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송영길 전 보좌관.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이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12일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용수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박씨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전 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6750만원을 살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아울러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해 캠프 자금과 합쳐 윤관석 당시 민주당(현 무소속)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윤 의원은 이 돈을 300만원씩 돈 봉투에 담아 현역 의원 약 20명에게 살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 지역 상황실장 이모씨에게 선거운동 활동비 50만원을, 다른 상황실장 박모씨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위한 콜센터 운영비 7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박씨는 선거전략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의뢰한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9240만원을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돈으로 대납하고, 먹사연이 다른 사업에 돈을 쓴 것처럼 허위 견적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먹사연 사무국장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교체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박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이 '얌전한고양이' 여론조사 선거 컨설팅 용역 과정에서 협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약 주체는 먹사연이고 먹사연이 '얌전한고양이'에 용역대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가 김씨로부터 현금을 수수한 것은 맞지만, 강 전 위원 등과 선거자금을 함께 조성하고 협의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박씨 측은 "피고인은 직접 윤 의원으로부터 돈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윤 의원이 돈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듣고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가 거듭 "(혐의를) 인정 안 하시는 거지 않느냐"고 묻자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기소된 내용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즉 박씨는 강 전 위원, 이 전 부총장과 공범 관계가 아니고 중간에서 현금을 전달한 운반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씨 측은 이날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공직선거와 달리 당내 경선은 비용 지급 규정이 별도로 없어 '격려금'을 주고받는 관행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일해야 하고 일당을 지급할 수 없고 식사비조차 지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피고인이 근무하는 캠프 사무실에 찾아와 격려금을 놓고가는 경우가 있었고, 피고인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 중진 정치인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협조나 조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느 한쪽 정당의 당내 선거에 관련해서만 수사가 이뤄질 경우 필연적으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을 정리한 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과 휴대전화 통화녹음 등을 증거로 채택할지 논의했다. 다만 변호인 측에서 전체 녹취파일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다음 기일 의견을 최종 정리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달 2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갖고 다음달부터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