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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쾅' 소리와 함께 항모 내렸다…'탑건'처럼 전투기 뜨고내려

국방/외교

    [르포]'쾅' 소리와 함께 항모 내렸다…'탑건'처럼 전투기 뜨고내려

    바다 위 미 해군 항모 니미츠함에 직접 타다

    취재진,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타고 항모에 내려
    '통제된 추락'이라 불리는 착함…와이어가 함재기를 '확' 붙잡아
    함재기 '집어던지는' 항공모함 사출…중력가속도 직접 느껴보다
    10만톤급 정규 항공모함, 1척만으로도 웬만한 나라 항공전력 격퇴
    항모강습단장 "(중국의) 강압과 괴롭힘, 유치원생들이나 하는 짓"
    "북한에 대해선 걱정 안 해…승조원들 무사히 돌려보내는 게 걱정"
    "승조원들 없이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다…듣는 것이 가장 중요"

    니미츠함에서 이함을 준비하는 함재기들. 박종민 기자니미츠함에서 이함을 준비하는 함재기들. 박종민 기자
    바다 위 항공모함에 착함은 이번이 2번째이지만, 헬기가 아닌 고정익기를 타고 착함해보기는 처음이다.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는 좌석이 역방향으로 설치돼 있는데, 만약 KTX 같은 기차였으면 멀미를 하기 딱 알맞았을 터다.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김해국제공항을 이륙한 수송기가 제주도 남쪽 바다에 있는 미 해군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에 접근하면서 변화무쌍하게 기동하자, 아침에 토스트를 먹은 일에 대해 후회가 밀려왔다.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좌석 쪽으로, 그러니까 수송기 기준으로는 앞쪽으로 몇 초 동안 확 당겨졌다. 항공모함의 비행갑판(flight deck)은 일반적인 공항이나 공군기지보다 짧으므로, 함재기를 착함시키려면 갑판에 와이어를 펼쳐놓고 함재기 밑에 달린 어레스팅 후크를 와이어에 걸어야 한다. '통제된 추락'이라 불릴 정도로 격렬한 과정이 된 이유다. 한편으론 영화 '탑건'에서 본 바로 그 장면들을 지금 직접 겪고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27일 오전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오고 있는 니미츠함에 수송기를 타고 직접 찾아가, 함재기 이착함 과정 등을 직접 살펴보고 항모가 속한 11항모강습단장 크리스토퍼 스위니 소장에게 궁금한 점 등을 물었다.

    필리핀해 있다가 오는 美 항모…"남중국해 강압이나 괴롭힘은 유치원생들이나 하는 짓"

    니미츠함 비행갑판에 늘어선 함재기들. 김형준 기자니미츠함 비행갑판에 늘어선 함재기들. 김형준 기자
    1년에 두 번 전구급 한미연합훈련이 열릴 때마다, 또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한국에 전개되곤 하는데, 그때마다 모두 같은 항모가 오진 않는다. 일본 요코스카에 본부를 두고 있는 7함대 소속 5항모강습단의 기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가장 자주 오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항공모함이 올 때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지휘관으로 활약한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을 딴 니미츠함은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의 1번함으로, 필리핀해에서 작전을 펼친 뒤 북쪽으로 항해해 부산 해군작전기지로 오는 길에 취재진을 맞았다.  

    예나 지금이나 항모의 역할은 항공전력을 바다에 전개시켜 제공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해권 또한 확보하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 배수량 10만톤에 달하는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F/A-18E/F 슈퍼 호넷,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 호크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 MH-60 시 호크 헬리콥터 등의 다양한 항공전력을 갖추고 있다. 모두 합치면 100대 남짓으로, 항모 1척에 탑재된 함재기들만으로 웬만한 나라들의 항공전력을 격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미 해군은 이러한 항공모함을 10척 내외 운용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른 나라에 연합훈련이나 무력시위 등을 위해 배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가 있다.

    지난 2021년 신임 11항모강습단장에 취임하는 스위니 제독.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제공지난 2021년 신임 11항모강습단장에 취임하는 스위니 제독.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제공
    니미츠함이 소속된 11항모강습단장을 지휘하는 크리스토퍼 스위니 소장은 이날 우리 해군 7기동전단장 김인호 준장이 항모에 도착해, 앞으로 24시간 동안 연합훈련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0년 남짓한 군 생활 동안 이미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 오지 못해 승조원들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해군과의) 연합훈련을 위해 따로 더 증강된 전력은 없다"며 "원래 출항할 때는 훈련을 준비한 상태로 출항하고, 이 작전전구(한국작전전구, KTO)에서의 훈련을 위해 함이 더 오지는 않았다. 우리는 항상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니미츠함이 그전에 작전을 펼쳤던 필리핀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서쪽으로는 대만과 필리핀, 북쪽으로는 오키나와, 동쪽으로는 괌을 접하고 있는데 모두 중국이 패권 경쟁을 위해 탐내고 있는 곳들이다. 스위니 강습단장은 "남중국해에 분쟁(conflict)은 없지만, 중국이 역사를 개변(revise)하려 한다고는 생각한다"며 "강압(coersion)과 함께 괴롭힘(bullying)도 있는데 이런 건 유치원생들이나 하는 짓이다. 우리는 국제법이 허용하는 한 지역에서 작전을 하고 비행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하필이면 이날 아침 북한이 다음 날로 예정된 니미츠함의 부산 입항에 불만이라도 표시하듯 동해로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스위니 강습단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위협을 느끼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많은 능력을 갖추고, 한국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또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지휘관으로서 우리 승조원들을 집에 무사히 돌려보내는 것이 걱정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내 약속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함을 준비하는 함재기들과 니미츠함 승조원들. 박종민 기자이함을 준비하는 함재기들과 니미츠함 승조원들. 박종민 기자
    최근 우리 군에서는 초급 부사관과 장교의 처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니미츠함 또한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그에게 묻자 스위니 제독은 "이 함에서 우리 승조원들 없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영화 '탑건'에서 멋진 파일럿들이 이함하는 모습을 봤겠지만, 우리 승조원들 없이는 그러지 못한다"며 "그렇기에 승조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워싱턴 DC의 의회, 국방부, 백악관에 이야기해서 우리의 권리와 걱정이 반영되도록 할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자신들만의 문제를 갖고 있고, 이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일이고 동시에 우리가 계속할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항모강습단을 책임지는 지휘관으로서 장병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사출기에 실린 함재기, 5초만에 비행갑판 밖으로 '내던져져'…기자단, 해당 과정 직접 체험

