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조형물 조감도. 울산시 제공울산시가 250억원을 들여 기업인의 거대 흉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간담회를 열어 사업 취지를 설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시장은 31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시가 추진 중인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은 공업도시 울산을 외부에 적극 알리고, 대한민국과 울산 발전의 주역인 기업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다소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지만 기업 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투자 대비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업의 탈울산 조짐이 있었기에 기업체 존치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했고, 그 대책 중 하나로 기업인 흉상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흉상 건립사업을 동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가 추진 중인 기업인 흉상 건립사업은 250억원을 들여 울산과학기술원(UNIST) 부지에 2명 이상의 기업인 조형물을 건립하는 것이다.
20m 높이의 기단에 30~40m 크기의 흉상이 건립되면 KTX울산역이나 울산고속도로에서 해당 조형물이 한눈에 보이게 된다.
시는 흉상 건립을 통해 기업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랜드마크 조성으로 인한 관광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사업비를 전액 시비로 확보하기로 하고, 해당 사업비가 포함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울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시는 창업주 후손과 협의를 거쳐 흉상 건립대상자 선정과 구체적인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사업 대상으로 현대 정주영 회장과 SK 최종현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크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이날 시의회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요금과 물가가 급등하면서 시민들은 지갑 걱정을 하고 있는데 울산시는 혈세로 기업인 흉상을 설치하려 한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만큼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고, 시민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보당 울산시당는 논평을 통해 "김두겸 시장은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를 울산의 랜드마크로 삼을 셈이냐"며 "기업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념물을 건립해 대대손손 기억하고 존경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울산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행정이 지녀야 할 공공성, 보편성의 가치는 온데간데 없고, 주목을 끄는 과도한 쇼와 이벤트, 선전과 홍보로 점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울산 행정이 '극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공공 경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방식으로 우상숭배적 요소마저 있는 거대한 흉상을 시민 세금으로 조성하면 친기업 도시가 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