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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도 산식도 허술…최저임금 '대수술 시급'



사회 일반

    시스템도 산식도 허술…최저임금 '대수술 시급'

    편집자 주

    당장이라도 올 것 같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이제야 코앞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은 한치라도 나아졌을까. 노동자들의 소득안전망은 한뼘이라도 뿌리를 펼쳤을까. CBS노컷뉴스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흔드는 위협들을 찾아살핀다.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찾으며

    [빛바랜 꿈,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넘으며⑤]


    연합뉴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5년 전 가계부 비교해보니…'벼랑 끝' 최저임금 노동자
    ②최저시급 올라도 내 월급 그대로 '숨은 방정식'
    ③그나마 기대는 '최저임금' 앞장서서 힘빼는 정부
    ④"최저임금도 못받아요"…최저임금 '제도 밖 노동자' 급증
    ⑤시스템도 산식도 허술…최저임금 '대수술 시급'
    (끝)

    시간당 9620원. 최저임금이 무섭게 오른다고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생활비에 빠듯하게 가계부를 정리하고, 매달 '마이너스'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 쉰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목소리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터져나온다.

    매년 이맘때면,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와 사용자 측의 줄다리기 협상이 반복된다. 올해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논의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다. 매년 달라지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금액에 올해는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노동자는 물론 사용자조차 앞날을 예측하기도, 삶을 계획할 수도 어려운 현실이다.
       

    근거도, 결과도 그때 그때 다른 최저임금 인상률


    최근 최저임금과 인상률은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으로 나타났다.

        '들쑥날쑥'한 인상률에 다음 해 최저임금을 예측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올랐지만,  2020년부터 2022년에는 그 반작용으로 역대 최저 수준의 낮은인상률을 기록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생계비를 놓고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최임위는 해마다 비혼단신근로자(혼자 사는 무주택자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 생계비를 조사해 왔다. 하지만 표본이 작고 부양가족 있는 가정의 생계비 부담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8명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정아 부연구위원이 지난 7일 '최저임금 인상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구 유형별 적정생계비는 1인 가구는 243만 4천원이지만, 2인 가구는 372만 4천원, 3인 가구는 519만원으로 급증한다.

    이를 근거로 노동계는 가구 생계비 등을 고려해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은 1만 2210원이 돼야 한다고 한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은 255만 1890원으로, 이조차 2·3인 가구의 적정생계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비혼 단신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제 생계비를 조사·발표하고 그걸 기준으로 삼는다"며 "비혼 단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구 단위로 생계를 하는 만큼 가구 단위 생계를 기본으로 고려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혼과 저출산이 먹고 살기가 팍팍한 상황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일정하게 가구 생계를 기본으로 생계비 책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도 '공익위원 산식'으로 결정? 방향 잃은 최저임금 제도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서울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매년 진행되는 최저임금 논의에서 법에 근거한 4가지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느냐고 묻는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은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 공식으로만 결정된 탓이 크다.

    올해 최저임금, 즉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를 거쳐 나온 9620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값에서 취업자 증가율을 빼는 간단한 계산으로 도출됐다.

    이는 경제학에서는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을 내는 공식이다. 경제 전체의 생산 증가에서 노동자 한 명이 기여한 정도를 나타낸다. 지난 몇년 동안 박준식 최임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산정 근거로 내세우면서 '공익위원 계산식'이라고도 불린다. 공익위원들이 올해 최저임금 논의에도 문제의 '공익위원 계산식' 산식을 다시 들고 나온다면, 노동자 내부의 소득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제도 목적은 또다시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결정 산식은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산식으로 사실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며 "이는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증가한 만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증가시키고 전체 노동자의 임금이 증가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현상 유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 노동 생산성 증가분만큼 노동자 임금이 인상하고 그만큼 최저임금이 인상하면 사실 현재의 어떤 소득 분배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보장이지만, 경제적 기준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정한다"며 "생계비나 소득분배율 같은 생활보장적 성격을 갖는 지표를 중심으로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저임금 노동자 비중(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은 지난해 처음으로 늘었다. 2013년 24.7%에서 2021년 15.6%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줄었지만 지난해엔 16.9%로 1.3%포인트 늘어난 수치를 보여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비상신호'가 울려퍼진다.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것부터 문제다.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는 '경제성장률 전망'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더하고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을 더해서 결정했다. 어떤 해에는 '산입범위확대 임금감소 고려분(2019년)'이, 또 다른 해에는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분'(2017년)이 최저임금 논의로 끌려와 사용됐다

    심지어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인상률을 전년 5.1%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는 등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렸다"는 식(2012년)으로 '포괄적 해설'만을 근거로 내놓기도 했다.

    '노·사·공익 3자 대화' 간판 아래 몰아치는 정부 입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최초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최초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의 위원이 참석한다. 현재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구속돼 김만재 한국노총 위원장을 근로자위원으로 새로 위촉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낸  최초 요구안을 놓고 격차를 좁혀가며 진행한다. 노사 양측이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보니 사실상 공익위원 9명이 제시하는 중재안이 곧 결론으로 이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김종진 이사장은 "공익위원은 정부가 지명하다보니 정부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여야의 몫이 나뉘어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체계처럼 공익위원 선정 방식을 바꾸면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여당 추천,야당 추천, 시민사회 추천으로 각 3명씩 나누면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공익위원이 균등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정액 방식이 지난 2년처럼 원칙 없이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독립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최저임금 공약을 제시하고, 수시로 '적정 수준'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최임위의 독립성이 바로 서지 못한 증거라는 목소리도 있다.

    명지대학교 우석진 경제학과 교수는 "공익 대표의 모집단을 넓혀서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인물이 참여해야 한다"며 "최저임금과 직접 생계가 닿아 있는 사람들을 대체할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최저임금…"중장기 로드맵 그려야 시민들 안심"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고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경제 성장 발전에 기여한다. 이게 최저임금 1조의 목적이에요"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통해 어떤 효과를 달성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명목상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실질 최저임금은 뚝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매년 반복되는 인상률과 최저임금 결정 액수에만 논의의 초점을 두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최저임금 로드맵'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으로 2, 3년 정도, 더 나아가 5년 이상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큰 틀에서나마 짐작할 수 있어야 생계가 팍팍한 노동자도, 인건비 걱정에 골머리를 앓는 사용자도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OECD 혹은 ILO 기준으로 우리가 적어도 연간 2-3%씩 빈곤을 줄여야 한다는 (합의)에 맞춰 '최저임금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몇 퍼센트씩 올라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은 고려를 해본다 등 이런 기준과 원칙을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이라도 탄탄하게 최저임금의 중장기적인 제도 시스템의 구조적 개혁을 논의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최임위도 장애 노동자부터 시작해서 고령 노동자 문제 등 최저임금 미만 사각지대 해소 방법 등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의 삶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안정적으로 올라야 한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오민규 연구실장은 "2017년 대비 2018년 중위임금이 크게 올랐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라며 "하지만 2019년 대비 2020년 중위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2021년에도 거의 제자리걸음을 걸어 2년 연속 2019년 중위임금보다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명목상 실질임금은 올라도 실질임금이 떨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 2210원을 제시한 가운데,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임위는 오는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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