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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간 한국 구호대…'구조'하는 특수부대의 세계[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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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튀르키예 간 한국 구호대…'구조'하는 특수부대의 세계[안보열전]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특수구호대(KDRT), 활동 첫날에만 5명 구조
    재난은 예고하고 오지 않는데, 특수부대 임무도 비슷
    육군엔 특전사 재난구조부대, 해군엔 SSU, 공군엔 SART
    특전사는 세월호 참사 계기로 장비·인력 확대개편
    SSU '심해잠수사'들, 평시 각종 해상사고에서 활약
    조종사 구해오는 SART, 평시에도 각종 재난 현장 투입
    보낼 때 보내더라도 처우 개선과 배려는 반드시 필요

    튀르키예 현지에서 수색구조활동을 펼치는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재난구조부대 대원들. 대한민국 특수구호대(KDRT) 제공튀르키예 현지에서 수색구조활동을 펼치는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재난구조부대 대원들. 대한민국 특수구호대(KDRT) 제공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 도착, 9일 오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한민국 특수구호대(KDRT)는 하루만에 5명의 귀중한 인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외교부 원도연 개발협력국장을 대장으로 하는 특수구호대에는 소방청 인력은 물론, 국군의무사령부와 육군 특수전사령부로 구성된 군 인력도 포함돼 있다.

    재난은 예고하고 다가오지 않는다. 특수부대의 활동이 필요한 상황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우리 군은 육해공군별로 '구조' 전문 부대를 갖춰 전시 필요한 상황뿐만 아니라 평시 재난에도 대처하고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각 여단에 편제된 구조전문부대, 해군 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공군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대(SART)가 그 사례다.

    이러한 활동은 인류 보편의 가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추후 우리나라의 외교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국익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보낼 때 보내더라도 그만한 대가와 함께 배려가 필요하다.

    반나절만에 현지로 출동한 특전사 재난구조부대…세월호 참사 계기 확대개편

    8일 오후 튀르키예 현지로 출발하는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재난구조부대 대원들. 공군 제공8일 오후 튀르키예 현지로 출발하는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재난구조부대 대원들. 공군 제공
    육군에서는 특전사를 꼽을 수 있다. 특전사에는 각 여단에서 1개 지역대를 재난대응부대로 설정해 필요한 장비와 응급구조사 등이 편제돼 있다. 그전부터 임무 자체는 설정돼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장비와 편제를 119구조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개편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됐다. 군까지 투입돼야 하는 국가급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 뒤로 공식적인 출동은 없었다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진다.

    당시 특전사령관이었으며, 현재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 고문을 맡고 있는 전인범 퇴역 중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처음 소식을 듣고 나서 각 부대에 출동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전에도 유사시 구조 임무 자체는 부여돼 있었는데, 장비가 제대로 없어서 사령관으로서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필요한 훈련을 하도록 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에는 서울 강서구에 주둔하는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의 한 지역대가 동원됐다. 이들은 오는 17일까지 임무를 수행하는데, 교대를 할지 추가적으로 부대가 투입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근시일 내 임무 자체를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군 당국은 17일 이후 임무를 수행할 부대로 특수임무여단의 1개 지역대를 보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재난구조부대가 갖추고 있는 장비는 119 구조대 수준이고, 이에 맞춰서 훈련도 하고 있었다"며 "8일 밤에 특수구호대가 한국에서 출발했는데, 당일 오후에 명령이 떨어져 대원들이 서둘러서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바꿔 말하면 12시간도 안 돼 출동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 된다.

    "Deep Sea Diver" 깊은 바닷속, 사람·장비 구해오는 해군 'SSU'

    해군 SSU 대원들의 혹한기 훈련 모습. 해군 제공해군 SSU 대원들의 혹한기 훈련 모습. 해군 제공
    앞서 언급된 육군 특전사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고 부가적으로 재난구조 임무를 맡는 형태다. 해군과 공군에는 아예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부대들이 있다. 육지와는 또 다른 임무 특성 때문이다.

    먼저, 해군 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는 심해잠수를 통해 가라앉은 선박이나 잠수함 등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거나 중요한 장비 등을 회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잠수와 구조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전투는 거의 하지 않는다.

    바다는 평시에든 전시에든 위험하다. 배가 침몰하면 사상자가 대규모로 나오기 쉽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세월호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북한 미사일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을 당시 이를 회수한 부대도 SSU였는데, 수상구조와 구난을 전문으로 하는 함정인 광양함이 동원됐다.

    해군은 "SSU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2022년 해경헬기 추락 사고 등 국가적 차원의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 활약해 왔다"며 "심해잠수사들은 항상 현장의 최선봉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같은 해군 특수전전단 소속 특전전대(UDT/SEAL)도 SSU만큼은 아니지만 해군 특수부대로서 필요한 잠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이쪽은 전투 임무 위주라는 점이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수색에 참여했다가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UDT/SEAL도 SSU와 함께 수색구조작전에 투입돼 인명을 구하고 있다.

