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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성'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금융사의 소홀한 검증 '철퇴'



금융/증시

    '사기성'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금융사의 소홀한 검증 '철퇴'

    운용사 과대 거짓 광고 환매중단…4700억원 미회수
    금융당국, 재발방지 차원에서 '초강수' 전액 반환 결정
    "투자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구조"
    시장에선 "전액 배상 결정에 상품 판매 위축" 볼멘소리

    금감원, 헤리티지펀드 원금 전액반환 결정. 연합뉴스금감원, 헤리티지펀드 원금 전액반환 결정.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47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22일 계약취소와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리면서 운용사는 물론 검증에 소홀했던 판매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이번에도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라는 분쟁조정 판단이 나오면서 금융상품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감지된다.

    운용사는 거짓 과장 설계, 판매사는 검증은 '나몰라라'


    금감원 분조위는 이날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 등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설계됐는데,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3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돼 4700여억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분조위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 등 펀드 판매사가 전문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원금 4300억원을 전액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금융당국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들에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내 판매사의 책임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헤리티지 펀드만 놓고 보면 독일 현지 운용사는 국가간 검증 한계와 느슨한 규제 등을 틈타 허위·과장 상품을 설계했고, 국내 금융사는 별다른 검증 없이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향후 유사한 펀드 판매 등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투자금 전액 반환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이날 금감원 분조위 발표를 보면 신한증권 등 6개사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상품 구조는 사실상 사기성이 짙었다.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매각 혹은 분양으로 수익을 남겨 투자자에게 돌려준다고 광고했다.

    또 분양률이 당초 계획(65%)에 미치지 못해도 시행사가 은행 대출로 투자금을 돌려주고, 혹시라도 부도가 나면 부동산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윤덕진 분쟁조정3국장은 "부동산값이 100원이라고 한다면 투자자 돈은 80원, 시행사 돈은 20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행사가 20원을 안 냈고, 이면 수수료 24.3%도 떼야 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실제로는 6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는 분양률이 65%가 되더라도 투자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독일 시행사 제안서가 과장됐고 재무상태나 계약상 의무 등도 부실해 사기로 볼 수 있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국장은 "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기는 고의성을 입증해야하는데 한국에서 독일 시행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게 불가능해서 착오취소로 접근했다"고 답했다.

    판매사들, 내부 검토 거쳐 수용 여부 결정…시장 위축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번 헤리티지 펀드 사태는 이전 라임·옵티머스와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사의 거짓 광고 혹은 부실 운용에 더해 판매사의 소홀한 검증이 겹쳐서 발생했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계획대로의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신한증권 등 6개 금융사는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게 인정된다"며 국내 판매사를 정조준했다.

    다만 해당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분조위 판단 직후 법률 등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금액 규모별로는 신한투자증권 3907억원,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 23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현대차증권 124억원, SK증권 105억원 순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우리은행 등 판매 금융사들은 이미 헤리티지 펀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원금의 50%를 선지급하기로 하고 대부분 지급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조위의 전액 배상 권고안을 이들 판매사들이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금감원이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이어 이번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서도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금융시장에서 고위험상품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 상품 설계와 운용에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금융당국이 전액 배상을 결정하면 금융사들의 상품 판매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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