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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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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핵심요약

    한 해 16만대 이상의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섬인 제주로서는 뭍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이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버스터미널과 같은 존재입니다. 한해 2500만명의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자 다양한 기관과 업체, 직종이 어우러진 백화점과 같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주국제공항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을 하는 곳인지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를 연속 기획보도합니다. 오늘은 세 번째 이야기, 객실승무원 '스튜어디스'의 고군분투를 제주항공 베테랑 승무원을 통해 들어봅니다.[편집자주]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③]객실승무원
    미소만 갖춘 게 아니라 응급처치나 비상창륙 등 비상상황 대비 다양한 능력 겸비
    기내서 '과도한 음주'는 제발…출도착 때 등받이 세우고, 창문 열어달라 이유가 있어요
    승객 내릴 때 "고생하셨어요" 한마디에 다시 힘내

    인터뷰중인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최미정 이자혜 사무장. 박정섭 기자인터뷰중인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최미정 이자혜 사무장. 박정섭 기자
    ▶ 글 싣는 순서
    "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계속)

    스튜어디스란 직업,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1930년 미국 보잉항공이 여성 승무원을 탑승시킨 게 스튜어디스의 첫발입니다. 이전에 남성이 탑승권을 확인하거나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도맡다가 기내에서 식사와 오락 등 다양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엄격한 외모 기준을 통과한 여성들이 승무원으로 탑승합니다. 당시 미국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지원하려면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자격증도 필요했다는데요. 비행중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응급처치를 통해 회항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계속 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네요.
     

    객실승무원은 이륙 전부터 탑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쉴 틈이 없어요


    국내선은 출발 1시간 전, 국제선은 2시간 전 출근이 일상화됐습니다. 기장과 비행 상황을 논의한 뒤 손님 탑승 전 보안 안전장비와 서비스 용품을 점검하기 위해섭니다. 손님들이 하나둘 비행기에 발을 들여놓으면 도움이 필요한 손님이 있는지 살피는 등 탑승 보조 업무가 시작됩니다. 에어카페나 면세품 판매 등 특화서비스 제공도 이들의 몫입니다. 국제선은 특히 코로나시대에 맞춰 보다 검역에 신경을 쓰고 있구요. 내리는 순서도 나라마다 달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응급환자 발생, 우리가 가장 자주 겪는 '비상상황'입니다.


    항공기는 공중에 떠 있다는 상황상 곧바로 병원에 갈 수 없다보니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모든 승무원은 응급처치사로 변신합니다. 기내에는 전문의약품과 함께 제세동기 등 각종 응급처치에 필요한 의료도구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호흡이 돌아오길 바라는 승객들과의 한마음 아래 승무원은 심폐소생술을, 기장은 가장 가까운 공항을 찾아 착륙에 들어갑니다. 기내 출산에 대비한 분만교육도 받구요. 바다나 육지에 내리는 비상착륙이나 화재 등 상황별 교육도 이뤄집니다. 1년에 한번 정기교육을 이수해야 승무원 자격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기내서비스중인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제주항공 제공기내서비스중인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제주항공 제공

    객실승무원 생활, 이런 점이 참 어려워요


    국제선의 경우 노선 특성상 밤을 새서 이동해야 하는데요. 승객 탑승시간보다 공항에 빨리 도착해서 브리핑과 안전점검 등을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부담감이 크답니다. 젊을 때야 젊음의 힘으로 꾸역꾸역 이겨내지만 남들 자는 시간 일을 한다는 자체가 연차가 쌓일수록 벅차다는 게 이들의 고충입니다. 제주항공은 특히 국제선이 길어야 6시간이어서 휴식할 틈이 없다는군요. 저비용항공 특성상 식사나 음료가 제공 안되는데도 가끔 "배고픈데 밥 안준다"고 강짜 부리는 탑승객 때문에 피로감은 2배라는군요.
     

    고래싸움(탑승객)에 새우등(승무원) 터져요


    아기가 운다고 막말을 쏟아내다 결국 항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던 사건이 최근 주요 뉴스로 다뤄진 적이 있는데요. 승객끼리 다툴 때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애매해 조율이 어렵다는 게 감정노동자이기도 한 스튜어디스들의 하소연입니다. 특히 좌석 등받이 각도 때문에 승객들이 많이 다투는데 원만하게 조율해 내는 데도 진땀을 흘린다는군요. 제주항공 원년 멤버인 객실승무원 이자혜 사무장은 "한 승객이 본인 짐을 안 올려줬다는 이유로 모욕감을 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아느냐. 내 남편이 누군 줄 아느냐'며 격하게 항의해 일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꼈다는군요. '흥미로운 제주공항 이야기' 첫 편에서도 항공보안검색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며 검색에 역정을 내시던 그 분이 혹시 동일인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봅니다.
     
