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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련, 주52시간·호봉제 개편 권고…尹정부 '노동개혁' 본격화



경제 일반

    미노련, 주52시간·호봉제 개편 권고…尹정부 '노동개혁' 본격화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 尹정부 노동정책 방향 제시한 최종 권고안 발표
    1주 단위인 연장근로 기준, 최대 1년까지 확대…노동자 보호조치 함께 담아
    선택근로제 단위도 3개월로 확장…尹 공약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거론
    노조 있는 대기업 정규직만 유리한 호봉제 대신 성과급? 관련 법·제도 정비 추진 제안
    중소기업 중심·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권고…취업규칙 변경요건 '직군별' 쪼개기도 주장
    실노동시간 확대 및 노동자 건강권 보호 미비, 임금 하향평준화 등 우려 불가피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전문가 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최종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미 정부가 노동정책 방향을 공개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전문가 권고안이 나오면서 내년부터 정부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았던 '노동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기존 1주일 단위에서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개편하고, 선택적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3개월로 늘린다. 이를 토대로 윤 대통령의 공약인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는 등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자'는 내용이다.

    또 호봉(연공) 중심 임금체계 대신 직무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자는 목표 아래 중소기업의 임금체계 구축 지원,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직군별 취업규칙 변경, 상생임금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미노련)는 12일 약 5개월의 활동기간을 마치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장근로·선택근로제 단위기간 확대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노동자 건강권 보호될까

    연합뉴스연합뉴스
    미노련은 권고문을 발표하며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자율과 선택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로 소제목을 달았다.

    우선 현재의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전통적인 공장형 노동과정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며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일하는 방식과 생활세계의 변화 등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활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선택의 폭을 확장해야 하며, 다양한 휴식과 장기 휴일의 향유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노동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제안은 1주일에 12시간씩 허용되는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다양하게 나눈 것이다.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때 연장근로를 몰아서 사용하고, 일감이 없을 때 그만큼 쉬도록 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단위기간을 확대할수록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은 감축하라고 제안했다. 또 월 이상 단위로 연장근로할 경우에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 뿐 아니라 노동자대표의 서면 합의도 받고, 반드시 노동일 간에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도록 했다.

    노동자가 일하는 날과 출퇴근 시간 등을 선택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도 3개월로 늘리도록 제안했다. 그동안에는 정산기간이 1개월이었고 지난해 4월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3개월을 허용했다.

    다만 선택근로제는 정산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을 1주 52시간 이내로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데, 최대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다. 극단적으로 계산하면 정산기간 3개월 간의 전체 노동시간을 한 달 동안 철야근무로 몰아쓸 수도 있어 이 역시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발판으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도 권고문에 담겼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근로시간 계좌'에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휴가나 임금으로 돌려받는 제도다.

    미노련은 이미 근로기준법에 명시됐지만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없어 사문화됐던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과제로 대체·강화하자며 이를 위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의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노동시간 규제의 적용제외 대상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리가 가능하거나 필요한데도 적용제외 대상으로 분류된 1차산업 노동자, 감시적·단속적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 방안을, 반면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적용 제외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하고, 이를 위한 실태조사를 제안했다.

    아울러 미노련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강화하고 노동시간을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치들도 강조했다. 특히 야간노동에 대해 야간노동자 개념을 명확히 정의 내리고, 야간노동일·시간에 대한 한도를 설정하면서 관련 제도를 내실화하고, 필요한 경우 작업장소 변경, 작업 전환,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의 제한 등 관련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업종별 맞춤 전략 세우고 인프라 구축…직무급제 도입 위한 밑작업 돌입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임금체계의 경우, 미노련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를 차지하는 연공서열식 호봉제에 대해 "연공의 안정적 누적이 가능한 계층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한, 다수에게 불공정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미노련은 '노조 있는 대기업의 정규직 남성'에 대해 "연공 축적이 가능한 유일한 계층"이라며 여기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등은 연공을 유지하기 어려워 저임금을 강요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근속을 담보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에게는 불공정을, 높은 임금을 받는 중고령 노동자의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 탓에 역설적으로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노련은 당장 성과 중심 직무급제를 특정 영역에 도입하자기보다는,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들을 먼저 수행하라고 제시했다.

    우선 권고사항의 첫머리에서 중소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인 미만 기업의 62%는 임금체계 없이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할 정도로 임금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중소기업부터 접근해 임금체계 개편을 모색하자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전략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올해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이후 지난달 발족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처럼 업종·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층 단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여기에서 나온 성과를 확산해 가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지원 지역 일자리 사업, 지역·업종별 직업훈련 사업 등과 연계해 업종 및 지역 단위에서 직무·숙련·역량 등에 관련 정보가 공개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업종별 임금체계가 설계·구축되도록 유인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자의 과반수 또는 이로 조직된 노조의 의견을 받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취업규칙 변경'의 요건을 '직군'별로 쪼개자는 제안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미노련은 특정 직군만을 대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경우, 개편된 체계를 적용받는 해당 직군만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동의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경우 이미 직종 간의 임금 격차가 큰 상황을 고착화할 수 있고, 노동자들 간에 의견을 모으기 어렵게 만드는 '노조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던 터여서 어떤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인지 주목된다.

    나아가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도록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해 임금의 공정성 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시장의 임금실태에 대한 조사, 분석 등을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 구체적 정책방향도 제안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그림이다.

    또 직무별 임금 정보 등을 제공하는 '통합형 임금정보 시스템'을 정부가 구축하고, 각종 행정통계와 연계한 임금정보 파악 등 노동통계 전문 행정기관도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미노련은 법적 정년인 '60세' 이상 계속 고용을 위한 법·제도 정비 작업과 사회적 논의 등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노동시간 감시의 사각지대인 '포괄임금제' 등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미노련은 노동시간·임금체계 외에도 추가 주요과제를 따로 제시했다.

    미노련은 고용형태, 기업규모, 원‧하청 간에 벌어지는 노동조건과 산업안전보건 환경 등의 격차를 해소하고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근로기준법에서 항상 예외로 남아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다변화된 고용형태를 고려해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고, 특히 끊임없이 '불법파견' 등의 논란을 빚고 있는 파견 제도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통상임금‧평균임금, 주휴수당, 최저임금 등 임금 체계의 해묵은 논란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편을 주문했다.

    아울러 노사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규율 및 노동형벌 제도 개편, 노동위원회 조정 기능 활성화 및 대안적 분쟁해결 활용 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함께, 노동자 대표의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출 절차 등을 마련하고 이와 연계해 취업규칙 제도 개편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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