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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끼리 연결 안 되고, 따로 놀았던 육군-공군…한심한 무인기 사건



국방/외교

    군단끼리 연결 안 되고, 따로 놀았던 육군-공군…한심한 무인기 사건

    12월 26일 무인기 사건, 軍 지휘통제 총체적 난국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26일 국회·기자들에게 결과 설명
    군단끼리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 1군단-수방사 연결 안 돼
    육군→공군 상황전파를 '전화'로…"당시엔 긴급 아니라고 판단"
    무인기 대비태세 '두루미', 공군 레이더 식별 전까지 발령 못해
    "하루 평균 2천개 이상 항적 식별, 수동으로만 공유"
    "'사람'에 의존 체계 개선, 실전적 훈련 시행, 도발 시 국민에게 알리겠다"
    누구 문책할지는 공개 안 해…"과오자는 실무부터 고위직까지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이종섭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군 당국은 지난해 12월 26일 영공을 침범해 서울을 휘젓고 북한으로 돌아간 무인기가 기존과 비슷하게 가솔린 엔진을 달고, 민간용 DSLR 카메라를 장착해 수도권 일대 사진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당시 1군단 국지방공레이더가 표적을 처음 탐지했지만 수도방위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와는 '따로 놀기'를 했던 한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 전투준비태세검열실은 26일 기자들과 국회 국방위원회에 '북한 소형무인기 도발 대응 관련 검열 결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합참은 이번 사건의 의도에 대해 "아군의 대응능력을 시험하고, 교란활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며 "아군 사격에 의한 민간피해, 우군기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는 노림수도 내재됐을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

    육군 방공지휘통제체계, 같은 육군 군단인 1군단-수방사 연결 안 됐다


    앞서 사건 당시 무인기는 오전 10시 19분 육군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에 처음 포착됐다. 10시 25분쯤 군단 작전요원은 이를 '특이 항적'이라고 판단했고, 이 사실이 군단을 거쳐 지상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까지 보고됐다. 이러는 사이 10시 50분쯤 무인기는 용산 대통령실 기준 반경 2해리(3.7km)로 설정된 P73 비행금지구역의 외곽 끝을 침범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던 수방사 1방공여단은 오전 10시 50분쯤 정체불명의 항적을 레이더로 식별했고, 열상감시장비(TOD)등 자체 탐지장비 기록을 크로스체크한 결과 이를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내려 11시 27분 자체적으로 무인기 대응 작전에 들어갔다.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수방사는 이를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합참과 지작사, 1군단이 이미 자기들만 쏙 빼놓고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합동성이 부족한 우리 군에서 각 군종간 정보공유 등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는 지난 수십 년 전부터 지적돼 왔는데, 아예 같은 육군 현행작전부대 사이에서도 공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육군에서 저고도 방공작전을 할 때 군단급 부대끼리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를 거쳐 연결된다. 이는 육군 각 부대의 국지방공레이더와 함께 공군에서 식별한 항적도 연동되는 시스템이었다. 진짜 문제는 1군단과 수방사 사이에 C2A가 연동돼 있지 않았다는 황당한 사실이다.

    합참은 "보안 관련 문제가 있어서 인접 군단과 연동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후속조치를 하면서 군 회선을 통해 현재는 연동시켜 둔 상태"라고 밝혔다.

    육군에서 공군에 '전화'로 상황전파…"초기 판단 당시 무인기라고 판단 못해"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공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공
    이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군의 방공작전은 저고도가 육군, 중·고고도가 공군으로 나눠져 있다. 전비검열 결과에 따르면 1군단은 오전 11시 이전 국지방공레이더에서 이상한 항적이 포착됐다는 사실을 전화로 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고속상황전파체계나 고속지령대 등 비상시 쓰라고 만들어 둔 지휘통제 시스템은 쓰이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1군단 지휘통제실에 있던 실무자가 상황에 대한 초기 판단을 긴급상황 목록이 아니라 수시보고 목록으로 판단해서 고속지령대나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쓰이지 않았다"면서 "당시에는 해당 항적이 군사분계선(MDL) 북쪽에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이에 대해 따져 묻자 합참 관계자는 "무인기로 추정될 경우 긴급상황목록으로 평가해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작전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조치되다 보니 그와 관련된 평가, 고속상황전파체계로의 보고 등과 관련된 것들이 현장에선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부족함이 있었다"면서도 "체계가 고장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연합뉴스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연합뉴스
    이러는 와중에도 공작사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에서는 문제의 무인기가 포착되지 않았고, 한 시간 남짓한 동안 이를 탐지하고 식별하느라 시간을 소모했다. MCRC 레이더에 무인기가 포착되고 식별된 뒤인 오후 12시쯤에야 무인기 대비태세 '두루미'가 발령됐는데, 이유는 공작사령관이 두루미 발령권자였기 때문에 공군의 별도 판단 없이 두루미를 발령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이더 반사면적(RCS)값이 낮은 물체까지 탐지하는 국지방공레이더에는 새 떼 등을 포함해 항적이 하루 2천여개 이상 포착되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자동 공유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그래서 수동으로 의심 항적에 대해서만 공유가 되는 시스템이고, 군 차원에서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서 지역을 제외한 육지에서는) 공작사령관만이 두루미를 발령할 수 있다는 문제가 이번에 식별돼서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되게 비난받은 군 "실질적 훈련 시행, 무인기 도발 상황시 언론·재난문자 통해 공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은 이런 일의 원인에 대해 소형 무인기에 대한 위협 인식, 작전수행체계, 작전 조치, 전력 운용 등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북한 핵·미사일 등에 대한 대비에 비해 소형 무인기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다고 판단내렸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부대 사이에 적극적인 상황공유·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초기 상황판단을 대부분 '사람'에 의존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사람'에 의존했다는 것은 앞서 언급된, 1군단 지휘통제실의 실무자가 무인기를 '수시보고 목록'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포착되는 항적이 2천개가 넘어, 레이더에 '점' 형태로 포착되더라도 사람의 눈이나 TOD를 통해 확인해야 정확히 평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합참은 훈련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통제하는 실질적인 방공 훈련의 부족을 문제로 들었다. 매번 '실전적인 훈련'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무인기보다 더 큰 500MD 디펜더 헬기를 띄워 놓고, 그것도 어느 경로로 가는지 다 알려준 상태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소형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로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획득된 표적정보를 합참~군단 사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개선하고, 물리적·비물리적(하드·소프트 킬) 수단을 선별 운용해 적시에 효과적으로 타격하겠다"며 "기존에 1년에 2번 했던 합동방공훈련도 4번으로 늘리고, 2~3m급 소형무인기를 가상적기로 운용하며, 다수 군단과 작전사의 가용전력을 통합운용해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라 오후 1시~2시쯤 김포·인천공항의 이륙을 금지시키고, 민간 피해가 우려돼 발포해서 격추시키지 못했다면서도 정작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도 엠바고를 요청해 오히려 오후 4시 30분에야 공개된 사실 또한 문제로 드러났다.

    합참은 이에 대해 "소형무인기 도발 시 합참에서 언론매체에 문자메시지로 공지하는 한편, 작전사에도 전파하겠다"며 "작전지역을 고려해 공작사에서는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 경보통제시스템을 통해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각 군단이나 사단급에서는 지자체 재난문자방송 송출시스템으로 안내문자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누구를 문책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과오자는 실무에서부터 고위직까지 제대별로 보고에 명시돼 있다"면서도 "상부에서 실질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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