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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백신 접종률 1% 밑도는 청장년층…'고궁 무료' 유인책 될까



보건/의료

    개량백신 접종률 1% 밑도는 청장년층…'고궁 무료' 유인책 될까

    오늘부터 4주간 '추가접종 집중기간'…고궁 무료입장 등 인센티브
    사전예약 확대한 지 2주 됐지만 동절기 추가접종률 0.8% 그쳐
    "독감백신은 맞아도 2가백신은…" "접종해도 걸리는데 굳이 왜?"
    "정점 빨라지면 이미 늦은 걸 수도…50대 집중 권고대상 넣어야"
    "경찰·소방 등 대민업무 종사 포함 희망자들 차질 없게 지원해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소재 하나병원에서 코로나19 동절기 재유행을 대비해 개량 백신(2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질병청 제공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소재 하나병원에서 코로나19 동절기 재유행을 대비해 개량 백신(2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질병청 제공
    "원래도 회사 지침 때문에 독감 백신은 매년 맞았어요. 4가백신 맞은 지 좀 됐죠… . 코로나19 개량백신은 잘 모르겠어요. 올 봄 오미크론에 한 번 걸리기도 했으니 꼭 맞아야 하나 싶어요." (30대 어린이집 교사 A씨)
     
    "재감염은 가볍게 지나간다고 들었는데 전 2차감염 후 몸이 더 안 좋았어요. 아직도 기침·가래 등 후유증이 있어서 추가접종을 할까 싶은 마음이 있긴 해요. 근데 한편으론 '맞아도 어차피 걸리는데, 굳이 뭐하러 맞나' 하는 생각도 있어서 고민이에요." (20대 직장인 B씨)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본격화된 가운데 위중증 환자는 두 달 새 최다치를 기록했고 누적 사망자는 3만 명을 넘겼다. 신규 확진자가 4만 명대였던 전날까지 사흘째 전주 대비 감소하며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증가의 방향을 유지하며 증감을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대응무기는 '개량 백신'(2가 백신)이다. 2가 백신은 최초 코로나19 바이러스(우한주)를 토대로 한 기존 백신과 달리 오미크론 변이를 타깃으로 제조됐다. 원조 오미크론인 BA.1 기반의 모더나·화이자 백신, 오미크론 하위변이 BA.4 및 BA.5 맞춤용으로 개발된 화이자 백신 등 총 3가지가 동절기 추가접종에 쓰이고 있다. 문제는 접종률이 역대급으로 낮다는 점이다.
     
    2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8일 0시 기준 2가 백신을 맞은 누적 접종자는 191만 5475명이다. 국내 인구의 4.3%로 전체 대상자의 5.4% 수준이다. 대다수는 당국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전체 접종자의 89%(170만 5372명)에 이른다. 해당 연령층의 12.4%, 대상자 대비 16.0%가 동절기 추가접종을 받았다.
     
    작년 12월, 18세 이상 성인이 3차접종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접종률이 34%를 웃돌고 60세 이상 접종률이 70%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건강 피해가 고령층에 쏠리다 보니, 청장년층의 저조한 접종률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국은 이달 7일 개량백신 접종대상을 60세 미만으로 확대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1일부터 '잔여백신'을 활용한 2가백신 접종은 가능했지만, 사전예약이 풀리면서 접종이 본격화됐다. 전격 시행 2주째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18~59세는 전체 대상 2503만 9220명 중 21만 103명만이 2가 백신을 맞았다. 대상자의 0.8%다. 그나마 50대가 1.6%(647만 8177명 중 10만 2425명)로 제일 높지만 2%가 채 안 되는 수치다.
     
    물론 당국의 전략은 고령층과 감염취약시설을 중점적으로 보호하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날부터 내달 18일까지 4주간 운영되는 '동절기 추가접종 집중 접종기간'도 60세 이상과 요양병원·시설 등의 접종률을 각각 50%,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실제 중증·사망이 속출하고 있는 인구집단 면면을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다. 이달 둘째 주(11.6~12) 기준 일평균 위중증 환자의 88.3%(308명), 하루 평균 사망자의 95.2%(36명)가 60세 이상이었다.
     
    누적 사망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도 60세 이상이다. 지난 12일 기준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은 80세 이상이 832.0명(치명률 2.13%)으로 가장 높았고, 70대 182.4명(치명률 0.49%), 60대 47.6명(치명률 0.12%) 순이었다. 10월 4주차 확진자를 2주간 모니터한 평균 치명률(0.07%)보다 배로 높다.
     
