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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개인전투장비' 눈부신 발전…'집중과 선택'을 허하라[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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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민간 '개인전투장비' 눈부신 발전…'집중과 선택'을 허하라[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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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무기체계도 중요하지만 개인전투장비 등 전력지원체계도 중요
    무기체계보다 도입 절차 단순하지만, 그만큼 체계적이지 못해
    지난 9월 DX 코리아에서 여러 군납업체들 신제품 선보여
    부대마다 특성과 작전 환경 다르니, 선택권 주는 쪽이 바람직
    부대는 뭐가 필요한지 체계적 연구, 군은 뭐가 좋은지 검증해야
    지휘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부대원들 의견 듣고 반영할 필요

    최근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 대규모 수출을 성공시킨 K-방산의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무기를 만드는 방위산업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이 실제로 입거나 손에 들고 쓰는 방탄복, 방탄헬멧 등을 비롯한 '개인전투장비' 등 전력지원체계도 매우 중요하다. 무기와 마찬가지로 장병들이 실전에서 목숨을 맡기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전력지원체계는 무기체계보다 도입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고, 특성상 민간과 군이 공유하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각 부대마다 필요한 체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품질과 함께 자율성도 보장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다고 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지난 9월 21~25일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옆 전시관에서 따로 열린 전력지원체계 전시회에서는 방산업체들과 함께 이러한 개인전투장비를 제작하는 민간 군납업체들도 자사 제품들을 전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군에서 쓰이긴 하는데 제식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무기체계보다 덜 까다로운 전력지원체계…그만큼 덜 따져보고 산다?

    전력지원체계의 대표격인 개인전투장비 개선 프로젝트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공전력지원체계의 대표격인 개인전투장비 개선 프로젝트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육군 제공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는 도입 절차가 완전히 다르다. 총기나 전차·군함·전투기와 같은 무기체계는 각 군이 합동참모본부에 소요를 제기하면 합동참모회의가 소요를 결정하고, 다시 방위사업청이 주도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해 국내개발이나 해외구매 등 방법으로 이를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성능을 갖춘 장비가 필요한지를 연구하고 정리해 운용요구서(ORD)와 함께 운용형태요약/임무요건(OMS/MP)이라는 문서를 만들고, 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군 당국의 요구사항, 즉 작전요구성능(ROC)의 기반이 된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무기체계와 달리 전력지원체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방사청이 운영하는 국방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공고를 내고, 최저가 입찰 제도에 의해 이를 낙찰받은 회사가 물건을 납품한다. 이러한 도입 절차는 각 군별로도 진행할 수 있으며, 각 부대별로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우리 군은 전력지원체계에 대해 OMS/MP를 만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장병들이 쓰는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떤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성능을 갖춰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따져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구매하는 물건이 사무용품 등 단순 부대 비품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장에서 함께해야 하는 총기 조준경과 같은 물건은 무기체계만큼이나 필요한 성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 특히 이런 문제는 개인전투장비 개선 사업인 '워리어 플랫폼'이 시작된 이후로 더욱 두드러졌다. 장비를 대량으로 도입하는 만큼 허점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절차상 엄격한 통제를 받는 무기체계와 달리 전력지원체계는 제조와 도입의 풀이 비교적 넓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전투장비는 해외의 군·경 또는 민간 시장 등과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를 들어 군 저격수가 쓰지만 사냥용으로도 쓰이는 망원조준경(스코프)이 대표적인 예이며, 방탄복 등을 군납하는 회사에서 민수용 방탄복을 그대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선행연구와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고 나면 도입에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무기체계와 달리, 조금만 더 신경쓰면 좋은 물건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려 있는 셈이다.


