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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N:터뷰]"'1947 보스톤' 성패, 임시완에 달렸다고 했죠"

    핵심요약

    영화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보스톤의 '재현'

    영화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42.195㎞. 홀로 달려야 하는 마라톤의 총길이.
     
    흔히 인생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마라톤'은 정말 인생처럼 평탄했다가도 굴곡지고, 때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언덕을 오르기도 한다. 평지를 달린다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인생과 닮은 마라톤, 그중에서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말할 수 있는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의 42.195㎞ 중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클라이맥스에 담았다. 스타트 라인부터 피니시 라인까지 당시의 일화, 서윤복의 감정 그 어느 것 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내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영화 속 보스톤 마라톤 대회 장면이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의 삶과 그들이 온몸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 역시 관객에게 가감 없이 전하기 위해, 우리가 잘 모르고 이해할 수 없는 1947년 세 마라토너의 삶을 관객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이번에는 서윤복이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1등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순간과 이를 완성해 나간 배우들에 관한 강제규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윤복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하트브레이크 언덕


    ▷ 보스톤 대회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42.195㎞를 다 보여줄 수 없는 만큼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해야 했을 것 같다. 참고한 자료가 있었나?
     
    서윤복 선생님이 쓴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 일지 같은 게 있다. 한국에서 떠날 때부터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여정을 담은 기록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특히 마라톤 구간에서 본인이 레이스를 펼치면서 출발부터 어떤 마음이었고, 피니시 라인에 도착할 때 성취감이 어땠는지, 중간에 여러 위기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가 담겨 있었다. 덕분에 마라톤 구간을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 어느 순간들을 보여줄지 어떻게 골랐나?
     
    결국은 관객이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가장 극적인 감정을 느껴야 하는 포인트였기에 설계나 배치가 치밀하게 이뤄져야 했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트브레이크 언덕과 강아지가 튀어나와 위기를 느꼈을 때 절망감. 특히 하트브레이크 언덕의 경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어린 시절 서낭당에서 밥을 몰래 훔쳐서 달렸던 무악재 고갯길, 그것이 결국 하트브레이커와 연동되다 보니 거기서 반전을 꾀해야겠다는 서윤복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 그렇게 보면 무악재 고개를 달렸던 서윤복이 하트브레이크 언덕을 만난 건 정말 운명이란 생각이 든다.
     
    무악재 고개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녔던 서윤복의 히스토리가 없었다면 승부수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다. 어떻게 보면 운명적으로 어린 시절 서낭당 밥을 훔쳐서 도망 다녔던 길이 마침 보스톤 대회에서 마라토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하트브레이크 언덕이라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보스톤 대회 장면의 경우 마라토너가 달리는 실제 속도, 표정, 다리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등 사실적으로 경기를 재현하는 것도 과제였을 듯싶다.
     
    마라톤의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아무리 기술적으로 현란한 테크닉이 있어도 결국 정말 마라토너가 달리는 게 가장 리얼하다. 그렇다고 마라톤 선수를 기용해서 쓸 수 없으니, 두 가지를 겸비한 사람을 찾는 캐스팅 과정이 힘들었다. 적어도 마라톤을 경험하고 달리기에 대해서 숙련돼 있고 훈련된 친구 중 연기하는 친구들을 찾았다. 해외에서 내가 제시했던 여러 항목을 동영상으로 받아서 그중 가장 적합한 사람을 캐스팅해서 촬영했다.
     
    ▷ 극 중 서윤복이 경기 도중 튀어나온 개로 인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다리의 경련 등이 정말 실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부분을 촬영할 때가 마라톤 전체 분량의 80% 정도 찍었을 때다. 그러니까 엄청 달린 거다. 사실 임시완 배우가 그 장면을 찍는 날은 계속 뛰었다. 촬영 없는 순간에도 계속 뛰었다. 그냥 시늉만 하는 거랑 레이스 상태에서 급격하게 오는 데미지랑은 느낌이 다르니까. 그 지점은 각별히 노력했다.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 임시완은 손기정, 서윤복 그 자체였다


    ▷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1순위로 고려한 건 어떤 부분이었나?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거나 보기 전에 실존 인물을 다 찾아보니 일단 외형에서 오는 이질감이 생겼을 때 몰입도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누가 일치율이 가장 높은가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손기정과 가장 비슷한 체형, 얼굴, 분위기를 가진 배우는 하정우라고 생각했다. 임시완 역시 마라토너로서 독특한 체형, 신체 사이즈, 근육 형태까지 서윤복에 근접한 다른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치율이 높았다. 연기력 면에서도 두 배우의 전작들을 계속 보면서 탁월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임시완은 요즘 나온 친구 중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탐스러운 배우라고 생각했기에 같이 작업하게 됐다. 우리 영화에도 "우리 육상부의 미래가 네 발끝에 달려 있다"는 대사가 있는데, 임시완 배우에게 "우리 영화의 성패는 너한테 달려 있다. 누가 보더라도 진짜 마라토너라는 믿음이 깨지면 우리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 그 믿음을 주게끔 하자"고 했다.(웃음)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의 모습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일제 강점 상황에서 태어난 분들이기에 나라에 대한 생각들이 각별할 수박에 없다고 치더라도 소명 의식을 갖고 자신을 희생하며 불태웠던 세 분의 삶이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해 안 되는 지점도 있다. 관객들이 이해 안 되는 지점을 만나서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이번 작품을 위해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선수에 대한 조사와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들을 알아가면서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세 사람 중 관객들은 어떤 인물에 동화돼 영화를 볼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1등을 한 손기정과 서윤복은 쉽게 기억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남승룡을 다시 들여다보다 보니 정말 등위와 관계 없이 정말 마라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라는 걸 굉장히 많이 느꼈다.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누군가의 성취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 요즘 흔치 않다. 그것이 가능했던 남승룡이었다. 남승룡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까?

    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라토너의 삶의 궤적을 좇고 스크린에 담으면서 느낀 마라토너란 어떤 사람이었나?
     
    손기정 선생님이 소학교 다닐 당시 20리 길을 뛰어 학교에 다녔다. 자기가 정말 마라톤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현실이 그러니까 달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스케이트 살 돈만 있으면 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었다는 회고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울분이든 나라에 대한 한이든 자신의 욕망과 꿈이든, 자기 스스로를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 아닐까.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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