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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은 용서 못한다"는 푸틴, '암살 정치' 악순환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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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배신은 용서 못한다"는 푸틴, '암살 정치' 악순환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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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개'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 사망
    여론조작 달인 프리고진, 자작극 주장도
    푸틴, 올해 초에 "배신은 용서할 수 없다"
    푸틴 정권 비판한 대가는 암살? 사례 多
    작년에만 러시아 기업인 12명이 의문사
    지위 불안한 푸틴, '암살 정치'의 악순환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프리고진 사망 소식이네요.
     
    ◆ 조석영> 두 달 전쯤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그룹 바그너, 그 바그너의 수장 프리고진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올 것이 왔다는 얘기도 있고, 자작극 아니냐는 일종의 음모론도 제기됐습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채선아> 일단 프리고진이 누구였는지부터 정리해볼까요?

    연합뉴스연합뉴스
     ◆ 조석영> '푸틴의 개'라고도 불리는 푸틴의 최측근이죠. 두 달 전쯤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 그룹 바그너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다가 러시아군에 불만을 품고 수도로 진격했는데요. 결국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이 중단됐고,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 신혜림> 그 프리고진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온 거죠.
     
    ◆ 조석영> 러시아 당국 발표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제트기가 추락했고, 이 비행기에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그너에서는 처음엔 프리고진이 생존해있을 수 있다고 입장을 냈다가, 결국에는 러시아군 방공망이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를 격추했고, 프리고진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 채선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바그너 그룹도 프리고진 사망한 거 맞다고 인정한 거잖아요. 그런데 프리고진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왜 나오는 건가요?
     
    ◆ 조석영> 소셜미디어 X에 합성 이미지를 올리면서 '이 사람이 프리고진이다. 아직 살아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딱 봐도 가짜뉴스예요. 이런 사진을 믿을 순 없고, 기자들이 사실을 취재해야 할 텐데, 프리고진이 살아있다는 음모론이 고개를 드는 근거는 있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해 버렸기 때문에 사망자들 신원 확인이 안 된다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유명 군사 블로거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죽음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또 이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의 최측근이라는 우트킨이라는 사람이 같이 있었는데, '프리고진과 우트킨이 같이 비행기를 탈 리가 없다'는 겁니다.
     

    ◆ 신혜림> 그건 왜죠?
     
    ◆ 조석영> 두 사람이 군사 그룹을 이끄는데 한꺼번에 사고가 나면 조직 자체가 와해되죠. 그러니까 한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다른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마치 '지정생존자'처럼 따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는 건데요.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푸틴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자작극을 꾸민 거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겁니다.
     
    ◆ 신혜림> 원래 프리고진이 음모론을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 조석영> 프리고진은 자타 공인 여론 조작의 전문가였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여론 조작을 통해 개입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지원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고, 이건 프리고진 본인도 인정했어요.
     
    ◇ 채선아> 그러다보니 프리고진이 살아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데, '진짜 살아있을까?' 이게 궁금하거든요.
     
    ◆ 조석영> 생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는 건데요. 두달 전 바그너 그룹의 반란도 군부 집단과 프리고진 사이의 권력 다툼이라는 분석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러시아 군대가 이 전투기를 격추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러시아 내 권력투쟁이 굉장히 심각해진 결과라는 전문가 분석이 있고요.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미국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보복하리라는 것을 프리고진만 몰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프리고진 사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전에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고 답했고요. 이 일의 배후에 푸틴이 있냐는 질문에는 "러시아에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는 못한다"라고 답했습니다.


    ◆ 신혜림> '푸틴이 배후인 게 아닐까?'라는 뉘앙스가 느껴지네요.
     
    ◆ 조석영> 이렇게 여러모로 이 비행기 추락의 배후에 푸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건, 바로 과거에도 푸틴의 정적들이 의문사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가장 유명한 게 일명 방사능 홍차 사건입니다.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라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푸틴이 여러 사람을 암살하는 등 정치 공작을 벌인다'는 주장을 비롯해 책까지 출판하면서 푸틴 정권을 비판했는데요. 2006년에 이 사람이 런던에서 과거의 스파이 동료들과 만났다가 헤어진 뒤에 배가 너무 아파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입원한 뒤로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해서 3주 만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이 폴로늄-210이라는 방사성 물질로 드러난 거죠.
     
    ◆ 신혜림> 이걸 어떻게 마셨다는 거예요? 방사성 물질을?
     
    ◆ 조석영> 이게 자연 상태에 사람이 피폭될 만큼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독살당한 거 아니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2006년에 유럽인권재판소가 이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판단을 했고요. 영국 정부 역시 조사를 통해 이 리트비넨코에 대한 독살이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서 진행됐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이때 리트비넨코가 만난 과거의 스파이 동료들도 자기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꾸준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유명한 방사능 홍차 사건인데, 사실 리트비넨코가 마신 건 홍차가 아니라 녹차였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러면 방사능 녹차 사건이네요.
     
    ◆ 조석영> 영국이 홍차의 나라여서 이름이 방사능 홍차 사건으로 붙은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2020년 푸틴의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있었고, 그 외에도 비슷한 일이 많다보니 '러시아의 독살 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종류의 정치 공작이 이뤄진 거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는데, 독만 쓰는 게 아닙니다.
     
    ◇ 채선아> 또 뭘 쓰나요?
     
    ◆ 조석영> 총도 씁니다. 안나 폴릿콥스카야라는 러시아의 언론인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러시아가 체첸에서 일으킨 전쟁 범죄를 취재하고 굉장히 강하게 정권을 비판했던 언론인인데요. 2004년에 한 번 독극물 중독으로 병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사망하지 않았어요.
     
    ◇ 채선아> 살아남았어요?
     
    ◆ 조석영> 그런데 2006년, 조금 전에 말씀드린 방사능 녹차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쯤에 자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됩니다.
     
    ◆ 신혜림> 이런 일을 '러시아 정부가 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데 딱 밝혀진 건 아니죠?

     
    ◆ 조석영> 실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의문사가 되는 거죠. 그런데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석연찮은 이유로 의문사한 러시아의 유명 기업인이 12명입니다. 이유를 모르는 죽음이 12명이라는 거예요.
     
    ◇ 채선아> 공개적인 수사나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의문사로 끝나버리니까 좀 무서운 것 같아요.
     
    ◆ 조석영> 공개적인 수사나 재판이 이루어지면 증거를 가지고 다툴 거 아니에요. 사람들의 관심도 굉장히 높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절차에 대한 비판도 가능할 텐데, 그냥 사람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죽어버리는 거예요. 오늘 또 화제가 된 인터뷰가 있습니다. CNN에서 올해 초에 푸틴과 한 인터뷰인데, 푸틴이 '지도자는 용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기자가 물어봐요. '용서할 수 없는 건 뭐냐?' 여기에 푸틴은 '배신이다'라고 답합니다. 
     

    ◆ 신혜림> 오늘 했던 얘기를 종합해보면, 프리고진한테 배신당한 푸틴이 이번 비행기 추락의 배후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거네요.
     
    ◆ 조석영> 외신에서는 "푸틴은 프리고진을 살려두면 내부에 또 다른 적들에 의한 추가 암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푸틴 본인의 지위가 불안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적 수단까지 활용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면 또 푸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겠죠. 그런 악순환의 고리에 푸틴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 채선아> 푸틴이야말로 정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거고, 대체 누굴 위한 권력 유지인지, 암살은 암살을 낳는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까지 러시아 용병그룹의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의 사망을 둘러싼 음모론에 대해서 탐구해 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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