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구속과 함께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표의 턱밑까지 오면서, 이제 민주당도 이 대표발(發) 사법리스크를 현실로 받아들인 분위기다. 이에 당 내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재명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李, 당내 동요에 '민생' 방점 찍고 역공 나서
대장동 사업자들에게서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 제공 대가로 6차례에 걸쳐 총 1억 4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이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실장이 지난 19일 검찰에 구속됐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까지 정 실장의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동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은 정 실장의 구속으로 이 대표에 대한 책임 공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그동안 당이 전사적으로 나서 이 대표 측근들을 엄호해온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당도 정 실장의 구속을 기점으로 공세 고삐를 더욱 단단히 쥐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들이 정신을 좀 차렸으면 한다. 자신들을 인질 삼아 사지(死地)를 탈출하려는 이재명을 구하겠다는 비이성적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내 동요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정 실장 구속 당일인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유일한 걱정은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파괴에 혈안인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역공 메시지의 방점을 '민생'에 찍었다. 이 대표 측 관계자 역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부터는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될 것이다. 사법부를 신뢰하고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어대명' 무색…당 집단반발 기류는 '아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이미 당내 곳곳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된다. 이 대표는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즉각 시행에 우려를 나타내며 '조건부 유예'로 당 방침을 틀었지만, 논의 초반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 신동근 의원이 "유예보다는 일관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견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도마 위에 올랐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결국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당시 경쟁 후보들도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에 휘말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리스크 현실화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다만, 이 대표가 다음 총선의 공천 칼자루를 쥐고 있는 만큼, 아직 집단 성토 움직임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 실장의 구속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손상이 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이 대표에 대한 명확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일단 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 역시 "윤석열 정권과의 대치전에서 또 다시 당이 분열되면 안 된다는 당 내부 인식이 크다"면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당내 집단행동보다는 개인 메시지 차원의 지적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