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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외교부장 실종 사태와 커지는 불확실성[베이징노트]

    핵심요약

    시진핑 신임받아 초고속 승진 외교부장 7개월 만에 면직
    한달 넘게 실종되며 중병설.간첩설.불륜설 등 온갖 루머
    중국 정부 모르쇠로 일관하다 아무런 설명없이 실각시켜
    국제사회 시선 개의치 않는 중국…정치체제 안정이 우선
    경기회복 시급한데 정치체제 불확실성이 경제로 전이

    연합뉴스연합뉴스
    한달 이상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결국 면직됐다.

    그의 실종 이유를 놓고 간첩설과 불륜설 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지만 중국 당국은 끝내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은채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중국 정치체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한층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종됐던 중국 전랑외교의 상징…한달 만에 '면직'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연합뉴스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연합뉴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열린 회의에서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을 신임 외교부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확인하는 주석령에 서명하면서 친 부장의 면직은 공식화됐다.

    주미 중국대사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말 전격적으로 외교부장에 발탁된 친 부장은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무원(행정부) 지도부의 일원인 국무위원으로 승진했다. 중국 국무원은 각 부처 장관인 부장과 여러 부처를 총괄하는 부총리 사이 직책으로 5명의 국무위원을 두고 있다.

    친 부장이 57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배경을 두고 시진핑 체제의 외교기조인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친 부장은 임명 7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쫓겨나며 역대 최단기 외교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게됐다. 시 주석의 총애를 받던 최고위직 인사가 이렇게 단기간에 실각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다시 외교부장으로 돌아온 왕이 위원의 경우 무려 10년여간 외교부장직을 수행했다.

    전랑외교의 선봉장 답게 연일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도를 높여오던 친 부장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스리랑카, 러시아, 베트남 관리들을 만난 이후 지금까지 한달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초기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요양중이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서 외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의 실종에 대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중병에 걸렸다는 중병설, 주미 중국대사 시절 행적과 관련된 간첩설 등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친 부장이 주미대사 시절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홍콩 방송국의 한 여성 앵커와의 불륜으로 혼외자까지 낳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불륜설까지 나왔다.


    '정보 없다' 외교부장 실종사태 모르쇠로 일관하는 中

    연합뉴스연합뉴스
    친 부장의 면직 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친 부장의 실종과 면직 이유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 부장이 미중관계 등 정작 본업을 게을리해 외교라인내 갈등이 커진 것이 그의 실각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외교장관인 친 부장의 실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수차례 친 부장의 종적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전혀 듣지 못했다", "정보가 없다", "이해 못 했다" 등의 답변을 내놓으며 상황 회피에 급급했다.

    친 부장 면직 결정이 내려진 뒤인 26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도 21건에 이르는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외교부는 "정보가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대신 외교부는 그동안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친 부장 활동 내용을 모두 삭제하며 전임 부장 지우기에 나섰다.

    이렇게 친 부장의 실종 사태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시선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을 대표해 각국을 상대로 외교를 펼치는 인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졌지만 이보다 우선하는 것이 국내 정치체제의 안정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투자 유치 공들이는 中…투자자 불안감은 어쩌나

    연합뉴스연합뉴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수십여년간 해외 자본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였고, 이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중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중국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 제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자 중국 당국은 해외투자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고, 성공 여부는 중국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해외투자자에게 얼마나 납득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시 주석 장기집권체제 구축 이후 체제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반간첩법 시행 등 해외투자자를 옥죌 수 있는 조치들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신뢰는 떨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뢰를 받던 최고위급 인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을 지켜보면서 사회주의 국가이자 통제사회인 중국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일 뿐, 정치와 경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할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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