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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위기의 중국경제와 기로에 선 한중관계[베이징 노트]

    핵심요약

    제로코로나 전환에도 수출.소비 모두 부진의 늪
    경제위기에 콧대 높던 중국도 외부에 손 내밀어
    악화일로 한중관계 개선 기회…고위급 소통 시작
    자존심 세우다 경제적 손실 커…실리부터 챙겨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제로코로나 전환 이후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중국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어 해외투자 유치 등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강경일변도였던 중국도 미중 고위급 회담 재개를 비롯해 경제 위기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어 그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도 무르익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소비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 경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수출액은 2,85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지난 5월(-7.5%)에 비해 감소폭을 더 키웠다.  

    특히, 6월 수출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020년 1~2월(-17.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팬데믹 기간 만큼이나 중국의 수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6월 수입액 역시 2,14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5월(-4.5%)에 비해 감소폭을 키웠다. 월간 수입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관총서 뤼다량 통계분석국장은 "현재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지정학적 충돌이 계속되는 등 중국 대외 무역의 안정적인 성장이 여전히 큰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수출 뿐만 아니라 소비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를 기록했다. 제로코로나로 전환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동안 CPI 상승률은 0.7%에 불과했다.  

    이는 제로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중국 경제의 쌍끌이 성장동력인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투자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1분기 200억 달러(25조5천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부진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앞서 해관총서의 분석대로 현재 중국의 수출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인데 이는 단기간에 해소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마음이 급해진건 중국이다. 여전히 미국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그동안 강경일변도를 유지하던 중국 정부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콧대 높던 중국도 손 내밀었다


    '디커플링'(공급망 등 배제)에서 '디리스킹'(위험 제거)로 대중 견제 기조를 먼저 바꾼건 미국이지만 중국 역시 못이기는척 미국의 요구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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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미국 국무장관 자격으로는 5년 만에 중국을 찾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만나는 등 양국 고위급 소통의 물꼬가 트인 이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했다.  

    여기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중국 측은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을 환영하며 이에 대해 미국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의 구체적인 방중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조율 중인 해외 고위급 인사의 방중 사실을 중국 정부가 먼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규제와 관세 등을 다루는 주무 부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과 격화되고 있는 양국간 갈등으로 그동안 고위급 소통이 사실상 실종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소통의 붓물이 터진 셈이다.  

    이렇게 중국이 그동안 본체만체하던 미국의 소통 요구를 수용한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중국 경제의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은 14억 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가진 경제대국이지만 내수 만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기엔 역부족이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불확실성과 불안이 일상화된 국민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믿었던 내수도 부진하다.

    이에따라 콧대 높던 중국도 못이기는척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외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경제의 위기…한중관계 개선의 기회


    주목할 대목은 중국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 시점이 그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던 한중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에 대해 "불에 타 죽는다"(친강 외교부장)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측의 태도 변화가 눈에 띈다. 비판 대열에 앞장섰던 중국 관영매체들이 최근들어 잠잠해진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실종 상태였던 고위급 회동의 물꼬가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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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지난 14일 성사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간 회담은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에 대해 양측은 소통.교류 강화, 상호존중, 선린우호 등 온갖 미사어구로 가득찬 보도자료를 내놨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박 장관이 "생산 및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고 언급했다는 부분이다.

    박 장관이 실제로 이같은 말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중국 측이 한국에 가장 바라는 부분이 바로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 강화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과 미국간 고위급 소통이 한창이지만 반도체 공급망을 놓고 벌이는 양측의 줄다리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강국' 한국의 역할이 중국 입장에서는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이 원하는 경제적 실리를 매개로 한중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은 상황이고, 우리 정부는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오히려 한국 입장에서는 기회"라며 "반도체 공급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간 중재에 나서 달라는 것이 중국의 속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중관계, 자존심 보다 경제적 실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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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우리 정부가 국내 반중(反中) 정서에 기대 '강하게 나갔더니 오만하던 중국도 머리를 숙였다'는 식의 자가당착에 빠져 양국 관계개선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이후 월간 대중 무역수지는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는 한중수교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5월까지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18억 3천만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수지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2%에 달한다. 지난 2010년 이후 2021년까지 11년 동안 대중 무역수지가 연평균 455억 9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강하게 나갔더니 중국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감수해야할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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