    추락한 조종사 구해오는 공군 'SART'…평소엔 재난구조 임무 투입

    공군 항공구조사들의 혹한기 훈련 모습. 공군 제공공군 항공구조사들의 혹한기 훈련 모습. 공군 제공
    공군에는 6탐색구조비행전대 항공구조대, 즉 SART가 있다. 공군의 전투부대는 전투기를 주축으로 한다. 그런데 전투기는 조종사가 없으면 뜨지 못한다. 뜨지 못하는 비행기는 의미가 없으므로, 공군 전력은 항공기 숫자로 계산하지 않는다. 출격횟수(sortie)가 더 중요하다.

    말인즉슨, 조종사가 없으면 공군은 무용지물이 되는데 조종사는 양성에 돈이 많이 든다. 돈보다는 시간이 더 문제다. 전투조종사 한 명이 탄생하는 데 몇 년, 숙련되려면 또 몇 년씩 시간이 걸린다. 전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뿐만 아니라 평시 훈련비행 또한 위험도가 높다. 당장 우리 군에서 벌어진 항공기 추락사고 중 절대 다수가 평시 훈련비행 중에 벌어졌다.

    그렇기에 공군은 적진에 미리 침투해 항공폭격이나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공정통제사(CCT)와 함께, 이러한 조종사들을 구해오기 위한 전문기술을 보유한 항공구조사(SART)를 양대 특수부대로 운용하고 있다. 미 공군 또한 '파라레스큐(Pararescue)'라는 부대를 운용한다. 낙하산을 타고 침투해 조종사를 구조한다는 뜻이다.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의미하는 'Eject' 무전을 기지에 날리면, 충북 청주 17전투비행단에 있는 SART 주둔지에 비상출격을 명령하는 알람이 울린다. 대기 중이던 항공구조사들을 태운 헬기가 현장으로 출동, 추락한 전투기에 몸이 끼어 갇혀 있든 산에 숨어 있든 물에 빠져 있든 구해 오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조종사가 목숨을 잃는다면 시신이라도 수습해 와야 한다.

    2020년 8월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는 항공구조사들. 공군 제공2020년 8월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는 항공구조사들. 공군 제공
    다만 임무 특성상 SSU와 달리 SART는 고난이도의 의료 기술은 물론 전투기술도 함께 요구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투가 이들의 주된 임무는 아니지만 임무 특성상 적진에 침투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교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때문에 대원 모두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고, 7주 동안의 잠수 훈련은 물론 산악극복 훈련, 전투 훈련, 전술적 전투 사상자 처치(TCCC)까지 배운다. 침투하는 방법 자체도 일반적인 낙하산 강하는 기본,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고공 낙하산 침투 등도 배운다. 적 몰래 들어가 몰래 조종사를 구해 와야 해서다.

    이런 능력을 살려 평시에는 항공기 사고 구조, 환자 응급처치·후송, 각종 재해·재난 시 대민지원 등을 한다. 공군은 이들이 지난해 3월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지역 대규모 산불 진화 작전과 9월 포항 힌남노 태풍피해 지역 인명구조 작전에도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임무 투입할 때 하더라도…전현직 대원들 "처우 문제 개선해야" 입 모아

    튀르키예 현지에 도착한 특수구호대(KDRT) 대원들. 국방부 제공튀르키예 현지에 도착한 특수구호대(KDRT) 대원들. 국방부 제공
    그런데 보낼 때 보내더라도 신경써야 할 문제가 있다. 특전사 특유의 임무 과다와 함께 고질적인 처우 문제 즉 수당과 PTSD 등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특전사는 2020년 코로나19 백신 도입 때 수송작전을 수행했다. 그런데 전 국민을 접종 대상으로 하는 백신을 수송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평시 교육훈련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복수의 전현직 특전사 대원들은 설명한다. 당시 대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 이른바 '백신 비만'인데, 임무에 쫓겨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렇게 됐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다.

    군 소식통은 "재난구조부대 임무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이 첫 투입으로 알고 있는데, 평시에도 장비 운용과 관리가 어렵다며 불만이 있긴 하다"며 "이번 파견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무가 많아지면 필요한 것도 많아지고, 그러면 원래의 전투임무와 교육훈련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처우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수당이다. 대통령령인 '군인 및 군무원의 해외파견근무수당 지급규정'을 보면, 특전사에 가장 많은 중사 기준 1개월 수당은 한 달에 1690달러다. 임무의 종류와 위험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최대 165%를 지급할 수 있긴 하지만, 위험도와 난이도를 감안하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전인범 중장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공무원과 군인에게 부여되는 수당을 비교하면 군인이 훨씬 적은데, 고위급에서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파견된 대원들 사기가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맡기는 만큼, 그만큼의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한 장비도 제때 교체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PTSD 문제도 있다.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악몽이나 죄책감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재난사고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전 장군은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이들도 귀국한 뒤에는 PTSD가 있을 수 있지만 군인들은 이를 잘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선제적으로 상담도 받게 하고, 가족들에게도 증세를 발견해서 신고할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하는 등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이같은 사항을 모두 감안해, 현장에 파견된 대원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할지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으로 전해졌다. 최종적인 교대나 추가 파견 규모 등은 이번 주 내로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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