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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새 계절 향해 부딪혀가는 가족의 초상 '알카라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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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새 계절 향해 부딪혀가는 가족의 초상 '알카라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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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감독 카를라 시몬)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스포일러 주의
     
    태양이 가져오는 복숭아의 계절,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져온 마법의 끄트머리에 놓인 가족들은 함께여서 평화롭고 또 함께여서 갈등한다. 오랜 시간을 이어온 추억과 감정이 녹아든 복숭아밭과의 계절을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들이 새로운 계절로 향하기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해 웃고 갈등하고 부딪힌다. '알카라스의 여름'이 담은 솔레 가족의 초상이다.
     
    해가 내리쬐는 작은 마을 알카라스에는 매 여름 복숭아를 수확하기 위해 3대째 모인 솔레 가족이 찬란한 계절을 누린다. 탐스러운 복숭아처럼 영글어가는 가족의 이야기와 그해 여름 복숭아는 저마다의 기억으로 자란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이 연출한 '알카라스의 여름'은 스페인 카탈루냐의 작은 마을 알카라스에서 3대째 복숭아 농사를 짓는 솔레 가족의 잊을 수 없는 여름을 그린 작품으로, 카탈루냐어로 된 영화로는 최초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영화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작은 마을 알카라스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던 할아버지와 삼촌들에 대한 감독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그렇기에 영화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향수가 주는 작은 농업 마을의 평화로움과 솔레 가족의 터전을 파고든 산업화와 갈등의 우울함이 공존한다.
     
    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는 알카라스, 아이들은 마치 낡은 자동차가 우주선이고 그들의 세상이 우주인 것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어른들의 사정 속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지트인 낡은 자동차는 사라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저 속상할 따름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소중한 아지트를 앗아간 위기는 솔레 가족 전체로 퍼지고, '알카라스의 여름'은 농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가족에 대한 초상과 농익어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나간다.
     
    '여름'이란 계절이 그러하듯 영화는 복숭아밭에 모인 가족의 모습에서 오는 따스하면서도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우울한 시대의 풍경을 오간다. 이러한 상반된 분위기를 오가는 것은 으레 가족의 풍경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감정과 분위기를 동시에 느낀다는 건 한여름의 태양과 초록 잎으로 뒤덮인 알카라스가 솔레 가족의 감정을 묵묵히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카라스가 바로 솔레 가족의 근원이자 전통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솔레 가족을 보듬어 온 그들의 근원인 복숭아밭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밀려들며 위기를 맞이한다. 토지 계약 문제와 지주의 태양 전지판 사업 등으로 솔레 가족은 복숭아밭을 떠나야 하고, 복숭아밭을 잃는다는 것은 곧 그들의 삶의 터전이자 전통을 잃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농장의 위기 속에 가족과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 둔 고민과 갈등이 무르익어간다.
     
    어느 가족에게나 존재하는 작은 원망과 불안들, 좋으면서도 얄미울 때도 있는 가족이라는 관계, 사춘기를 맞은 10대의 방황과 고민, 놀 곳을 잃은 어린아이의 투정 등 가족 내 존재하는 불안은 농업 마을에 닥쳐온 불안과 고민과 교차되며 솔레 가족을 현재를 보여준다.
     
    복숭아나무 대신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겠다는 지주, 그런 지주와 소작농인 솔레 가족의 키메트 사이의 갈등, 애써 기른 과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 항의하기 위해 나선 솔레 가족의 모습에서는 카탈루냐가 겪어야 했던 위기와 사회상이 드러난다. 전면적으로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짚는 건 아니지만, 솔레 가족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미뤄 짐작하게 된다.
     
    이렇듯 내가 나고 자라고 선 땅, 나를 지탱한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불안과 불투명한 미래가 닥쳐온다. 솔레 가족이 겪는 건 각자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대로 가야만 하는 순간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뿌리 내린 땅을 벗어나 이주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개인 단위로 쪼개지고 다시 그 안에서 뭉친다.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마치 복숭아의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야 하는 것처럼 복숭아밭도, 솔레 가족도 다음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치열하면서도 아프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맞이한다. 물론 그 안에는 여름의 태양처럼 뜨거움과 찬란함이 공존한다.
     
    태양과 자연이 주는 가치를 아는 이들만이 전할 수 있는 그들만의 성실함과 전통과 정체성이 복숭아밭을 일궜고, 솔레 가족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솔레 가족 그리고 솔레의 구성원들이 전체와 각자의 위기에 저항하는 모습은 찬란하기만 하다.
     
    '알카라스의 여름'에 나오는 배우들은 이른바 '비(非)전문' 배우들이다. 감독은 카탈루냐와 카탈루냐어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9천 명이 넘는 사람을 상대로 오디션을 진행, 농부이거나 농부 가족 출신이며 카탈루냐어를 할 수 있는 현지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솔레 가족처럼 농업 사회에 대한 시간과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배우들이기에 그들의 연기는 전문 배우들보다 오히려 더 그 장소에 존재해 온 사람의 분위기를 풍기며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그러한 것처럼 오디션을 거쳐 출연한 배우들에게서도 여름 태양과 복숭아의 향기가 가득하다. 이 모든 것을 만나게 해준 카를라 시몬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120분 상영, 11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메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알카라스의 여름' 메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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