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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딩' 아니고 '고객님'…10대들 시장 좌우하는 '큰손'으로



산업일반

    '초·중딩' 아니고 '고객님'…10대들 시장 좌우하는 '큰손'으로

    핵심요약

    청소년에게 인기 '마라탕·탕후루' 매출 증가
    청소년, 구매력 증가했지만 소비자 역량 낮아
    10대 금융 교육 필요성 대두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탕후루 가게에 진열된 탕후루. 조수민 인턴기자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탕후루 가게에 진열된 탕후루. 조수민 인턴기자
    과거 청소년은 의미 있는 소비를 하지 않거나 부모의 구매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존재였던 것과 달리, 청소년이 시장을 좌우하는 '큰손'으로 등장했다. 청소년 경제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청소년 열광에 시장 확대되는 마라탕·탕후루


    마라탕, 탕후루 등이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 인기를 끌며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냉동·간편 조리식품 분야에서 10대 청소년 인기 검색어 1위는 탕후루였다. 탕후루는 지난 7월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 틱톡 등 매체에서 '탕후루 먹방', '탕후루 만들기' 등 릴스, 숏폼이 유행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재작년부터 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마라탕의 인기도 여전하다. 배달의민족의 '배민 트렌드 2022'에 따르면 10대가 지난해 가장 많이 배달 주문한 메뉴는 마라탕이었다. 마라탕은 유명 유튜버들의 '먹방'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에서 "젊은 세대 사이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에 대한 시합, 도전이 유행하며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탕후루의 경우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기 예쁜 비주얼 때문에 SNS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은 품목이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시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12일 기준 특허청에 등록된 탕후루 관련 상표는 180개다. 그중 144개의 상표가 탕후루가 10대 청소년들에게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올해 6월 이후 출원됐다.
     
    유명 탕후루 브랜드인 '달콤왕가탕후루'는 전국에서 약 4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가맹점 수가 약 10배 늘어난 수치다. 왕가네 탕후루 정철훈 대표는 "가게에 학생들이 많이 온다"며 "10대 소비자의 구매는 전체 매출 중 약 4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마라탕도 매출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최근 4년간(2019~2022년) 10대·20대의 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카드 매출 중 커피전문점을 제외하면 마라샹궈·훠궈 전문점이 1위를 차지했다.
     
    한 마라탕 브랜드 관계자는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의 약 60~70%가 10대 학생들"이라며 "작년부터 경쟁업체가 매우 늘어나 회사에서도 10대 학생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최근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무인 사진관, 코인노래방 등도 청소년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2019~2022년 소비 트렌드 추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무인 사진관의 전국 매장 수는 약 650개, 브랜드 약 20개 이상이다. 그중 올해 신규가맹점 비중은 전년 말 대비 54%나 증가했다.
     
    코인노래방의 경우도 같은 조사에서 2022년 기준 2021년 대비 매출 115%, 신규 가맹점 비중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소비 규모 확대… '유의미한 소비자층'으로


    앱테크 서비스 토스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토스유스카드'. 토스 홈페이지 캡처앱테크 서비스 토스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토스유스카드'. 토스 홈페이지 캡처
    청소년들의 '유의미한 소비'가 시작된 것은 청소년들의 소비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지원해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강원대 가정교육과 한성희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사회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40대, 50대 부모들은 그 돈으로 자녀가 원하는 것에 대해 금전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웬만하면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인천대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모세대가 자신의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다"며 "본인들이 받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그만큼 의사결정권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과거에는 여러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배분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한 가정의 자녀 수가 적다 보니까 한 자녀에게 더 많은 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집안 자체에 아이들이 귀해졌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사주고자 하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기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늦은 저녁까지 학원, 카페 등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증가한 것도 청소년 구매력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DGB사회공헌재단 꿈나무교육사업단 김성수 부단장은 "집에 빨리 귀가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는 반면 하루 동선이 긴 초등학생들은 학원 이동비, 중간 시간 간식비, 스터디카페 비용 등 하루에 5천원~만원 쓰는 것은 기본이 됐다"며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많아지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용돈이 증가했고 소비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 소비자들은 또래 집단의 유행을 따라가는 성향이 강해 앞으로 청소년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는 생애기간 중 동료집단의 영향력이 가장 높인 시기"라며 "어른들은 유행하는 것에 대해 꼭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내 친구가 하면 나도 하지 않으면 집단에 소속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동조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 준거집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행하는 물건을 사야만 낙오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를 통해 불안한 자아 정체성을 채우고자 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청소년 소비자 모시기'에 나섰다. 화장품 브랜드 입큰은 지난 5월 학생 메이크업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출시했으며, 앱테크 서비스 토스는 지난해 2월 7~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토스유스카드'를 내놓았다.


    청소년 소비자 역량 점수, 아직 62.5점에 불과… "금융교육 필요해"


    한국소비자원 '2022년 청소년 소비자 역량 지수'. 한국소비자원 제공한국소비자원 '2022년 청소년 소비자 역량 지수'. 한국소비자원 제공
    청소년 소비 규모가 확대되는 것과 달리 아직 청소년들의 금융 지식은 부족해 금융교육이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7월 전국 중·고등학생 4천 976명을 대상으로 종합 소비자 역량을 평가한 결과 62.5점(10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 평균 점수(66.2점)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구매 결정을 내리는 역량,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해결 능력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거래 역량 지수는 51.6점(100점 만점)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시장팀 황미진 팀장은 "청소년 소비자 역량 지수는 고령자와 유사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 청소년은 초등학생 때부터 직접 카드를 사용하거나 주식 투자를 하는 등 다양한 소비생활을 하는 주체이므로 청소년도 소비자 역량 교육 대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DGB사회공헌재단 교육봉사단 금융교육팀에서 초등학생 금융교육을 담당했던 정지훈씨(24)는 "현장 강의를 나갔을 때 초등학생 중 정말 기본적인 금융 지식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유튜브에 사기 금융 서비스 광고가 많은데 아이들이 그걸 보고 위험에 처하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부단장은 "부모가 원하는 것에 맞춰서 지원해주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사회에서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큰 곤란함과 어려움을 겪는다"며 "가정에서 청소년들이 용돈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하고 학교에서도 사회 참여 시 금융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요즘 애들은 문제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소비만이 자아정체감을 확립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금융·소비자교육이 공교육 커리큘럼에 배정되어있지 않고 청소년들이 공부 때문에 여러 비교과 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적다"며 "소비자교육뿐만 아니라 금전 관리, 의사결정과정 등을 깊게 성찰할 수 있는 체험, 토의 등이 많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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