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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지령문 오독…왜 하필 그때 전화는 불통이었나



서울

    [딥뉴스]지령문 오독…왜 하필 그때 전화는 불통이었나

    민방공 경보 종류, 대피요령 등 정보 부족도 혼란에 한몫
    정부 뒤늦게 경보문구 개선 등 대책 마련 나서

    서울시가 발령한 '위급재난문자'서울시가 발령한 '위급재난문자'
    사태의 발단은 경계경보 발령을 알리는 지령방송 문구였다.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가 탐지된 시각은 5월 31일 오전 6시 29분. 1분 뒤인 6시 30분에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발령됐고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는 동시에 각 지자체 통제소에 지령방송을 공유했다.
     
    "현재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
     
    사실 전파 내용을 보면 "현재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이라고 발령 지역을 백령면과 대청면으로 제한했다. 찬찬히 읽어봤으면 혼란을 막을 수도 있었다.

    너무 긴장했다 




    하지만 CBS 취재를 종합해보면, 서울시는 재난담당 부서의 긴장도가 거의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문자를 늦게 보내 늑장 대응이라고 질타를 받았고, 또 얼마 전에는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재난 관련해서는 '선조치 후보고' 원칙이 세워졌다.
     
    이처럼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당시 서울시 담당자가 보기에 지령은 애매하게 왔고, 지령 내용을 확인하려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공교롭게도 계속 불통이었다. 통화가 되지 않자 더 이상 늦으면 안된다고 판단한 담당자는 '미수신 지역'에 서울이 포함된다고 보고, 2분 뒤인 6시 32분 서울시 전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고 사이렌이 울렸다.
     
    담당자는 이어 실제 경계경보 발령을 알리는 위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 앞서 재차 확인을 위해 수도방위사령부에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때는 통화가 연결됐다. 당시 수방사 측에서 먼저 경계경보 발령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남쪽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서울시 담당자는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 재난문자 발송 버튼을 눌렀다. 문자 발송 시간은 6시 41분. 경계경보를 발령한 뒤 9분이 더 걸렸다.  
     

    중앙통제소는 불통


    전체 상황을 따져볼 때, 높은 긴장 속에 있었던 서울시 담당자가 지령방송을 오독한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확인 전화를 받았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서울시청에서 이날 아침에 발령된 경계경보와 위급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서울시민들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장규석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서울시청에서 이날 아침에 발령된 경계경보와 위급재난문자 발송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서울시민들에게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장규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태가 발생한 당일 낮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발사체를) 남쪽으로 발사한 상황에서 1천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고 실무 담당자를 방어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발령을 둘러싼 논란은 국무조정실의 경위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뢰 훼손을 막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태의 경위와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질 필요가 있다.
     

     사이렌 종류, 문자내용, 대피소 위치..모두 '정보 부족'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은 경계경보 발령 과정에서 나타난 '정보의 부족' 문제였다.
     
    첫 번째는 경보 발령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대한 정보의 부족이었다. 이번처럼 공격이 예상되는 경계 단계에서는 1분간 평탄음, 이후 실제 공습이 발생하면 음의 높낮이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음성방송을 병행하게 된다.
     
    이번에 서울 시내 일부지역에 평탄음이 울렸지만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아는 시민들은 적었다. 다들 놀라 우왕좌왕했고, 심지어 재난방송주관사인 KBS도 관련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으며, 네이버는 접속자 폭주로 먹통이었다.
     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민방공 대피 훈련. 6년 만에 실시된 훈련은 공습상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으로 공공기관과 학교 중심으로 전국에서 진행됐다. 박종민 기자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민방공 대피 훈련. 6년 만에 실시된 훈련은 공습상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으로 공공기관과 학교 중심으로 전국에서 진행됐다. 박종민 기자
    두 번째 재난문자에 담긴 정보가 부족했다. 서울시에서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발송했다는 문자였지만 무엇 때문에 경보가 발령됐고 어떻게 대피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다짜고짜 "대피준비를 하라"고만 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대피소의 위치와 대피요령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정부는 지하철역이나 공공건물의 지하주차장 등에 대피소를 정해놓기는 했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대피소 위치를 행안부 안전디딤돌 앱 등에서 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도 적었거니와 알고 있더라도 급박한 상황에 차분히 앉아 앱을 깔고 검색을 한 뒤에 대피할 상황도 아니었다.
     

     뒤늦게 "시스템 정비" 

     


    정부는 뒤늦게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1일, 전문가 의견과 기술적 측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됐던 재난문자의 경우, 일본 정부의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과 유사하게 경보발령 이유와 대피요령 등이 함께 담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 소속 소영철 시의원이 '서울시 재난 예보·경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재난문자에 경보발령 사유와 대피방법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한편, 평소에 주민들이 대피훈련을 하는 백령도에서도 대피소 한 곳은 문이 잠겨 있는 등 관리가 소홀한 면이 드러났다. 대피소가 지정은 돼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또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홍보조차 안 된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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