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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방부 장관의 내로남불



칼럼

    [칼럼]국방부 장관의 내로남불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황진환 기자
    군 판사는 왜 박정훈 대령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을까.
     
    핵심적 의문은 박 대령과 해병 수사단이 도대체 왜 항명을 했다는 것인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떤 동기나 정황을 살펴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항명의 동기와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영장을 보고 군 판사도 영장을 발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해석된다.
     
    '항명'의 동기를 밝히려면 7월 19일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부터, 수사 경위, 1사단장 등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배경, 그리고 '국방부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의 결재 절차' 등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영장은 군사 경찰에 대한 해병대 사령관의 지휘·감독권, 이첩 보류라는 '정당한 명령이 존재했다'는 전제 아래, 국방부 참모들과 해병대 사령관 및 참모들 진술만을 토대로 박 대령을 항명 죄인으로 엮고 있다. 지휘·감독권-정당한 명령-거부-항명이라는 도식이다.
     
    고 채 상병 수사와 민간경찰 이첩 과정에서 흔들릴 수 없는 사실은 해병대 수사단이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 해병사령관의 결재를 획득한 것이다.
     
    이는 지구의 본초 자오선 만큼이나 확고 부동한 기준선이다. 외압과 항명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반드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3명의 결재로 민간경찰 이첩은 정당하며 법적으로 끝난 것이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일사부재리'가 되었던 것이다.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외압' 일 수 있고, 법적으론 직권남용이며 공용서류 손상에 해당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백 번을 양보해도 결재 난 문서를 뒤집으려면 그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진위가 밝혀져야겠지만 "VIP가 대노했다"고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격노'가 문서를 뒤집는 사유라는 건 삼권 분립의 민주주의 법체계에서 성립 불가능하다.
     
    박 대령은 결재를 받았고 그 지시에 따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이 과정은 수사 업무이다.
    그리고 수사는 사법의 영역이다. 
     
    해병대 사령관이 군사 경찰(해병대 수사단)에 지휘.감독권이 있다는 것은 경계근무 등 수사 업무 외 사안에 관한 것이다. 군사 경찰이 수사 업무에 종사하면 해병대 사령관은 그 업무에 관여할 수 없다. 그 정신이 군사경찰직무수행법 시행령 7조(수사의 독립성)에 못박혀 있다. 수사는 사법이고 사법의 본질은 행정(부)로부터 '독립'인데, 군 사법도 동일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경찰청장이 수사에 관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군 검찰은 민간과 다른 '군 특수성'을 들어 주장하더라도 '계란은 계란이고 바위는 바위 일 뿐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 
    만일 '대통령의 격노'를 국방부 장관이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먼저 본인이 결재한 문서를 취소해야 한다. 그것도 반드시 '문서'로 취소해야 한다.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도 동일하다. 문서로 결재했으니 문서로 취소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 절차이다. 경찰과 검찰은 사건 인계와 영장 신청 등 수사 업무를 반드시 '문서'로 한다. 구두로 절대 할 수 없다. 군 수뇌부 3인은 문서 취소 절차를 밟지 않았다. 대신 아래 사람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를 했다.

    국방부 장관이 구체적 지시를 서면으로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네가 총대를 메줘!' 라고 아래 사람에게 지시하고 책임을 떠넘긴 행위이다. 차관과 법무 관리관도 마찬가지이다. 해병대 사령관도 고민한 흔적은 분명하지만 '네가 알아서 총대를 메줘' 라고 결국 박 대령에게 책임 떠넘기를 한 셈이다.
     
    수사를 담당한 박 대령에게 모두 다 "네가 알아서 해줘. 나도 같은 심정이야'라고 지시한거나 진배 없다. 마치 '폭탄 돌리기' 게임이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 누구도 '총대를 메달라'고 문서로 지시하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 뻔하다. 그렇게 지시하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박 대령에게 '희생'만 요구했다. 사실상 '제물'이 되기를 강요했다. 구속 영장에서박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선배님, 자꾸 이러시면 강요입니다 저한테도 그렇게 말씀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만일 '대통령 격노' 때문에 민간경찰 이첩을 보류하려면 국방부 장관부터 총대를 멨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유선으로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상세한 지시 이유는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별도로 전달했다. 부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수사 자료는 법무 관리관 실에서 최종 정리를 해야 하는데,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것이 장관님 지시" 라고 밝혔다. 1 사단장은 빼라는 지시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수사에 개입한 명백한 증거로 보인다.
     
    군 검찰이 영장에서 장관 결재와 국방 비서관의 개입 여부 등과 관련된 사실을 제외하고 항명의 동기를 설명하지 않은 것은 위와 같은 논리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위법한 지시를 해놓고 항명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국방부의 내로남불 상황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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