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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은 더 받고 임대는 빼고?…압구정에 붙잡힌 신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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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적률은 더 받고 임대는 빼고?…압구정에 붙잡힌 신통기획

    지난 2021년 9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지난 2021년 9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현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보통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이 걸리는데 이를 2년으로 단축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2월에 지정된 대상지 21곳은 모두 신통기획이 확정됐고, 올해 안에는 정비구역 지정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신청을 철회하는 곳도 생기는 등 시큰둥했던 대형 재건축 단지들도 이 '속도'를 보고 줄줄이 신통기획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을 필두로 강남과 여의도 일대의 이른바 한강변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이 신통기획에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외려 담당자들의 고충은 더 커졌다.
     
    수 십 년 동안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거의 반포기 상태에 있던 지역 주민들은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이 가시화되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만큼 담당자들의 보람도 크다.
     
    반면, 큰 재산이 걸려있는 부촌 지역 재건축을 신통기획으로 추진할 경우 공공기여 부분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요구가 많아 이들을 설득하고 조율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거의 주민 전체가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신통기획 관계자의 말이다. 게다가 한두 다리 건너면 고위직과 연결된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많아 소위 '부자 동네'의 신통기획은 그 피로도가 훨씬 더 높다.

    용적률 300% 받고 60% 더…임대는 없고  

    압구정 지구 신속통합기획 예상도. 서울시 제공 압구정 지구 신속통합기획 예상도. 서울시 제공 
    그렇게 위태위태하던 부자동네 신통기획은 결국에는 서울에서도 최고 부촌인 압구정 아파트 지구에서 사달이 났다. 그 유명한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모여있는 압구정 3구역 조합원들이 신통기획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설계안을 선택한 것이다.
     
    서울시는 압구정 3구역에 대한 신통기획안을 확정하고 최대 용적률 300%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한강변 35층 규제를 풀고 역동적인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만든다는 명분 아래 최고 50층 내외까지 올릴 수 있는 파격적인 용적률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조합원 투표에 앞서 용적률 300%에 60%를 더 얹은 설계안을 내놨다. 이를 알게 된 서울시가 재건축 공모절차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조합 측은 희림이 투표 당일 용적률 300% 수정 설계안을 제시하자 조합원 투표를 강행, 희림의 설계안을 선택했다.
     
    더구나 희림 측의 설계안에는 임대주택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공기여로 임대주택을 넣고, 임대와 분양이 구분되지 않도록 동일하게 설계한다는 이른바 '적극적 소셜믹스' 지침도 반영하지 않은, 그야말로 대놓고 신통기획의 지침을 거스른 설계였다.
     

     "압구정도 예외없다" 초강수 두는 서울시 

     서울시 제공서울시 제공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공약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서울시에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과 단위의 조직이 만들어져 있고, 여기에 더해 각 대상지마다 민간에서 초빙한 도시계획전문가와 건축전문가들이 배치된다.
     
    또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상지마다 2명씩 신통기획 코디네이터도 배정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신통기획에 반영하고, 공공기여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재건축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신통기획 대상지는 이처럼 세금으로 마련한 서울시의 자원을 가져다 쓴다. 용적률 완화와 같은 규제완화 혜택도 파격적이다.
     
    그런데 '속도'와 '용적률 완화'라는 알맹이만 챙기고 '공공기여'라는 공익을 외면한다면 신통기획에 남는 것은 결국 '특혜' 시비 뿐이다.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서울시는 압구정 3구역에 재건축 공모절차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설계사인 희림을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서울시 어느 단 한 곳의 사업장도 예외로 진행된 곳이 없고 압구정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조합 측은 재공모에 대해 이렇다 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파열음은 더욱 커져가는 모양새다.
     

    '쓴맛'은 압구정 3구역만?

     

    서울의 요지에 커다란 자산을 십수년 째 묻어놓고 기다린 조합원들이 신통기획이 제시한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사실 눈앞의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잘 나가던 신통기획이 지금 압구정에서 '쓴 맛'을 보고 있는 현 상황은 부자 동네 재건축 단지들을 신통기획에 합류시킬 때부터 예견됐던 부분이다.
     
    서울시가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강남이나 여의도 그리고 목동 재건축 단지 등이 줄줄이 신통기획에 합류하거나 합류할 계획인 상황에서, 압구정 3구역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게다가 1년에 한차례 정하던 신통기획 대상지를 이제는 수시 신청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전월세난, 특정시기 주택공급 과잉 등 부작용에 대한 고려마저도 후퇴한 상황이다.

    신통기획이 정비사업의 난제를 푸는 것을 넘어, 사업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압구정 3구역 사건은 신통기획의 중간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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