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 설치된 재난 예·경보 방송 장비. 김용완 기자재난 발생 시 국민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고 재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구축된 '재난 예·경보시스템'의 작동을 방해한 혐의로 고발된 민간업체가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는 전라북도에 '재난 예·경보시스템'을 설치했는데, 다른 업체가 시·군의 재난방송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신에 암호(보안코드)를 걸어 재난 방송 송출을 방해한 의혹을 받았다.
경찰의 수사 통지서와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민사재판의 판결문에 따르면 보안코드를 이용해 재난 방송을 무력화한 이번 일은 전라북도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재난안전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오에이전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오에이전자는 보안코드와 발신번호 변작(거짓표시) 등을 통해 전라북도의 예·경보 시스템과 시·군 서버의 연계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오에이전자는 지난 2016년 12월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과업지시서에 없는 보안프로토콜(보안코드)를 임의로 삽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안코드는 '일정한 패턴으로 매일 코드가 변하는 형식'이며 "발신자 확인을 위해 보안 차원에서적용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또, "보안프로토콜(보안코드)는 추가되는 신규 장비를 위한 것으로 2016년 납품 당시에는 비활성화한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2019년 보안코드가 작동하면서 호환 문제가 발생하자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고 전라북도는 보안과 관련된 영업 비밀이라면 공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공개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수사결과 통지서에서도 경찰은 "전라북도가 '보안코드의 공개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의 불충분한 감시·단속에 기인한 것으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참고했다"고 무혐의를 처분한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피고발인(오에이전자)이 신규 업체가 구축한 (시·군의) 시스템을 전라북도의 시스템과 연계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볼만한 명백한 근거가 없다"며 "신규 업체의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전라북도의 공무집행이 방해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전라북도가 부실한 감시와 단속을 했으며 정상적인 재난 방송을 위해 공개돼야 마땅한 "보안코드를 공개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의아한 결정을 내린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전라북도의 공개 불가 결정은 "보안코드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업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재난 예·경보시스템 장비이러한 내용은 재난 방송 보안코드 논란의 당사자인 에이치와이테크(구 해양전자)와 순창군·대한민국의 물품대금 민사소송에서도 언급된다.
"순창군과 전라북도가 연동을 위한 자료 제공 등 협조요청을 받아주지 않아 실패했다"는 것이다.
전주지법 제12민사부(남현 부장판사)는 순창군과 정부가 에이와이테크에게 물품대금 6억 6천 952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 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에이치와이테크는 지난 2019년 9월 16일 순창군 풍산면 등 105개 마을회관과 3666세대에 무선방송시스템을 설치했다.
그러나 최종 준공 검사에서 보안코드로 인해 100개 마을의 재난 방송이 송출되지 않았다. 이에 순창군은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6억 6천여만 원의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정결과와 전라북도 측의 증언, 전라북도 자연재난과에 대한 사실 조회결과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보안 프로토콜이나 고정형 프로토콜(보안코드) 통신 체계만 있으면 전라북도와 연동이 가능하도록 주요 부분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라북도의 시스템이 매일 다른 3자리 코드값을 생성하고 이에 대응하는 매일 다른 3자리 인증 코드값은 무선방송시스템에 요구했다"며 "변경되는 규칙을 알지 못해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정형 프로토콜을 원고(에이치와이테크)에게 제공했다면 프로그램을 간단히 변경·탑재해 무선방송 시스템과 전라북도의 시스템이 상시 연동되도록 할 수 있었다"며 "원고가 순창군에 보안코드 등의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비롯해 순창군과 전라북도에 연동을 위한 자료 제공 등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받아주지 않아 연동 작업에 실패하는 직접적인 사유가 됐다"고 판시했다.
이번 무혐의 처분에서 경찰은 재난예경보 데이터를 사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익을 취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역시 혐의 없음을 통지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중국 번호 등 발신번호 변작 또한 전라북도가 KT에 공문을 보내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점도 무혐의 처분에 이유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경찰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된 배경엔 전라북도가 자리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경찰과 전북도청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