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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출산 2%'인 韓…비혼 출산이 초저출산 대안? "글쎄"



인권/복지

    '혼외출산 2%'인 韓…비혼 출산이 초저출산 대안? "글쎄"

    결혼상대 찾지 못한 이성애자부터 성소수자 커플까지 수요 ↑
    국민 35% "無결혼 자녀 가능"…'색안경' 끼고 보던 시선 바뀌어
    '다양한 가족' 포용 바람직하지만…출산율 반등요인 되긴 어려워
    "여건 안 돼 인공임신중절 택하는 젊은 커플 등 정부지원 넓혀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한국에서 '출산'은 결혼에 뒤따르는 부산물로 여겨져 왔다. 2000년대 이후로는 아이 없이 부부끼리 지내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하나의 현상으로 회자됐지만, 이 역시 임신·출산은 기혼가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란 전제가 있었다. 부모보다 배우자로 남고자 한 딩크족들은 때때로 '이기적'이라는 뒷말을 감수해야 했다. 미혼인 상태로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경우는 자연히 소수였고, 사회적 약자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결혼하지 않는 삶(非婚)'을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 중 아이를 원하는 여성도 비례해 많아진 것이다. 신체적·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덜컥 임신을 한 산모들과 달리 이들은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자립기반이 갖춰진 경우가 많다. 지난 2020년 11월 자국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아들 '젠'을 낳은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는 '비혼 출산'이 더 이상 도발적 상상이 아님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새로운 예시가 추가됐다. 2019년 미국 뉴욕에서 동성 연인과 혼인신고를 한 김규진(31)씨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임신 8개월'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커플의 임신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아이 생각이 없었다는 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 주재원으로 일하면서부터 출산·양육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심이 선 뒤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성애자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는 사유리씨나 동성 파트너와 가정을 이룬 김씨는 비혼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음을 시사한다.
     
    국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내놓은 '2022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3명 중 1명' 꼴(34.7%)로 2년 전에 비해 4.0%p 올랐다.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0%인 반면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65.2%로 2012년 이후 줄곧 증가세다.

     
    통계청 '2022 사회조사 결과' 중 발췌. 통계청 제공통계청 '2022 사회조사 결과' 중 발췌. 통계청 제공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재의 초저출산 국면을 타개할 대안으로 비혼 출산의 제도화와 관련지원 강화를 꼽는다. 작년 혼인 건수가 19만 2천 건으로 역대 최저를 갈아치우고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또한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현실이 반영된 절박함이다.
     
    출산율이 배로 높은 프랑스(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 약 1.8명)를 들어 부모의 결혼 여부·가정 형태와 무관하게 각종 수당과 보육혜택 등을 균등화하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성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을 기본값으로 보는 인식의 틀을 더 과감히 깨는 제도적 변화가 이뤄져야, '그 외' 잠재된 출산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계산이다.
     
    실제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회구조상 여성에게 결혼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저출산 원인을 '보수적 사회 규범'에서 찾았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비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도 제언했다.
     
    지난달 20일 한반도미래연구원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혼 인구가 비혼 가정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단 점이 우리나라와 OECD 주요국과의 결정적 차이"라며 비혼 출산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동반가정 등록제(가칭)' 시행을 제안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동거인에게 부모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각자의 재산을 관리·처분할 수 있는 별산제 등을 기혼 부부와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 비혼 동거, 혈연관계가 아닌 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은 분명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다. 국회에서도 결혼으로 묶이지 않은 두 성인을 혼인관계에 준한 '가족'으로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이 이미 발의된 상태다.

    다만, 이는 정책적 당위성이지, 실질적인 출산율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론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비혼 출산율은 2018년 기준 2.2%로 OECD 평균치인 40.7%나 유럽연합(EU) 평균(41.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혼외출산'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은 바뀌고 있지만, 통계 자체는 1995년 1.2%→2006년 1.8%로 오른 이후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저출산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프랑스(60.4%), 스웨덴(54.5%)은 전체 출생아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 가능한 곳은 같은 동아시아권인 일본(2.3%) 정도다. 설령 정부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 등을 적극 뒷받침한다 해도 이 비율이 갑자기 뛸 것으로 내다보기는 무리란 얘기다.

     
    주요국의 비혼 출산 비율 추이(1995, 2006~2018). 국회입법조사처 제공주요국의 비혼 출산 비율 추이(1995, 2006~2018).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대체로 결혼한 커플이 아이를 가질 확률이 동거 커플보다 높은 경향성을 보인다는 선행 연구들도 있다.
     
    독일에 본부를 둔 노동경제학연구소(IZA) 등이 지난 2007년 펴낸 연구보고서(저자 미국 클라크대 Junfu Zhang 교수 등)에 따르면, 동거는 결혼에 비해 지속기간이 짧고 와해될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파트너끼리 서로를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옅기 쉽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혼부부의 임금이 비혼 커플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보니 주(主) 양육자가 경제활동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생활에 가는 부담이 적다는 게 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2022)에서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다. 한국은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기혼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성의 경우,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는 6.9%(2016년 기준)였던 데 반해 10분위는 82.5%였다. 여성도 부모 가구소득에 따라, 결혼을 경험할 가능성이 갈렸다(1분위 34%-4분위 75%).
     
    기혼 출산이 대부분인 국내에서 이는 자연히 분만 곡선으로 연결된다. 박선권 조사관은 "(건보료) 분위별 분만건수 비중은 저소득층에서 축소되는 반면 고소득층에선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내 여건 상 비혼출산을 선택해도, 제도적으로 너무 불리한 점이 많다는 것도 한계다. 연말정산 시 인적공제 등이 법률혼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은 단적인 예다. 때문에 출산율 제고를 위한 목적이라면 비혼 출산 활성화보다는 위기임산부 등에 대한 지원 확대가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유재언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법률혼 제도가 너무 딱딱하고 특히 2030 청년세대의 반감을 부르는 상황인 것은 맞다. 가족의 다양성과 성평등 등을 위해 경직된 결혼문화가 바뀌어야 된다는 데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유의미한 합계출산율, 출생아의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그보다는, 지난해 기준으로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한 3만 건 정도로 추정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작년 출생아 수가 24만 9천 명이었는데 만약 그 태아들이 태어났다면, 합계출산율의 소수점 정도는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혼인 상태가 아닌 20대 등 젊은 커플들이 결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의 임신중절을 택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사회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한다면 동거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출산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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