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석영 PD가 준비를 해왔는데 어떤 주제죠?
◆ 조석영> 러시아판 위화도 회군. 러시아 용병 그룹 바그너의 반란 사태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총정리 해보겠습니다. 일단 시작은 모스크바 시각으로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였습니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대표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동영상 하나를 공개했는데요. "러시아가 돈바스 주민들을 학살하고 수년에 걸쳐 폭격했다. 우크라이나의 실질적 위협이 없지만 러시아 지도자들의 부패와 헛된 명예욕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말했습니다.

◆ 신혜림> 러시아 편에서 싸우던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왜 러시아 정부를 비판을 한 거죠?
◆ 조석영> 바그너 그룹이 용병 집단이라고 그랬잖아요. 쉽게 말해 '전장에서 총알받이 하고 있는데 러시아 정규군의 지원이 너무 없다. 러시아 국방부의 쇼이구 장관이 우리를 뒤에서 공격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프리고진을 무장반란 혐의로 기소했구요. 그 다음 날인 24일 오전 7시 반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전 지휘 사령부가 있는 로스토프나도누라는 데서 두 번째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광대라고 조롱하면서 "대화하러 와라"고 도발을 하더니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서 진격해서 올라오기 시작한 겁니다.
◇ 채선아> 바그너 용병 집단이 모스크바로 향해 오는 그때, 푸틴은 뭐 하고 있었나요?
◆ 조석영> 잠시 후인 오전 10시에 푸틴이 등장합니다. TV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데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배신자다"라면서 반역 가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프리고진은 한마디도 지지 않아요. "우리는 배신자가 아니라 애국자다. 조국을 위해 싸웠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다"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 채선아> 일촉즉발 상황인데 이대로 갔으면 내분이 크게 번질 수도 있었어요.
◆ 조석영> 그렇죠. 몇 시간째 전운이 감도는가 싶더니 오후 8시 30분에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러시아 영토에서 유혈 학살이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서 양측의 협상을 중재했다" 이렇게 밝혔는데, 오늘까지도 푸틴이랑 세 번 정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리고진은 모스크바 200km 지점까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구 정도까지 왔다가 돌아가겠다고 했고요. 푸틴 대통령 대변인도 "프리고진에 대해서 기소를 취하하겠다" 원래 반란을 일으켰으니까 처벌해야 되는데 기소 안 하겠다고 하고,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주말까지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6월 24일 오후 11시 바그너 그룹이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나면서 일단락이 되는 것 같았는데 그 뒤로 지금까지는 일단 푸틴과 프리고진의 공식 행보는 없습니다.
◆ 신혜림> 지금까지 상황은 알겠는데, 이 프리고진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거죠? 바그너라는 그룹도 생소하고요.
◆ 조석영> 바그너 그룹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보면, 2013년에 창립했다고 알려져 있는 민간 군사 기업인데 말이 좋아서 군사 기업이지 용병 집단입니다. 러시아가 2014년에 당시 우크라이나 소속이었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국제무대에 등장하는데요. 민간인 학살이나 고문 같은 걸 비롯해서 온갖 종류의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여기저기서 러시아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 신혜림> 공식 군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 조석영> 오히려 공식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거죠. 중앙아프리카를 지금 장악해서 이권을 챙기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요. 북한이 이 바그너 그룹의 무기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미국 백악관이 바그너 그룹을 국제 범죄 조직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 채선아>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 같아요. 국제 용병 집단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도 놀랍고 정부에서 직접 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일을 대신 처리해준다는 게.
◆ 조석영> 그렇죠. BBC에서 바그너 그룹을 취재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보수가 좋은 직업을 찾는, 작은 마을 출신의 남성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전투에 배치되면 최대 월2천 달러를 받는데, 이게 한국 돈으로 260만 원 정도거든요. 적은 돈 같기도 하지만 그 지역에서는 높은 수입이었던 거죠. 이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프리고진이라는 사람도 지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 신혜림> '푸틴의 요리사'라는 수식어도 있고, 또 '도살자' 이런 수식어도 있더라고요.
◇ 채선아> 제가 본 수식어는 '군 미필의 소시지 업자다'
프리고진과 푸틴 (연합뉴스)◆ 조석영> '푸틴의 충견'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강도를 저질러서 감옥에 7년간 수감됐던 범죄자 출신이에요. 출소 후에 핫도그 장사를 했는데 대박이 난 겁니다. 이게 너무 잘 돼서 러시아 전역에 지점이 생겼다고 하고요.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하나 열었는데 여기서 푸틴이 일본 총리도 만나고 미국 대통령도 만나고 하면서 인연을 맺었고요. 푸틴의 생일이나 크렘린궁에서 연회를 할 때 케이터링을 이 프리고진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까지 생긴 거죠.
◇ 채선아> 굳이 푸틴이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프리고진의 손맛이 특별했던 거 아닐까요
◆ 조석영> 손맛이 대단한 사람이었나봐요. 음식 만드는 좋은 일 하는데 그 손을 계속 쓰지, 나쁜 일 하는 손으로 쓴 게 문제인데요. 푸틴의 최측근으로서 바그너 그룹을 만들고 러시아 국방부나 군대가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 해결사로 나선 게 이 프리고진입니다.
