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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신용 리스크' 하반기 금융 핵심 리스크 되나

경제정책

    취약계층 '신용 리스크' 하반기 금융 핵심 리스크 되나

    편집자 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긴축이 올해 끝날 지 알 수 없다. 한국은행은 1년 반 사이 기준금리를 3.0%포인트나 올렸고 동반된 시중금리 상승은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대출로 생계를 유지했던 적잖은 자영업자들은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은 물론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생활자금이 필요해 고금리 신용대출까지 받은 일반 서민들의 연체율도 심상찮다. CBS노컷뉴스는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취약차주의 금융 리스크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위기의 서민금융①]
    대출 억제 정책으로 가계대출 줄었지만 취약차주 대출은 오히려 증가
    '빚내서 빚갚는' 취약차주 연체율 상승…대부업체들은 빗장 잠그기
    취약차주 자영업자들 상환능력 떨어져 '위기 뇌관'
    전문가들 "빚을 빚으로 갚은 대책 도드라져…주의 필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황진환 기자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취약계층 '신용 리스크' 하반기 금융 핵심 리스크 되나
    (계속)

    서울 이태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 중인 최모(여)씨는 최근까지 시중은행과 2금융권 등으로부터 1억원 가까운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 주거래은행은 물론 기업은행 소상공인 대출, 그리고 모 저축은행에서도 돈을 끌어다 썼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월세와 전기세,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50~ 60%도 안 된다"며 "지금은 전부 빚을 내서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이자는 연 14~15% 수준으로 높다. 하지만 시중은행 등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았기에 이자부담을 떠안으면서도 2금융권까지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모자라 남편 명의로도 2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다. 최씨는 "빚을 내서 가족들 인건비를 주고 있다. 빚은 우리 부부만 혼자 안고가고 아이들 앞으로 빚은 없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3분기 1천조 원을 넘어선 이후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잔액 가운데 71.3%인 737조 5천억 원은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을 '다중채무 자영업자'로 분류하는데, 최씨와 비슷한 처지의 대출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계신용과 중소기업(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포함) 대출을 서민금융으로 가정하면 '서민금융의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들은 불경기를 맞아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줄어들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어렵고 다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상환해야 하는 굴레에 내던져진 셈이다. 은행권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현재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취약계층과 기업의 채무 불이행 등 '신용 리스크'가 우리 금융시스템의 핵심 리스크로 부각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늘어난 연체율 원인…빚내서 빚값는 취약차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올해 상반기 정부의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으로 가계대출은 주춤했지만 취약차주들의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행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 664점(과거 기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취약차주들의 빚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94조8천억 원으로, 1년 새 1조2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경기 부진과 양극화 심화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대출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의 올해 1분기 대출잔액은 104조 6천억 원으로 1년 전(88조8천억 원)보다 17.8% 급증한 것으로 한은은 추산하고 있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 증가율(7.6%)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지난 2021년부터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급격히 올리면서 전체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취약차주의 대출은 오히려 늘었고 대출 건전성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취약차주의 가계 대출 증가로 금융회사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경고음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각각 0.3%, 1.71%였다. 은행권 연체율은 지난 2019년 11월(0.3%)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올해 1분기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로 전분기(0.65%)보다 0.3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대부업체들이 치솟는 연체율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앞다퉈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대부업 상위 69곳이 신규 취급한 대출은 957억 원으로 1년 전(4298억 원)보다 급감했다. 이 기간 신규 대출 이용자도 3만1274명에서 1만2737명으로 줄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과 일부 직장인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결국 전체 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경기 둔화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추가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자가 증가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취약차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를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시행하면서 대비하고 있지만 이 방안이 위기를 해결할지 유예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위기를 수차례 중간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빚을 빚으로 갚는 형태 경계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금융권에선 오는 9월이면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만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를 타고 있는 것 역시 위험신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취약차주 문제도 위험 요소"라면서 "연체율 증가가 눈에 띄는 가운데 원리금 상환 유예 중단 이슈 등에 따라 위험 가능성이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위험률(5영업일 이상 연체 및 세금체납자 대출 비율)이 3.1%까지 상승할 수 있고, 이중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와 취약차주의 건전성 악화 배경에 '빚을 빚으로 갚는 형태의 지원'이 도드라졌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말 소액생계비 대출 정책 상품을 내놨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저신용 취약계층에게 연 15.9%의 금리로 최대 100만 원까지 생계자금을 지원해주는 게 골자다. 해당 상품 예산은 1천억 원인데 약 3개월만에 이미 389억 원이 소진됐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금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소액생계비 대출 출시 당시에도 당장 취약차주들이 불법 대출로 유입되는 것을 지연할 수 있어도 '또다른 대출'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태윤 교수는 "연체율 증가로 취약차주가 더욱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실질적인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금융 형태의 대출이 확대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출 상환 유예 등의 지원과 함께 재정적인 지원으로 뒷받침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이사장은 "고름을 덮는다고 다시 살과 피가 될 수는 없다. 진짜 빚을 갚을 수 없는 차주에게는 채무조정 등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대출을 계속 해줘 결국 다중채무자들의 '돌려막기'가 되도록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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