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위드코로나 전환에도 불구하고 수출 급감과 내수 침체로 경고음이 켜진 중국 경제가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나면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중국 경제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중국 경제의 반등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했던 한국 경제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비구이위안 채권 이자도 못갚아…'도미노 디폴트' 우려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14일부터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과 그 계열사 채권 11종의 거래를 중단했다.
이들 채권은 오는 9월 2일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며, 총 잔액은 157억 200만 위안(약 2조 8700억 원)에 달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이 만기인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했고, 3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
상반기에만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채권 이자도 갚지 못한 비구이위안이 향후 줄줄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제때 상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며 주택구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이는 다시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더 많은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디폴트 위기를 겪게 된다.
실제로 지난 6월과 7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각각 28.1%와 33.1% 급감했고, 최근 위안양과 허징타이푸그룹이 잇따라 디폴트에 빠지는 등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내수 침체에 부동산 위기까지 "성장반등 안보여"
연합뉴스중국 당국은 위드코로나 전환 원년인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아 역대 가장 낮은 5% 안팎으로 제시했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면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되는데 지난 6월과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4%와 14.5% 감소하며 두달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액 역시 지난 7월 12.4% 감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를 기록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로 10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로 중국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깊어질 경우 가뜩이나 수출 급감과 내수 침체로 위기를 맞은 중국 경제가 더 크게 휘청일 수 있다.
이에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경제회복이 부동산 위기로 인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최신 데이터를 보면 성장 반등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멀어지는 '상저하고'…계속 낮아지는 韓 성장률 전망치
연합뉴스이전보다 비중이 줄기는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 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천천히 반영될 것이라며 '상저하고' 경기 전망을 내놨는데, 지금은 오히려 중국발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10일 수출액(잠정치)은 전년 동기 보다 15.3% 줄었는데, 이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25.9%나 급감했다. 대중 수출 감소는 지난달까지 14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이번달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지난 6월과 7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어 간신히 흑자로 전환됐던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가 '상저하저'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예측하며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많이 쓰고 있는데 크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우리 성장률도 (KDI 전망치인) 1.5%보다 큰 폭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