    2010년 제주항공 Q400 고별비행. 이자혜 사무장(사진 가운데)와 최미정 사무장(오른쪽에서 4번째). 제주항공 제공2010년 제주항공 Q400 고별비행. 이자혜 사무장(사진 가운데)와 최미정 사무장(오른쪽에서 4번째). 제주항공 제공

    "기내에서 제발 이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


    인터뷰에 응해준 이자혜 사무장과 최미정 사무장이 한 목소리로 밝힌 '기내 엄금'은 '과도한 음주'입니다. 고도 10km 가량을 비행하는 기내 특성상 본인 주량보다 훨씬 더 빨리 취한다는데요. 국제선 운항 때는 특히 면세점에서 산 술을 몰래 마셔 많이 취하는 승객이 적잖다고 합니다. 술에 취하면 판단 저하에 고성, 폭행 등이 뒤따르면서 다른 승객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기내에서 제발 참아 달라는 부탁에 과도한 음주가 1순위에 올랐습니다.
     

    출발과 도착 때 의자 등받이를 세우고, 창문을 열어야 하는 건 이 때문예요


    단잠을 자는데 등받이를 세워 달라거나 쏟아지는 햇살을 막기 위해 닫아둔 창문덮개를 열어 달라는 승무원의 요구가 짜증난 적 없으신가요? 하지만 이유를 들으시면 절로 수긍하실 텐데요. 이 모든 게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섭니다. 비상 착륙뒤 갑자기 탈출해야 하는 경우 의자 등받이가 눕혀진 것보다는 세워진 게 탈출이 훨씬 용이합니다. 비상구 좌석은 등받이가 아예 젖혀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창문 덮개를 여는 건 외부 상황을 시각적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비행기 엔진이 불에 붙은 걸 발견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사고 사실을 알려 더 큰 사고를 방지한 건 비상상황에 대비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중인 제주항공 승무원들. 제주항공 제공보육원에서 봉사활동중인 제주항공 승무원들. 제주항공 제공

    출발 직전 승객이 내리면 상황은 정말로 복잡해져요.


    공황장애는 갑작스런 불안과 초조함,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증상입니다. 엘리베이터나 터널, 비행기 등에서 느끼는 폐소공포증도 이 중 하나입니다. 비행기 탑승객이 갑작스런 공황장애로 내리겠다고 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공황장애 탑승객이 내리면 손님 좌석정보와 일행 여부를 기장과 운송직원에게 알립니다. 보안검색원은 곧바로 기내에 들어와 탑승객이 앉았던 좌석 앞뒤로 3열씩 보안검색을 합니다. 비행기 화물칸에 실었던 짐도 다시 꺼내 재검색합니다. 이런 절차 때문에 30~40분 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네요. 다행히도 요즘 많은 분들이 공황장애를 알고 있어 다른 탑승객들의 큰 반발은 없다는 전언입니다.
     

    코로나19로 기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코로나19 초반에는 다른 승객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자체도 불쾌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관심 갖고 보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요. 특히나 기침을 하는 승객이 옆에 탈 경우엔 자리를 옮겨 달라고 성화지만 역학조사 문제로 자리이동을 제한해 승무원으로서는 난감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기내 화장실도 승객이 쓰고 나오면 곧바로 소독 티슈로 다 닦을 정도로 위생 민감도도 최상위였습니다. 대신 대화를 자제하다보니 독서실만큼 고요하고, 승무원도 부르지 않아 "진짜 평화로웠다"는 게 승무원의 회상입니다. 코로나19의 역설입니다.
     

    "고생하셨어요" 이 한마디에 다시 힘이 납니다


    승무원은 서비스만 하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탑승객 안전을 위한 존재라는 사실이 가장 큽니다. 웃으면서 승객을 응대하는 직업은 동전의 양면처럼 힘들 수도, 좋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오다보니 좋은 면이 훨씬 많다는군요. 최미정 사무장은 "탑승객이 내릴 때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어요'라는 한마디에 감동 백배"라며 기력이 다시 살아난다네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큽니다. 업무 강도가 높지만 책임지고 안전하게 모시고 나면 그 뿌듯함은 피곤함을 곧 잊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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