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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먹고 목욕 줄이고…난방비 폭탄에 취약계층 '시름'



부산

    덜 먹고 목욕 줄이고…난방비 폭탄에 취약계층 '시름'

    전기·가스요금 급등에 부산지역 동네 목욕탕 불가피하게 이용료 인상
    인근 주민들 "목욕 횟수 줄여야 하나" 걱정 깊어
    장애인 자립생활주택·노인복지시설도 난방비 폭탄에 "식비까지 줄여야 할 판"

    부산 중구의 한 동네목욕탕 모습. 김혜민 기자부산 중구의 한 동네목욕탕 모습. 김혜민 기자
    연일 치솟는 난방비에 직격탄을 맞은 부산지역 에너지 취약계층은 목욕 횟수를 줄이거나 식비를 낮추는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그 누구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평일 오후 부산 중구 영주동의 산복도로 입구. 단층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자그마한 동네 목욕탕이 서 있다.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들은 주로 인근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다.

    이들이 사는 목욕탕 인근 주택 중에는 별도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어, 이런 주택에 사는 주민들에게 목욕탕은 최소한의 위생을 보장해주는 필수 시설이다. 하지만 최근 목욕탕 요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주민들 얼굴에는 걱정이 드리워졌다.

    주민 정모(60대·남)씨는 "사흘에 한 번 이 목욕탕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미 요금이 조금 올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주변 목욕탕들도 가격을 다 올리려 하고 있다"며 "계속 요금이 오르면 일주일에 3번 오던 걸 2번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의 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인근 주민 모습. 김혜민 기자부산 중구의 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인근 주민 모습. 김혜민 기자
    목욕탕 요금 상승은 최근 가파르게 오른 전기·가스 등 연료비가 원인이다. 목욕탕 주인들은 대폭 오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손님이 주로 영세한 고령층인 탓에 요금을 대폭 올릴 수도 없어 고심하고 있다.

    중구 수정동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70대·남)씨는 "시설 특성상 손님이 있든 없든 물을 계속 데워야 하는데, 전기요금이나 가스비가 워낙 많이 올라 이 달 1일부터 어쩔 수 없이 요금을 500원 올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주변에 낡고 오래된 집이 많아 샤워시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민들이 꽤 있는데, 이런 손님들이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할까 걱정돼 요금을 많이 올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욕탕 주인 이모(60대·남)씨도 "지난해보다 가스·전기 요금이 3~40% 올랐는데, 요금을 올리는 게 조심스러워 운영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며 "목욕탕 문을 닫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우리가 문을 닫으면 주민들이 불편해하니 이렇게라도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 전경. 김혜민 기자부산 중구 전경. 김혜민 기자
    치솟은 난방비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시작한 장애인들은 한정적인 생활비 가운데 난방비 지출이 폭증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노경수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다들 난방비가 거의 2~3배는 오른 상태여서, 자립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에게 '절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낮에는 난방하지 말고 밤에도 10분 돌리던 걸 5분으로 줄여서 돌리라고 조언하는 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공동난방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개별적으로 사용량을 조절하기 힘든 탓에 음식 재료비를 대폭 줄이는 등 식비를 깎아 난방비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에 거주하면서 새우 손질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 김혜민 기자부산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에 거주하면서 새우 손질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 김혜민 기자
    어르신 수십 명이 24시간 생활하는 복지시설도 시설 특성상 난방비 절약에 나설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연제구 한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는 "난방비가 한 달 새 1.5배 올랐는데, 어르신 건강을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난방을 안 할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낮에 난방을 약간 약하게 틀거나 다른 공과금을 절약해서라도 부담을 줄이려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외부 지원이 절실한 게 사실이지만, 아직 기관 등에서 이렇다 할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전기·가스·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3.97로, 지난해 같은 달 102.06보다 31.3%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기록한 37.6%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부산은 에너지 취약 계층인 고령인구 비율이 높고 '산복도로' 노후주택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부산시는 저소득층 6700가구에 난방비 10만원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른 광역단체의 10%도 되지 않은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더 많은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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