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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화합을 위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원내대표의 꿈이 무산된 김무성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의 방산외교를 위해 터키로 출국하기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원래 생각대로 원내대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여기에는 여러가지 함축적 의미가 포함돼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두 번 떨어진 경험이 있는 김 의원은 원내대표에의 강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세 번째 꿈도 박 전 대표의 반대로 좌절된 셈이다.
김 의원은 "당이 4.29 재보선 패배로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당 대표가 역할을 요청해 왔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면서도 "하지만 당 대표의 요청이 있기 이전에는 차기 원내대표 생각은 일절 안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저는 철저한 당인"이라며 "당인으로서 그런(원내대표) 역할이 주어진다면 생각을 안할 수 없었다"며 당 화합차원에 이뤄진 원내대표 제안을 수용할 뜻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는 당의 화합이 중요하며, 주류측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우회적인 표현으로 읽혀진다.
이어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지침을 따르겠다거나 박 전 대표의 의사를 원론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의사 표현조차 하지 않은 대목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모두 열심히 뛰었는데, 지금 와서 안좋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다음 정권의 창출을 위해 힘을 모으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정치는 맺힌 것을 푸는 것이다. 이를 어떤 시점에 누가 푸느냐가 문제"라며 "이번 일로 골이 더 깊어진다고도 볼 수 있지만, 또 그 골을 메우기 위한 해결책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한 "박희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진의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 같은데, 오해가 있다면 두 분이 푸는 것이지 내가 낄 자리가 아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간접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서는 이미 밝힌 입장에 덧붙일 말이 없다면서 반대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라는 뜻을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전한데 이어 김효재 비서실장과의 만남에서도 합의 추대 뿐 아니라 원내표 경선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BestNocut_R]
당헌 당규를 언급해 반대한 것은 한나라당 주류 측에 대한 반발 의사라면, 추대뿐 아니라 김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는 것에도 반대한 것은 김 의원에 대한 경고 의미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동안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해온 김무성 의원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친박 내에서도 김 의원에 대해 자기과시적인 정치를 한다는 못마땅함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연초에도 김 의원이 "이제부터는 할 말은 하겠다"며 계파색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박 전 대표가 "개인 입장"이라고 제동을 걸었고 결국 김 의원은 침묵했다. 당시에도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었다.
이번에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반대까지 겹치며 박 전 대표와 김 의원 사이의 냉기류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미묘한 관계''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박 전 대표의 용인술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박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해 온 김 의원이 박 전대표와의 ''제2라운드 관계''를 재설정할지, 친박계의 좌장 자리를 내려놓고 중진 의원 ''김무성''의 정치를 시작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