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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캐셔가 부러워"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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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공휴일? 캐셔가 부러워"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5인 미만 사업장, 임시공휴일 '남의 일'
    대체 휴무‧휴일수당 못 받아 '박탈감'
    "노동시간 양극화…근로기준법 차별 적용 개선돼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인천의 한 자동차 업체 직원인 김모(33)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일과 개천절인 3일 모두 정상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작업 물량이 많아서 전 직원이 일을 한다"며 "평일 빨간 날도 웬만하면 근무가 잡힌다.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5인 미만 사업장, 임시공휴일 '남의 일'

     
    정부가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올해 추석 연휴가 개천절을 포함해 6일로 길어졌지만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임시공휴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8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6%가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추석 공휴일 외에는 추가 휴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김씨처럼 5인 이상 사업장은 형편이 낫다. 법정 유급휴일인 임시공휴일에 일하면 통상임금의 150~20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나 근로기준법 제55조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휴일근로수당조차 받을 수 없다.
     
    경기도 용인의 한 대형마트 입점 업체 소속인 황모(여‧57)씨는 추석 당일 외에 쉬는 날이 없다. 대형마트 캐셔는 명절에 잘 쉬지 못하는 직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황씨에게는 그들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쪽은 마트 직원이고, 저희는 업체거든요. 대체 휴무나 1.5배, (특근 수당) 이런 거는 없어요…."
     
    김혜민 기자김혜민 기자
    캐셔는 대기업 소속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 대체 휴무나 특근 수당을 받지만, 황씨처럼 5인 미만 영세 업체 직원들에게 임시공휴일은 그저 '남의 일'이다.
     
    황씨는 "평일과 똑같이 일을 한다. 조그만 업체는 인정을 안 해 준다"며 "남들 쉴 때 못 쉬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별로 기분은 좋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입점 업체 직원 박모(여‧62)씨는 임시공휴일은커녕 법정공휴일도 잊은 지 오래다. 박씨는 "빨간 날도 무관하고, 이제는 당연히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임시공휴일은 공무원이나 큰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얘기"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휴일에 상관없이 교대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달갑지만은 않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 윤모(여‧46)씨는 "직업 특성상 명절에 쉬기 어렵지만 올해는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연휴가 6일이나 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음식점이 추석 명절을 맞아 전광판을 통해 '추석 당일만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내보내고 있다. 기사내용과는 상관없음. 윤철원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음식점이 추석 명절을 맞아 전광판을 통해 '추석 당일만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내보내고 있다. 기사내용과는 상관없음. 윤철원 기자 

    대체 휴무‧휴일수당 못 받아…'상대적 박탈감'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명절로 음식점들은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여는 곳이 상당수다.
     
    경기도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방모(50)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회복되고 있어 명절이지만 쉬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임시공휴일까지 지정돼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들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아 대체 휴무나 특근 수당 지급은 사업주의 선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식당일을 해온 중국인 A씨(여‧50대 중반)는 "식당은 임시공휴일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A씨가 일하는 음식점의 경우 휴일 근무에 대한 대체 휴무를 주고, 약간의 수당도 챙겨줘 "불만이 없다"고 했다.
     

    "노동시간 양극화…근로기준법 차별 적용 개선돼야"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됨으로써 나타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정치권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도 지난 6월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이 역시 진전은 없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여당의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회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가산(연장‧휴일‧야간) 수당과 연차 휴가 등에 따른 비용 증가는 물론, 해고 제한 및 서면 통지와 부당해고 구제 신청 등으로 인한 행정적 관리 비용까지 소상공인이 모두 떠안게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동자 보호조치의 기본이 되는 근로기준법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화된 비공식 부문이라 할 수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임금과 고용에 있어서의 차별이 아니라, 노동시간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이같은 규정은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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