◆ 신혜림> 지금 댓글 중에 "옛말에 독재자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이 제일 믿음이 가는 심복이라더니"란 얘기가 있네요.
◆ 조석영> 전문가들도 그런 분석을 하는 게, 독재자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잘 가까이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매일 가서 얘기하는 사람, 또 음식을 믿고 맡기는 사람일 정도면 심복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러시아 국방부나 군대가 움직이기 어려울 때 이 프리고진이 해결사로 나섰어요. 예를 들면 미묘한 정치적 개입이 있을 수 있죠. 힐러리와 트럼프가 붙었던 몇 년 전 미국 대선 때 프리고진이 개입했다는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가 되기도 했고요. 작년에는 자기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어요.
◆ 신혜림> 푸틴 입장에서는 궂은 일 다 해준 사람이네요. 갑자기 그 사람이 반란을 일으킨 거니까 엄청 당황스러웠겠는데요?
◆ 조석영> 그래서 푸틴의 입장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의 한 장면에서 가져온 대사인데, 외신들의 평가는 물론 국내 전문가들도 '푸틴의 리더십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심지어 러시아 국민들의 바그너 그룹에 대한 반응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속속 올라왔는데요.
◇ 채선아> 시민들이 다들 이 용병 집단의 손을 잡고 있네요.
◆ 신혜림> 인기가 엄청 많은가 봐요.
◆ 조석영> 이 바그너 그룹도 러시아 입장에서 싸웠던 사람들이고, 사실 지금 푸틴이나 러시아 정부가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고 발표를 하고 있는데, 이걸 보면 생각보다 안 그런 거 아니냐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사회가 아니다 보니까 저희가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바그너 그룹이 일사천리로 모스크바 근처까지 쭉 진격을 했거든요. 이거는 러시아 정규군의 저항이 거의 없었다는 거죠. 같이 싸웠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건지, 정확한 내용은 차차 알려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푸틴 대통령이 TV 연설에서 "배신자가 등에 칼을 꽂는 상황이다. 응징하겠다" 이런 얘기까지 했는데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유혈 사태는 막았지만, 푸틴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망신살이 뻗쳤다는 게 주된 평가입니다. 그래서 당장 러시아 정치판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 채선아> 러시아 정치권이 불안정해진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 조석영> 앞서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오히려 우리를 뒤에서 공격했다'는 주장을 했잖아요. 이번 반란이 그동안 러시아의 군사 권력을 둘러싼 알력 다툼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푸틴이 지금 아랫사람들 관리도 못하고, 군사 권력을 가진 수하들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는데 교통정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푸틴의 통제력이, 쉽게 말해서 '말빨이 제대로 서고 있냐' 이런 의심들이 러시아를 통치하는 엘리트들 사이에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인 거죠.
◆ 신혜림> 듣다 보니까 푸틴이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어떤 액션을 취할 것 같긴 한데요.
◆ 조석영> '프리고진도 푸틴의 암살 리스트에 올라가는 거 아니냐. 아프리카 정글에 숨어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요. 아직 확인된 건 아니지만 저희 방송 들어오기 직전에 이미 러시아 수사당국에 잡혀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이것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이 좀 갈리는데요. 바그너 그룹이 지금 병력을 빼서 벨라루스로 갔잖아요. 이게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고요. '아니다. 푸틴이 더 세게 나올 거다'라는 주장도 있어서 아직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죠. 사실 우리로서는 전쟁이 빨리 끝나야죠. 지금 사람이 몇만 명이 죽었는데 이 비극이 빨리 끝나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될 텐데요, 당장에는 러시아랑 같은 쪽에 있는 중국과 북한이 지금 상황을 또 민감하게 볼 거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 채선아> 여기서 갑자기 북한이랑 중국이 나오네요.
◆ 조석영> 중국과 북한은 권위주의 체제잖아요. 푸틴처럼 시진핑과 김정은의 1인 리더십을 유지하는 국가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푸틴이 반란을 겪은 거죠. 우리처럼 촛불 들고 집회하고 탄핵하고 이런 절차를 밟는 게 아니라 총이랑 장갑차를 갖춘 군인들이 수도로 진격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시민들이 지지까지 했어요. 위협을 느낄 수 있죠. 이러면 자기 권력을 좀 더 챙기면서 소위 체제의 내부 단속에 들어가지 않겠느냐
◆ 신혜림> '나한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하면서
◆ 조석영> 뭔가 더 통제가 심해지거나 숙청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사실 중국은 리더십이 좀 다르고, 북한 같은 경우에는 아예 푸틴처럼 권력을 나눠주지도 않았다는 분석도 있긴 합니다. 어쨌든 우리 나라 입장에선 이들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이냐. 중국과 북한이 체제에 위협이 되는 듯한 정책은 더 안할 거잖아요.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거냐, 이걸 우리 외교 당국이 고민해야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주말 사이 있었던 러시아의 반란 사태 총정리해 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