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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전쟁에 韓 기업까지 선택 강요[베이징노트]



국제일반

    美中 패권전쟁에 韓 기업까지 선택 강요[베이징노트]

    핵심요약

    美 주도 반도체 패권 전쟁에 발담궈 볼모로 잡힌 韓 기업들
    中 제재조치에 반사이익은 커녕 불이익 우려…정부는 어디에?

    중국 반도체. 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연합뉴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22일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 결과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직후 중국 당국이 미국 기업을 콕 집어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명백히 미국을 겨냥한 결정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미국 기업을 때린 조치에 화들짝 놀란 것은 다름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그 이유는 미국이 내놓은 공식 입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핵심 동맹 및 파트너들과 관여해 중국 측 조치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왜곡 대응을 긴밀히 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언급된 핵심 동맹 및 파트너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세계 1위인 한국과 한국 반도체 기업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내용이다.

    졸지에 한국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선봉에 서게된 셈이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에 볼모로 잡힌 韓 기업들


    반도체 웨이퍼 들어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반도체 웨이퍼 들어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1년 4월 12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책 회의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글로벌 기업 경연진들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참여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를 촉구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들었는데 이 장면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미국은 이후 단순히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통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을 주저 앉히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미국은 2022년 3월 '칩4(Chip4) 동맹'을 결성해 대중국 고립전선을 구축했고, 같은해 10월에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가 하면, 올해는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내 투자를 제한했다.

    돌아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들때부터 사실상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에 볼모로 잡힌 셈이다.

    초강대국인데다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한국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발을 들였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이제는 발을 빼기 힘든 상황이 됐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동맹과 및 파트너를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때문이다.


    호재를 악재로 만든 반도체 패권 전쟁…정부는 어디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게 된 경우 능력을 갖춘 다른 기업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따라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대체재를 생산할 능력을 충분히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다 지금 두 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4조 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3조 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두 기업은 1분기에만 8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최악의 한파를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어 가격이 급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 행진의 가장 큰 이유도 반도체 수출 감소라는 점에서 이들 두 기업의 실적 악화는 개별 기업을 떠나 국가 경쟁력 문제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중국내 공급량이 줄어들면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공급량도 늘어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눈치 때문에 두팔 벌려 환영은 못하더라도 뒤에서 몰래 웃을 일인 셈이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앞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시 그 공급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메우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미국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장쑤성 누안양 반도체 기업 작업장 모습. 중국 차이신 캡처 중국 장쑤성 누안양 반도체 기업 작업장 모습. 중국 차이신 캡처 
    이와 관련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미국은 순전히 자신의 헤게모니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을 강요한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관행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중국이 제품을 달라는데도 미국의 압력 때문에 주지 못해 밉보이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현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일변도 외교정책을 펴며 이런 상황을 만드는데 기여한 우리 정부는 한가한 소리나 늘여놓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관련 사안은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바꿔 말하면 우리 기업들을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에 밀어넣는데 일조한 정부가 이제와서 '우리는 발 빼겠다'고 선언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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