    군에서 쓰이는데 제식은 아니다?…군납업체들 선보인 질 좋은 군용 제품


    때문에 국내 몇몇 업체들은 이미 우리 군에서의 수요를 노린 제품들을 몇 년 전부터 개발해 왔고, 더러는 몇몇 부대에서 개인 또는 부대 단위로 도입해 쓰기도 한다. 부대별로 어디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전군 제식 보급품으로는 부족한 능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DX 코리아에도 이러한 군납업체들이 자사 제품들을 선보였다.

    헤세드코리아가 미국 TYR사의 PICO 방탄복을 우리 특전사에서 사용하는 위장무늬로 생산한 모델. 김형준 기자헤세드코리아가 미국 TYR사의 PICO 방탄복을 우리 특전사에서 사용하는 위장무늬로 생산한 모델. 김형준 기자
    먼저, 기능성 티셔츠 등을 군 마트에 납품해 이름을 알린 '헤세드코리아'는 미국의 'TYR'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이 회사 전투복이나 방탄복과 같은 제품들을 그대로 우리 군 '화강암'이나 특전사에서 쓰이는 '특전픽셀' 위장무늬로 만들었다. TYR은 미 육군의 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 출신 전역자들이 세운 회사로, 그 품질을 인정받아 미군 특수부대에서도 쓰이고 있다.

    특히 이번 DX코리아에서는 여성의 신체구조에 맞춰 개발된 방탄복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여성 전투원들이 남성 신체에 맞게 설계된 방탄복을 입으면 방탄판이 가슴 부위를 압박해 불편할 수밖에 없고, 방탄판의 위치도 제대로 잡히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한다.

    BMI가 개발한 방탄헬멧. 김형준 기자BMI가 개발한 방탄헬멧. 김형준 기자
    방탄헬멧과 방탄판, 방탄복 등을 직접 만드는 'BMI'에서는 미국 '크라이'사와 기술제휴를 해 만든 방탄복과 함께 현재 특전사 등에 납품하고 있는 방탄헬멧을 선보였다. '크라이'사 방탄복은 특유의 기능성으로 미군 특수부대에서 상당히 널리 쓰이고 있으며 우리 육해공군 특수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BMI는 이를 화강암이나 특전픽셀 위장무늬로 만들었다.

    해당 방탄복은 워리어 플랫폼 사업의 3형 방탄복 입찰에도 참가했지만 가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입찰에서 탈락, 현재 또다른 회사가 납품하고 있는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BMI 방탄헬멧은 기능성을 인정받아 특전사 등 일부 부대에서 도입해 쓰고 있다.

    MITS가 개발한 K1A용 레일과 개머리판 어댑터, 손잡이. 김형준 기자MITS가 개발한 K1A용 레일과 개머리판 어댑터, 손잡이. 김형준 기자
    1980년대 처음 개발이 시작돼 현재까지도 쓰이고 있는 5.56mm K1A 기관단총이나 K2 소총은 조준경이나 야간 표적지시기, 플래시라이트 등 부가장비를 부착할 수 있는 '레일'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곤 하며, 개머리판도 그다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손잡이의 각도 때문에 총을 잡은 손 엄지손가락으로 조정간을 곧바로 조작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여러 업체들이 해결책을 개발했고, 현역 군인들이 개인구매 또는 부대별로 이를 도입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이번 DX코리아에서는 'MITS 프리시전'에서 미국 '맥풀'사가 개발한 'M-LOK' 규격으로 개발한 K1A, K2용 레일과 개머리판 어댑터 그리고 손잡이가 눈길을 끌었다. 해당 규격은 원하는 곳에 부가장비를 부착할 수 있으면서도 K2C1에 채용된 '피카티니' 레일보다 가볍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개머리판을 피카티니 레일로 탈착 가능하게 해, 다양한 개머리판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부분이다. 이는 스위스의 총기 회사 'SIG'사가 만든 MPX 기관단총과 MCX 소총에서 등장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필요나 취향에 맞게 여러 모양의 개머리판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성씨텍에서 개발한 고글 렌즈. 김형준 기자우성씨텍에서 개발한 고글 렌즈. 김형준 기자
    거친 전장 환경에서, 특히 눈은 한 번 다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처음부터 보호해야 한다. 스키를 탈 때 고글을 써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다. 우리 군에서 쓰이는 전투용 안경 가운데 100만개 이상을 생산해 납품한 우성씨텍은 조금씩 형태가 다르게 만든 기존 군납 고글들과 함께 레이저 방어가 가능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눈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내구성은 필수인데 산탄총으로 새 사냥용 탄환(버드샷)을 쏴도 이를 막아낸다. DX 코리아 현장에 있던 직원은 아예 렌즈를 바닥에 내려놓고 여러 차례 발로 밟기까지 했지만 흠집이 조금 났을 뿐 부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각 부대는 뭐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군은 좋은 물건 쓸 수 있게 자율성 보장해야


