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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칼부림 살인' 조선 "누가 날 스토킹해"…'감형 작전' 들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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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칼부림 살인' 조선 "누가 날 스토킹해"…'감형 작전' 들어갔나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남). 황진환 기자·서울경찰청 제공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남). 황진환 기자·서울경찰청 제공
    백주대낮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선(33)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그 사건의 진행 경과를 전해드립니다. 첫 공판에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조선은 두 번째 공판에선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해킹과 스토킹 피해망상 때문에"… 기존 진술 모두 '삭제' 

    지난 13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조선의 재판 전략은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감형'입니다.

    황색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선 조선은 지난 첫 공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행동은 사뭇 달랐죠.

    공판 시작 전 먼저 법정에 들어선 조선은 꽤나 오랜 시간 변호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귓속말을 주고받았고, 조선은 변호사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수차례 끄덕거리기도 했죠. 이따금씩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이마를 쓸어 내기리도 하며, 눈을 질끈 감기도 했습니다. 현재 조선은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어 시작된 재판에서 조선 측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조선 측 변호인
    "사기 및 절도 부분은 모두 인정합니다. 다만 살인과 살인 미수에 대해선 피고인이 사건에 이르게 된 동기 부분은 의견서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사건 당일 및 직전 며칠간 피고인은 불상의 남성들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징조들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휴대전화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이를 검색했고, 자신의 컴퓨터를 부수거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남성들의 모습을 확인했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 자신이 죽길 바라는 것 아닌지, 죽이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닌지 하는 피해망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조선 역시 여느 흉악범들과 같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조선 측 변호인
    "현실과 망상의 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 타인에 대한 공격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망상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피고인은 행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주변에 도움을 청할 것이 없어서 스토킹 집단을 향한 공격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우발적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는 모두 인정하고 반성 중입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앞서 조선은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선 또래 남성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죠. 결국 해당 진술을 모두 부인하고, 우발적 범행이란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피해망상을 들고 나온 겁니다.

    조선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제는 법정에서 당시 조선이 어떤 상태였는지, 실제 피해망상을 겪었는지 등을 판가름해야 합니다.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조선 측 변호인 "통합심리검사와 피고인 진술 부분에 대해서 내용 부인합니다"

    재판부 "일단 경찰과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해서는 변호인 측에서 내용 부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증거 기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수사 단계에서의 진술이 남는 것이 없을 수 있습니다. 검찰이 오늘 이야기한 것도 내용을 입증할 증거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입증할지 고민해 보세요"


    "거짓말 중" 검찰 반박에… 귀 막고, 눈 가리고, 한숨 쉬는 조선

    조선의 피해망상 주장에 검찰은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검사
    "조선은 경찰 1회 조사 당시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정상적으로 사는데도 자신은 비정상이라고 진술했고, 2회 조사에선 사회적 불만과 그런 것에 대한 분노, 3회 조사에선 '저 사람은 나와는 다르구나'라는 열등감과 키 큰 사람에 대한 불만을 말했습니다. 5회 조사에선 저는 은둔형인데 다른 성격을 가진 남자에게 질투감과 열등감을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 1회 조사에서도 또래에 대해 열등감이 심해졌고, 현실 불만이 가득하다고 했고, 6회 조사에서 자신은 키가 작고 어깨가 좁다며 자신의 마음을 언급했습니다. 살인 범행 당시의 의식을 반추했을 때 무의식적 원망이 있었다고 충분히 진술했습니다"

     
    조선은 이러한 수사 기관 내 진술을 모두 부인한 상태입니다.

    검찰은 조선이 그동안 했던 거짓말들을 언급합니다. 해킹이나 스토킹 피해망상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검사
    "해킹과 피해망상 부분을 보면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7월 21일 휴대전화 검색 목록 중에 해킹 기록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검색어 그룹을 분류하면 13가지 중 하나만 해킹입니다. 나머지 검색어는 해외축구, 선수, 인스타그램 계정, 게임 유튜버 검색 등인데 이는 해킹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수준이 아닙니다. 또 범행 약 8일 전에는 피고인은 친구에게 전화해서 다른 여성들과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지극히 일반적인 행동 패턴입니다"

    "피고인은 범행 직후 검거 당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말했다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고, 홍콩 묻지마 범죄를 모방했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피고인이 느닷없이 해킹을 주장하는데,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한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피고인이 왜 해킹을 주장하는지를 보면 피고인은 검찰 5회 조사인 8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해킹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 범행 직후 가장 유사한 범행인 이른바 '분당 서현역 사건'이 발생한 날이 피고인이 해킹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사흘 전입니다. 분당 서현역 사건의 피고인 최원종은 스토킹 조직에 대한 망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는데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조선이 느닷없이 해킹, 스토킹 피해망상을 주장하는 것이 결국 분당 서현역 사건의 범인 최원종을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최원종의 범행 사흘 뒤 조선이 갑자기 자신의 범행 동기로 스토킹 망상을 언급했다는 겁니다.

    검사의 말을 듣고 있던 조선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검사가 말을 할 때 아예 두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기도 했죠.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날 조선만큼이나 더 눈에 띈 사람은 국선변호인이었습니다. 조선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했고, 틈이 날 때마다 조선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죠. 아무리 흉악범이어도 변호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규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국선변호인은 자신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헌법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의자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와 '즉시'란 단어에서 단호함이 느껴집니다.

    여기에다 '형사피의자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라고 규정한 부분은 우리 헌법이 변호인 선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아무리 흉악범이어도 말이죠.

    2023.9.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 칼부림 살인 조선 공판 中
    재판부 "검찰이 이야기한 것 중에 보면 피고인이 선별한 것처럼 거리에 있는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검찰은 얘기했는데, 그날 피고인이 공격한 피해자를 정하는 것에 있어서 변호인이 이야기한 스토킹 관련 피해자가 있는 것입니까?"

    조선 측 변호인 "(조선에게 귓속말로 물으며) 닮아서 그랬어요?"

    조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임)"

    조선 측 변호인 "자신을 스토킹 한 사람을 닮은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그 길에… 택시에서 내렸을 때 환청이 들렸고 스토킹 조직원이 길에 있는 것처럼 환상이 보여서 공격했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 "피고인과 얘기를 나눈 뒤 정리해서 주세요. 그리고 피해망상 부분은 법리적으로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범행 동기가 없었다는 것인가요?"

    조선 "(중얼거리며) 정신이 안 좋아 (계속 중얼)"

    조선 측 변호인 "(조선을 바라보며) 다음 기일에 밝히겠습니다. 본인은 당시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주장할지는 다음 기일에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면 피고인은 경찰 수사 단계 4번째 조사 때 환청과 망상에 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지만 오히려 조사관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해서 얘기를 솔직하게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도 참작해주시길 바랍니다"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쥐어뜯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기도 하는 조선을 국선변호인은 재판 중간중간 계속해 상태를 확인하고 소통했습니다. 물론 그의 돌발 행동에 중간중간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물론 앞서 본 것처럼 헌법이 규정한 국선변호인의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이제 조선에 대한 재판은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 절차에 들어갑니다. 조선이 진짜 피해망상을 겪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감형을 위한 거짓말인지를 밝히기 위해 조선을 조사한 심리분석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다음 달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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