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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그대론데…정권 따라 바뀐 환경부 결론



경제 일반

    설악산은 그대론데…정권 따라 바뀐 환경부 결론

    40년 된 케이블카 논의…정권 따라 결론 흔들
    시민단체들 "환경부 아닌 환경파괴부냐"
    이동약자 편익 증진? "견강부회 주장"

    연합뉴스연합뉴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사실상 허가한 환경부 결정을 두고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는데, 문제가 된 사업 내용이 크게 보완되지 않았음에도 정권이 바뀐 후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강원 양양군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정상 옆 끝청까지 3.3㎞ 케이블카를 놓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조건부 협의)했다.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인 사업이 받아야 하는 지방재정투융자사업심사 등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고 이르면 2026년 완공된다.
       

    40년 된 케이블카 논의…정권 따라 결론 흔들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27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 41년 만에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1982년 강원도가 문화공보부장관 앞으로 보낸 설악산 국립공원내 특수탐방운수시설 유치 계획 사본. 강원도 제공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27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 41년 만에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1982년 강원도가 문화공보부장관 앞으로 보낸 설악산 국립공원내 특수탐방운수시설 유치 계획 사본. 강원도 제공
    케이블카 설치 논의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다 2차례 부결됐고 이후로도 생태계 파괴 등 문제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 재추진 논의와 함께 관련 규제완화가 진행됐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이 났다.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대책과 탐방로 회피대책 등 7가지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이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016년 말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면서 그 해 12월 문화재청도 문화재현상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이듬해 3월 양양군은 이 부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승소했다. 이후 약 2년 6개월간 보완을 거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는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동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행정심판이 진행된 끝에 양양군의 청구가 인용됐고, 지난해부터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가 재개됐다.

    전문기관들 모두 반대했지만…"환경부 아닌 환경파괴부냐" 비판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6일 양양 한계령을 출발해 인제와 횡성을 거쳐 원주지방환경청까지 7박 8일간 135㎞를 걸어서 이동하는 도보순례를 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환경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국립공원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집단"이라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서 검토에 참여한 외부전문기관 5곳이 모두 부정적 입장을 표했음에도 환경부가 허가 의견을 낸 점을 꼬집은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 환경부 소속·산하 기관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허가 결론을 낸 점을 두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양양군이 제출한 재보완서를 검토한 전문기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재보완서 내용은) 케이블카 설치시 부정적 영향을 저감하는 데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양양군이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시한 7가지 부대조건 중 △산양 문제 추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시설 안전대책 보완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2019년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을 때보다 오히려 지형의 훼손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설악산에 대한 개발 허가가 다른 국립공원에 대한 개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가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산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여러 보호지역으로 겹겹이 지정된 곳임에도 빗장이 열린 만큼, 다른 보호지역은 더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울산시 울주군은 신불산 억새평원 일대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인천에서는 강화도 내가면 외포항에서 삼산면 석모도 석포리를 잇는 1.8㎞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경남도 역시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구상 중이다.
       

    경제 활성화, 이동약자 편익 증진은 가능?

    27일 오후 김진태(가운데) 강원지사와 김진하(왼쪽) 양양군수,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이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환영 담화문을 발표한 뒤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27일 오후 김진태(가운데) 강원지사와 김진하(왼쪽) 양양군수, 정준화 친환경설악산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이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환영 담화문을 발표한 뒤 손을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오색케이블카 설치로 설악권 경제가 살아나고 이동약자에 대한 자연환경 향유 기회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환영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 케이블카로 연간 174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경제적 파급 효과는 1287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 파괴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도보 이용객이 줄어 기존의 피해가 저감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는 이용객 규모 자체를 늘릴 수 밖에 없어 환경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케이블카만 설치한다고 이동약자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이같은 주장은 '견강부회'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설악산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는 65개 구간 55.43㎞로 전체 탐방로(617개 구간 2011㎞)의 2%에 불과하다. 여기에 고속버스 등을 통한 교통 접근성 문제까지 여전한 만큼, 진짜 이동약자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면 산정산(케이블카)은 고사하고 산입구까지의 진입장벽부터 낮추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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