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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현장]미·사우디 '골프 합병'이 의미하는 것은?



미국/중남미

    [워싱턴 현장]미·사우디 '골프 합병'이 의미하는 것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6일(현지시간) 미 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전격 합병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LIV 골프는 막대한 상금을 내걸며, PGA 선수들을 빼갔다. 이에 PGA는 LIV 골프 가담 선수들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등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처럼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지내던 둘이 너무나도 갑자기 '깜짝 합병'을 한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사실상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LIV 골프에 큰 선물을 안긴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합병으로 골프 불모지였던 변방의 사우디가 세계 골프의 중심으로 우뚝 자리매김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통적 우방이었던 사우디에 이처럼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이유는 뭘까.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양국의 관계가 틀어진 사이,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면서 미국이 적잖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18년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가 튀르키예에서 사우디 정보요원에 살해되면서 미·사우디 양국간 갈등은 싹을 틔웠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그에게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달랐다. 빈살만을 살인자로 칭하며 국제무대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외교행보를 펼쳤다. 당시 미국에서도 막대한 셰일오일이 나오는 등 '중동 원유'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든 것도 이같은 바이든의 판단에 힘을 보탰다.
     
    사우디 후원 LIV 골프대회. 연합뉴스사우디 후원 LIV 골프대회. 연합뉴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지난해 7월 사우디를 찾아가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 이에 빈살만 왕세자는 오히려 '감산 카드'로 망신을 줬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빈살만에게 '면죄부' 선물을 발송했다. 미 연방법원이 행정부의 요구대로 빈살만 왕세자의 면책특권을 인정해 법정에 세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빈살만은 한술 더 떠 중국과 밀착했다. 지난해 12월 수도 제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우리 돈 38조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맺었다. 사우디는 몇 달 전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과 비교가 될 정도의 의전과 융숭한 대접을 시 주석에 베풀었다.
     
    올 3월에는 중국의 중재하에 '앙숙' 이란과 7년 만에 관계를 정상화했다. 공교롭게도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에 도착한 6일,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문을 다시 열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던 중동 지역에서 중국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내상을 크게 입은 것이다.

    블링컨 장관의 빈살만 왕세자 접견 후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사우디와 80년 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블링컨 국무장관도 7일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외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가장 밝고 강력한 중동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며 "우리 비전의 핵심은 중동이 보다 안정되고 번영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바라는 미국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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