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왼쪽)과 마크 에스페호(오른쪽). 대한항공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팀 내 포지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새 시즌을 앞두고선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이 눈길을 끈다. 정지석, 곽승석, 정한용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데뷔 3년 차 루키와 새 얼굴이 포지션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이준(24·187cm)은 어느덧 데뷔 3년 차를 맞았다. 지난 2시즌 동안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는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눈부신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이준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4월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시행된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은 필리핀 출신 마크 에스페호(26·191cm)도 눈에 띈다. 필리핀 국가대표인 그는 틸리카이넨 감독이 새 시즌을 앞두고 기대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준. 대한항공대한항공은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이 기간 도쿄 그레이트베어스, 오사카 파나소닉팬서스 등과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준에겐 프로 입단 뒤 첫 해외 전지훈련이다. 그는 지난 KOVO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데 아쉬움이 컸던 만큼 새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커 보였다.
KOVO컵에서 보여준 자신의 활약에 대해 "70~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한 이준은 "공격적인 부분은 많이 보여줬지만,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리시브도 완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단점인 수비를 보완하겠다는 각오다.
컵대회 기간 틸리카이넨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준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이고, 보여주지 못하면 기회가 다시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다"면서도 "확실하게 그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마크 에스페호. 대한항공
마크 역시 틸리카이넨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는 만큼 책임감이 클 터. 마크는 "사실 감독님이 나를 굉장히 많이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압박이 되지만, 압박도 특권이다. 믿어주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동료들과 많이 소통해야 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언어 문제는 마크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이다. 마크는 "사실 언어 문제가 어렵긴 하지만, 배구가 쉬운 언어다"면서 "한국 동료들이 조금 부끄러움을 타는 만큼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려고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들은 정지석과 곽승석, 정한용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준은 "궂은일을 하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서 "경기에 들어가게 된다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마크는 "배구는 팀 스포츠다. 감독님이 나를 기용한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팀에 맞춰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통산 4회 우승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은 새 시즌 최다 우승(5회)에 도전한다. 이준은 "잘하다 보면 (유니폼에) 별을 하나 더 달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고, 마크는 "최선을 다해서 다섯 번째 별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