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제공코로나19 이후 뷰티 시장의 회복세가 나타나며 국내 남성 뷰티 시장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성 화장품 시장의 잠재력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기회로 삼아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육성에 열을 올리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 관망을 택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21일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첫 구매 고객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지난 2021년보다 1.5배 증가했다.
특히, 올해 6월 말까지 판매된 올리브영 맨즈케어(남성용 화장품 및 미용제품) 상품 중 남성 회원이 직접 구매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랩시리즈·라운드랩의 스킨케어 제품, 다슈의 헤어스타일링 제품 등이 인기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CJ올리브영은 남성 소비자의 수요가 높은 상품을 지속 발굴하고 맨즈케어 브랜드를 육성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남성 화장품 브랜드 '비레디'에 힘을 쏟고 있다.
비레디는 지난 2019년 출범한 이후, 연평균 68%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출시한 '비레디 블루 선크림'의 경우 출시 한달 만에 전년 선케어 제품 매출 대비 317% 성장을 보이는 등 인기를 끌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전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도 회복세에 접어든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보다 4% 가까이 증가한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남성 화장품 수요는 최근 3년간 연 3%대 성장률을 보여왔다. 2025년에는 1조1600억원까지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남성 뷰티 시장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은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들이 피부를 관리하고 화장하는 것이 어색해지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며 "꾸준히 남성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김주덕 교수도 "우리나라 남성들은 화장품에 관심이 많고, 외모를 자기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많이하는 편"이라며 "남성들이 화장품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만큼 보편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오픈서베이가 우리나라 만 20~49세 남성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전체의 72%가 기초 화장품으로 피부 관리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정기적으로 눈썹 관리(눈썹칼 제모, 문신 등)를 한다고 답하는 등 많은 남성들이 외모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는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산업 전체의 후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1조 1천억원대에 머무는 등 극적인 성장세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 중소뷰티 업체 관계자는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에 수년전부터 지켜보고 있고, 관련 라인업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는 사실 없다"며 "제품군을 유지하면서 시장 반응을 살피겠지만, 당장은 유보"라고 언급했다.
또 화장하는 남성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데, 전체 화장품 시장 규모에 비해 남성 화장품 시장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30조원대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에 비춰봤을 때, 남성 화장품 시장은 1조원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며 "불확실한 미래만 보고 주력으로 삼아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기에는 의문이 따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화장품 산업이 국내에서는 포화상태이고, 중국 수출 부진에 따른 여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로운 활로로서의 남성 화장품에 대한 기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주덕 교수는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시장성이 크지 않아 뛰어들기 쉽지 않고, 마케팅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들은 주목을 받기 쉽지 않아 제품을 못 내는 현실"이라며 "국내에서 눈을 돌려 중국 남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