송중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드라마 '빈센조'와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연이은 흥행으로 승승장구하는 배우 송중기가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어둡고 강렬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송중기가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에서 연기한 치건 캐릭터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귓바퀴가 뜯긴 채로 아물어 흉터가 깊어진 한쪽 귀, 그리고 몸에 남겨진 숱한 상처들은 그가 살아온 흔적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상처보다 더 깊은 상처를 지닌 게 치건의 내면이다. 송중기는 이처럼 연민을 드러내는 동시에 서늘함을 잃지 않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치건의 내면과 외면을 더 깊어진 눈빛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송중기가 노 개런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이러한 치건 캐릭터의 매력뿐 아니라 '화란'이라는 작품 자체가 지닌 매력 때문이었다.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을 발굴하고 독창성과 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소개하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될 만큼 '화란'은 "새롭고 본능적인 날 것의 매력을 선사한다"(뉴스 인 프랑스). 송중기는 이러한 '화란'을 지키고 싶었고, 자신의 역할 비중 등과 관계없이 '노 개런티'를 자청했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지난달 22일 '화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송중기는 "노 개런티 출연 소식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며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화란'은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 제안해 주신 작품이 아니라 업계에서 돌아다니는 대본을 먼저 보고 내가 너무 하고 싶어서 먼저 제안한 작품"이라며 노 개런티 출연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눅눅하고 찌득찌득한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부족한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혹시나 내가 출연하면서 전체적인 제작비가 늘어나고, 상업 영화의 흥행 공식이 점점 들어가면서 매력적인 부분의 장점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그런 선택을 하게 됐어요."

    송중기는 "그런데 기사가 너무 많이 나서 부끄럽고, 그렇게 이야기할 게 아닌데 왜 이렇게 기사 많이 나지 했었다"며 웃었다.
     
    특히나 '화란'에서 송중기의 마음을 끈 것은 무려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치건의 대사였다. 치건이 저수지에서 연규(홍사빈)에게 자신의 사연을 읊는 신을 본 송중기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17장 정도 되는 대사를 한 적은 있었는데, '영화에서 한 신에 혼자 대사하는 데 3장이나 한다고? 대박이다, 이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본인 사연을 이야기할 때 치건이 너무 불쌍했고, 혼자 낚싯바늘에 물린 거 같은 답답한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속사 직원들에게 '화란'을 하겠다고 말했을 때 직원들은 당연히 연규 역할을 할 걸로 알았나 보더라. 직원들이 '선배님, 이거 역할이 고등학생인데, 할 수 있겠어요?' 그랬다"며 당시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송중기는 "비중이나 그런 게 상관없었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전해주신 분도 '주인공이 아니어도 되겠냐'면서 주셨다. 원래 그런 걸 따지지도 않지만, 그런 게 전혀 상관 없었다. 개런티도 안 받는데 뭐 그런 걸 따지겠나. 그 정도로 치건 역을 매력적으로 봐서 배우로서 잘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고 말했다.
     
    칸에서 상영된 후 "조직의 세계에 발을 들인 소년의 비극을 그린 성공적인 장편 데뷔작"(프리미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누아르 드라마로 그려냈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와 폭력적인 새아버지, 거기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까지 현실은 고되지만 연규는 언젠가 돈을 모아 네덜란드에 가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반면 세상의 냉혹함을 일찌감치 깨닫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는 냉혹한 조직의 보스 치건은 자신과 닮은 연규의 상처를 알아본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치건은 연규에게 자신의 생존 방식을 가르치고 점차 가까워지지만, 어느 순간 더 위태롭게 변화해 가는 연규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심경과 충돌한다.
     
    송중기는 이러한 치건과 연규의 관계에 대해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내가 맡은 치건은 연규를 선의로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연규라는 어린 친구를 어른으로서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비겁하게 저 혼자 떠난다"며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좋은 세상으로 잘 이끌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굉장히 서글펐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그 점이 굉장히 마음 아팠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르적인 면에서도 "누아르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플롯으로 진행되는 걸 말하는데, 대중은 '깡패영화' '건달영화' 등으로 쉽게 접근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화란'은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년 누아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송중기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화란'은 가장 어두운 영화이자, 그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송중기는 '화란'처럼 어둡고 스산한 정서를 가진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계속 있었기에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런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 의지와 다르게 못 했던 적이 있어요. 그게 개인적으로 큰 한이 됐죠. 그런 찰나에 '화란'을 만나게 됐고, 제가 느낀 정서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가정 폭력을 당하고 소외된, 어떻게 보면 치건까지도 '소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정서가 다 자라지 않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소년이라 불러도 될 듯해요. 사회에서 두 소년이 겪는 어두운 이야기를 잘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중기가 현장이나 극에서 선배로서 무게중심을 잡고 단단하게 받쳐줬기에 신예 홍사빈과 이번 영화로 연기 데뷔한 김형서(비비)도 아낌없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송중기는 그들의 태도와 연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먼저 연규 역 홍사빈에 관해서는 "처음 큰 역할을 맡은 작품이고, 주인공으로서 전체적으로 영화를 끌어가야 하는 정서를 맡고 있어서 굉장히 부담됐을 텐데, 굉장히 차분하고 묵직했었다"며 "사빈씨는 굉장히 생각이 깊고, 처음 주인공을 하는데도 서투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이어 하얀 역 김형서에 대해서도 "우리 영화가 전반적으로 생선, 물고기 이미지가 많이 흘러가는데, 그렇게 비유하자면 그냥 파닥파닥 튀는 살아있는 활어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굉장히 본능적인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씨가 가수로 활동하며 작사·작곡하고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그 재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 말고도 현장의 모든 스태프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화란'은 송중기의 노 개런티나 칸 초청작이라는 점 외에도 어느덧 아기 아빠가 된 그의 스크린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관객들과 만나게 될 작품인 만큼 기대도 크다.
     
    송중기는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기가 생겼지만, 이런 어두운 영화를 한다고 걱정되진 않았다. 정말 나중에 커서 아빠가 이런 영화를 했다는 걸 알고 봤으면 좋겠다"며 "관객분들에게 귀여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해서 인사드리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