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도발이 매일 수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무력시위도 벌어져서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유감 표명까지 했죠.
지금 상황, 국방부를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일단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에 어떤 도발행위가 있었길래 우리 군에 비상이 걸린 건가요?
[기자]
네, 일단 북한 공군기들이 어제 오후 10시쯤부터 자정쯤까지 전술조치선 남쪽, 비행금지구역 북쪽으로 다가왔던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우리 군도 전투기를 출격시켜 맞대응을 했고, 이 전투기들이 비행금지구역 몇 킬로미터 북쪽까지 다가왔다가 다시 돌아간 뒤에 또 일이 벌어졌는데요.
새벽 1시 50분쯤, 북한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군 포병부대가 1시 20분쯤부터 5분 동안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 바다로 포탄을 130여발이나 쐈고요,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도 새벽 2시 57분쯤부터 10분 동안 동해 바다로 40여발을 쐈습니다.
연합뉴스[앵커]
북한 공군이 우리 '전술조치선'을 넘어왔다는데 이게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면서요?
[기자]
네, 군 당국도 이번 일을 굉장히 이례적이라 생각하고 북한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5년 만에 벌어진 일이거든요.
전술조치선이 뭐냐면 흔히 휴전선이라고 하는 군사분계선 북쪽에 가상으로 선을 긋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바로 대응해야 한다, 라고 하는 건데요, 왜냐면 전투기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군사분계선을 넘고 나서 대응하면 이미 늦기 때문입니다.
군 당국은 서해 NLL 근처에서 1개, 동부와 내륙 쪽에서 각각 여러 개씩 모두 합쳐 10여개의 항적을 포착했고, 이들이 비행금지구역에 근접했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제공[앵커]
비행금지구역이 9.19 군사합의에 정해져 있는 내용인가요?
[기자]
네,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이걸 정해 놨습니다.
비행금지구역은 서부에선 군사분계선 남북 20킬로미터, 동부에선 남북 40킬로미터로 정해져 있는데 이 구역 몇 킬로미터 앞까지 다가왔다는 얘깁니다.
[앵커]
아예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들어온 건 아니고요?
[기자]
네, 그 안쪽으로 들어오진 않았으니까 군사합의를 위반한 건 아닌데요, 가만히 놔두고 볼 수도 없는 순간이었죠.
2017년 전술조치선을 넘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는 군사합의도 없던 시절이긴 했는데, 넘어온 게 한두대뿐이었습니다. 이번처럼 여러 대가 한꺼번에 넘어온 일은 전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국방부 제공[앵커]
그런데 포탄 사격에서는 9.19 군사합의를 어긴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군 포병은 어제 새벽 서해 황해도와 동해 강원도에서 수십발의 포탄을 바다로 쐈었는데요, 문제는 포탄이 떨어진 곳이 마찬가지로 군사합의에 규정된 해상완충구역이라는 겁니다.
이게 뭐냐면요, 마찬가지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백령도와 연평도, 북한 장산곶과 해주 등 서해에 정해둔 일정 구역과 동해 속초에서 북한 통천까지 동해 바다 일대에서 여기서는 사격하지 말자, 이렇게 합의했던 곳입니다.
[앵커]
북한이 9.19 합의를 위반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그전에 두 번 있었습니다. 3년 전인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에서 포병 사격을 한 적이 있었고, 2020년 5월 강원도 철원 3사단 GP에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사례가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이 3번째이고 또 4번째라고 밝혔는데, 왜냐면 서해에서 쏜 것이 한 건이고 동해에서 쏜 게 한 건이고, 둘이 시간이 다르니까 별개로 계산한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오늘 아침에 총참모부, 우리나라로 치면 합참이죠.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 우리 군이 어제 전방지역에서 10시간 동안 포병 사격을 했다. 여기서 우리 군은 한국군입니다. 여기에 대한 대응 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며 군사적 긴장을 유발시키지 말라고, 오히려 우리 군에 경고했습니다.
국방부 제공[앵커]
실제로 우리가 포병 사격을 하긴 한 건가요?
[기자]
하기는 했는데 9.19 합의를 깨진 않았습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포병 사격장에서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어제 아침부터 훈련을 하면서 MLRS, 즉 다련장로켓을 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10시간 정도 쏜 건 맞는데, 9.19 합의엔 군사분계선 남북 5킬로미터 내에서 포 사격을 못하게 돼 있으니까, 그것보다 남쪽에 있는 사격장이었고 방향도 남쪽으로 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앵커]
우리는 위반한 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입장을 밝혔죠?
[기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건 9.19 남북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깬 건데…"
(윤 대통령) "유감입니다."
(기자)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윤 대통령) "하나하나 저희도 다 검토하고 있습니다. 남북 9.19 협의 위반인 건 맞습니다."
[앵커]
유감이다 얘기하고, 2시간 전쯤에 또 대통령실에서 9.19 군사합의를 유지하냐 파기하냐는 북한에 달렸다, 이렇게 한 번 더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북한이 위반한 것에 대해서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일단 군은 오늘 오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북한에 팩스로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위반 사실에 대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요, 또 공개적으로 경고 성명도 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강호필 작전부장입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 데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게 오늘 오전 10시쯤에 있었던 일인데 7시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의 반응은 없는 상태고요, 우리 정부와 군이 어떻게 대응할지 이것저것 검토해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여권을 중심으로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 아예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파기하고 전술핵을 재배치하자,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나요?
[기자]
나오긴 하는데요, 생각해 보면 그렇게 쉽게 꺼낼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자꾸 이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확장억제와 관련해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왜 이러냐면, 전술핵 재배치나 군사합의 파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놓지는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한다고도 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일단 명시적으로 재배치를 한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기냐, 1991년에 우리가 북한과 맺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깨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 비핵화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져 버려요.
그렇다고 재배치나 파기를 안 한다고 못을 박아 놓자니 상황이 엄중한데 우리가 저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 라는 국내정치적 요구도 있고요. 또 우리가 이런 행동까지도 정 안되면 할 수 있다, 이런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9.19 합의가 우발적 충돌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맞아요. 이게 파기될 경우엔 지난 2015년 8월에 일어난 목함지뢰 도발, 서부전선 포격 사건 등 진짜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문젭니다.
북한도 먼저 파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관측인데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명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건 결국 먼저 깨는 쪽이 손해라는 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