    이처럼 군에서 이미 쓰이고는 있으되, 전군 제식은 아닌 장비들은 그전에 쓰이던 장비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한편으로, 어떤 부대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장비들은 모두 다르다. 전력지원체계 도입을 각 부대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는데, 최저가 입찰로 진행되는 도입 절차 탓에 양질의 물건을 만들지 못하거나 군납을 할 능력 자체가 없는 업체들이 마구잡이로 참여해 낙찰을 받은 뒤,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저질 제품을 납품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문제가 돼 왔다. 외국 군수품의 불법복제품 등이 납품되는 일도 종종 생겼는데, 법 또는 절차상으로는 흠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이 더 문제이다.

    2020년 11월 육군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워리어 플랫폼 포럼' 현장. 김형준 기자2020년 11월 육군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워리어 플랫폼 포럼' 현장. 김형준 기자
    이미 대안도 어느 정도 제시되긴 했지만 군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진 않고 있다. 2020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워리어 플랫폼 포럼'에서 박춘식 28보병사단장(당시 육군군수사령부 소요조달과장)은 "현재의 최저가 입찰제가 아니라 전문성과 역량 등을 반영한 생산 능력 점수와 가격 점수를 반영한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러한 제품을 잘 만드는 업체를 평가하고, 쇼핑몰에 등록해 두면 사용 부대에서 이를 신청해 계약을 체결하는 '다수공급자계약'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먼저 당국이 업체와 제품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사전 적격성 검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해당 부대 구성원들 또한 임무와 환경에 어떤 제품이 적합한지 알기 위해 OMS/MP처럼 체계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군사작전에 필요한 기능성과 내구성을 갖췄다는 점이 입증된 제품을 사전에 선정해 부대별로 필요에 맞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이러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부대에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알려면 당연히 전문성이 필요하고, 운용 경험에서 나오는 피드백이 사업 담당 부서까지 전달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보병부대의 '작전'에 대해선 개인전투장비의 효과보다는 인력과 그 외 무기체계의 운용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전투장비도 전투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좋은 조준경이 도입되면 가늠자-가늠쇠보다 빠르게 조준하고 쏠 수 있기 때문에 교전을 먼저 시작할 수 있고, 효율성도 높아지는 식이다. 이런 것들까지 전력 운용을 위한 계산과 분석에 포함되어야 하며, 그러려면 지휘관·참모뿐만 아니라 한 부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경험 많은 부사관들의 의견이 필수적이다.

    국방TV 유튜브 캡처국방TV 유튜브 캡처
    결국은 지휘관들이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체험해 보며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탄피받이 등을 장착하지 않고 실전적인 근접전투(CQB)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화제가 됐던 육군 37보병사단 기동중대도 여단장이 직접 실전적인 훈련과 장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군은 그동안 북한의 전면 침공을 막기 위한 선형방어 위주의 전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 각 부대는 위치와 역할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으며 여기에 최적화한 전력을 갖추려면 그 방법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부대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결국 부대원들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실전적인 장비를 갖추고 훈련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군 당국이 각별히 신경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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