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월산동 태풍과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가 모습. 박성은 기자농협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업무를 늑장 처리하면서 농민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은 손해사정업체의 인력 부족과 농협의 소극적 대응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농작물재해보험 처리가 늦어지면서 겨울 농사를 못 짓는 2차 피해를 입었다.
전남에서 농사를 짓는 B씨 역시 지난 2020년 홍수 때 입은 피해 수리가 늦어지면서 당시 겨울농사를 제때 시작하지 못했다.
피해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A씨는 "올해 9월에 태풍 이후에 시설 파손이 심해서 보험 접수를 했는데 조사관이 2번이나 바뀌었다"며 "11월 중순이면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복구공사를 시작도 못해서 이번 농사는 아예 못 지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보험을 가입한 곳은 지역 농협이었지만 보험 처리는 NH농협손해보험 본사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손해보험 제공여기에 NH농협손해보험은 손해사정업체와 계약을 맺고 피해 규모와 복구 방식 등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어 농민들이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하기 어려운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이 보험을 가입한 지역 농협을 찾거나 NH농협손해보험 지역 총국에 연락하더라도 늑장 보험처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두 번의 태풍으로 재해보험 신고 건수가 많아져서 부대시설이 큰 곳의 경우 처리에 지연이 있었다"며 "보험금이 빨리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태풍과 폭설 등 자연재난이 발생할 경우 보험 접수 건수가 급증하지만 피해를 산정하는 손해사정업체의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은 A씨와 B씨처럼 보험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다 보니 2차 피해에 노출되는 것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오주섭 사무처장은 "농민들이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보험 처리를 빨리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민들이 이의신청을 했을 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제3의 기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농협을 믿고 농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농민들이 늘어나는 만큼 신속한 보험 처리로 농민들의 피해와 불만을 줄이고 보험에 대한 신뢰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