    화이자의 BA.4/5 기반 2가백신 전임상 결과, 초기주 기반의 기존 백신에 비해 BA.4 및 BA.5에 대한 중화능이 약 2.6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화이자의 BA.4/5 기반 2가백신 전임상 결과, 초기주 기반의 기존 백신에 비해 BA.4 및 BA.5에 대한 중화능이 약 2.6배 증가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제공 
    마지막 접종 또는 확진일로부터 120일(4개월)이 지나 접종을 받아야 하는 고령층조차 개량백신 접종에 마냥 협조적이지 않은 현실이다. 확진 이력이 있으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이나 진배없다는 이유로 추가접종을 기피하는 이들도 많다. 올 여름 6차유행 이전 시작된 4차접종도 현재 60세 이상 접종률이 대상자의 49%에 불과하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말이 4주 동안 (집중 접종기간을) 한다는 거지, 유행의 정점이 빨리 오게 되면 사실상 한 2주 정도밖에 안 남은 것"이라며 "접종하자마자 면역이 확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2~3주 사이 60대 이상이 접종을 얼마나 빨리 잘하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에 대해선 "그것도 달성이 쉽지는 않을 거다. 접종 관련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청장년층의 추가접종이 '바닥'인 상황에서는 고위험군의 접종률을 간신히 제고한다 해도 그 효과가 다소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본인이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감염된 사실을 모르는 자식 또는 손자·손녀, 청장년과 접촉하게 될 경우 추가전파를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엄 교수는 우선 50대까지 접종 강력권고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여러 가지 만성질환의 시작점에 선 50대는 인지가 잘 안 된 분도 계시기 때문에 집중 권고대상을 (50대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분류체계 상 50대와 기저질환자, 보건의료인은 권고 '2순위'에 해당한다. 18~49세 연령층은 접종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가장 낮게 평가된다.
     
    기저질환이 없는 청장년은 안 그래도 접종에 회의적인 이들이 상당수다. 걸려도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낮은 만큼 잦은 변이로 백신의 방어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접종으로 얻는 실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되레 접종 이상반응이 더 무섭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달 말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2차 이상 접종완료자 중 2가 백신 추가접종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감염 경험(34%) △이상반응 우려(28%)와 함께 △2가 백신 이상반응이 더 클까봐(24%)도 꼽혔다.
     
    당장 고위험군의 면역력을 올리는 게 급선무인 당국도 청장년층에 대해선 딱히 적극적인 독려를 못하고 있다. 집중 접종기간에 내세운 '인센티브'는 고궁 및 능원 무료입장 등 외 접종기관에 충분한 백신을 공급해 사전예약 없이도 당일 현장접종이 가능케 하겠다는 정도다. '방역 패스' 같은 페널티가 불가한 상황에서의 고육책이지만, 가뜩이나 추가접종에 미지근한 대상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이다.
     
    엄 교수는 "백신 접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적극적인 분들에게는 기분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돌리기엔 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재정이 충분하다면, 60대 이상이라도 오고 가는 교통비와 시간 소요를 감안해 일정 금액을 드리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적어도 경찰·소방 등 대민 업무 종사자, 희망자들은 60세 미만이라 해도 신속한 접종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질병청 회의에서도 건의한 사항인데, 코로나19를 비롯해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직종·직군들은 백신 접종을 적극 실시하는 게 좋다. (확진으로) 자꾸 인력 공백이 생기면 그 자체가 사회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고위험군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최대한 접종을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요처럼 가면 안 되겠지만, (일반) 회사 경영진도 접종 의지를 독려해주면 접종률이 높아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제는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여야 지도부 등에서 별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무위원·지자체장 등이 단체 접종을 하겠다곤 하는데 시기적으로 약간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군을 자주 대면하거나 가족 중 고령층이 있는 청장년층 역시 접종을 해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엄 교수는 "자신은 괜찮지만 위험군을 모시고 있거나 그런 시설에서 일을 하는 경우, 어떤 형태로든 많은 사람과 수시로 접촉하는 일을 하는 분들은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령층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거라곤 하나 감염이 반복될 때마다 중증으로 더 진행되고 치명률이 올라간다는 데이터들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젊은 분들도 본인의 건강상태와 여러 가지 생활환경을 고려해 접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신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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