    니미츠함의 장교식당(wardroom)에서 소꼬리찜 등으로 점심을 먹고 난 뒤 헬멧과 구명조끼를 입고 비행갑판으로 향했다. 승조원들마다 입은 구명조끼 색깔이 승조원들마다 다른데 색깔마다 맡는 임무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함을 준비하는 F/A-18E/F 슈퍼 호넷과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들이 눈에 띄었다. 사실 둘은 같은 기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기능이 다를 뿐이다.

    니미츠함에서 이함을 준비하는 슈퍼 호넷 함재기. 증기식 사출기에서 나오고 있는 연기가 한눈에 보인다. 박종민 기자니미츠함에서 이함을 준비하는 슈퍼 호넷 함재기. 증기식 사출기에서 나오고 있는 연기가 한눈에 보인다. 박종민 기자
    비행갑판은 일반적인 비행장보다 짧기에 이착함에도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 함재기가 짧게 활주하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그러면 바다에 빠지므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사출기(catapult)가 함재기를 앞으로 세게 밀어 준다. 말이 '밀어 준다'지, 거의 '집어던지는' 수준이다. 이렇게 하면 비행기 자체의 엔진으로 낼 수 있는 속도보다 더 큰 속도가 붙는다.

    대기하고 있는 함재기에 승조원들이 수신호를 주자 사출기가 작동, 함재기를 곧장 바다로 밀어 올린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사출기가 작동하고 함재기가 비행갑판을 떠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초 남짓. 스위니 제독을 인터뷰할 때 간혹 말을 끊곤 했던 큰 소리의 정체가 바로 이 엔진과 사출기 소리다. 방음 헬멧은 물론 안에 귀마개를 추가로 했는데도 상당히 시끄러운데다 열과 함께 충격파, 바람이 취재진이 서 있는 비행갑판 한켠으로 몰려왔다.

    착함하고 있는 슈퍼 호넷 함재기. 비행갑판에 설치된 어레스팅 와이어는 함재기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박종민 기자착함하고 있는 슈퍼 호넷 함재기. 비행갑판에 설치된 어레스팅 와이어는 함재기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박종민 기자
    임무를 마친 함재기는 육상기지가 가까이 있다면 돌아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다시 항공모함으로 돌아와야 한다. 착함을 하기 위해선 함재기 아래쪽 어레스팅 후크를 와이어에 걸어야 한다. 와이어는 4개 정도가 준비돼 있는데, 무척 굵다지만 전투기 조종사 입장에서 와이어가 쉽게 보일 리가 없다.

    때문에 항모에 착함하는 해군 함재기는 공군 전투기와 달리 착함할 때도 속도를 많이 낮추지 않는다. 만약 착함에 실패하거나 뭔가 문제가 생겨 그러지 못할 상황이 되면, 그대로 속도를 더 높여서 곧바로 이함해야 바다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군 함재기는 일정한 양의 연료를 남겨 놓고 항공모함 주변을 돌다가 순서에 따라 착함하곤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항모 안에 타고 있는 5천여명의 장병들이 관리하는데, 함의 움직임을 책임지는 원자로는 물론 이들이 먹을 식사를 만드는 식당까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다. 스위니 제독이 말한 "승조원들 없이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함 안에서 미군 장병들을 심심찮게 마주쳤는데, 누군가는 함재기를 수리하고 누군가는 짐을 나르고 누군가는 음식을 조리하며 각자 임무를 하고 있었다.  

    27일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니미츠함과 우리 해군 함정들. 해군 제공27일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니미츠함과 우리 해군 함정들. 해군 제공
    취재가 모두 끝나고 항모를 떠나는 길. 미군 승무원들이 안전벨트를 모두 확인하고 난 뒤 "신호를 줄 테니 팔을 X자로 교차하고 고개를 숙이라"고 고함쳤다.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자세한 상황을 알기 힘들었는데,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나더니 승무원들이 아까 이야기한 수신호를 하며 고함쳤다. 재빨리 자세를 취하자 몇 초 뒤 어마어마한 중력가속도가 느껴지면서 몸이 벨트 쪽, 즉 진행방향의 뒤쪽으로 확 밀렸다.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가 함재기에 타고 직접 이함할 때 이런 기분이었으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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