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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담는 스티로폼 사기도 겁나요"…어민도 고물가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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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산물 담는 스티로폼 사기도 겁나요"…어민도 고물가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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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 위기다. 국가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과 농어촌 등 산업을 지탱하는 경제주체들이 노 마진(no margin)과 적자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연속 보도를 통해 그 실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경제위기 엄습…벼랑끝 몰린 산단과 농어촌③]
    스티로폼 박스 2배, 닻도 2배, 그물망은 70% 상승
    배 수리 한번에도 '돈 천만원'…그대로인 건 해산물 가격뿐
    '엎친 데 덮친 격' 인력 줄고, 인건비는 오르고
    어촌 떠나는 어민들…"개인 지원 절실"

    ▶ 글 싣는 순서
    "환율에 치이고, 대기업에 밀려"…K-경제난 속 중소기업의 '절규'
    수입물가 상승에 생산비용 ↑, 판매가는 ↓…위기 맞은 농축산업
    ③ "수산물 담는 스티로폼 사기도 겁나요"…어민도 고물가 직격탄
    26일 경기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에서 어민들이 바지락 손질 작업을 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26일 경기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에서 어민들이 바지락 손질 작업을 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
    "바지락 담는 스티로폼도 가격이 딱 2배 올랐어요."

    지난 26일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 김정배(49) 백미리 영어조합법인 대표가 한편에 쌓여있는 수산물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15년 가까이 어촌계를 지킨 김씨이지만, 올해는 유독 경제적으로 힘들다. 물가가 폭등하는 시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로폼 박스는 개당 1천원이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그러나 어민들은 1회 출고 시 5톤 트럭에 박스를 가득 채워 내보낼 만큼 스티로폼을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 다른 부자재 가격도 상승하다 보니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까 역으로 수산물 원물은 가격이 떨어졌다"며 "대신 기름값부터 운송료, 인건비까지 다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배 수리 한번에 '돈 천만원'…신음하는 어민

    최근 들어 어민들이 생업에서 사용하는 공산품 가격 대부분이 상승했다. 그물이나 닻같은 어업과 직결된 물품은 최소 2배 이상 올랐다.

    20년 가까이 김 양식을 해온 김모(54)씨는 "지난해보다 그물망은 70% 가격이 높아졌고, 철근 값도 올라서 1톤에 60만원이던 게 지금은 14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라서 교체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화성에선 꽃게도 잡는데, 집게도 있고 껍질 자체가 딱딱하다 보니 꽃게용 그물은 2~3번 사용하면 새로 바꿔야 한다"며 "어민들이 물가상승이랑 무슨 관계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게 다 돈이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 모습. 정성욱 기자경기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 모습. 정성욱 기자
    배를 띄우는 것도 부담이다. 1년 전 기름값이 현재 면세유 가격과 동일할 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사용하는 어업용 기름은 세금이 면제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1리터랑 1천원선이던 면세유 가격은 현재 1700원으로 '무늬만 면세유'가 됐다.

    여기에 철강재 가격도 오르면서 선박을 수리하려면 '돈 천만원'은 깨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경기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박모(48)씨는 "배를 수리하기 위해선 물 밖으로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돈이 든다"며 "또 철강 자체가 폭등하다 보니 30톤 규모 선박을 수리하려면 2천만~3천만원은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인력 줄고, 인건비는 오르고


    어민들에겐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이전에는 부족한 국내 인력을 외국인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한때 외국인력 유입이 막히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몸값이 뛰었다. 국내 어촌계에선 해외인력을 놓고 '모셔오기' 경쟁을 해야 한다.

    백미리 어촌계 이창미(60) 사무장은 "국내인력은 꿈도 못 꾸고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는데, 기존 인건비에 숙식과 식대까지 제공하면 1명당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어촌에서는 해외인력과 일부 귀어가구를 제외하곤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이어서 일 할 사람도 없다. 전국 어촌계 2200여곳 중 백미리는 준수한 편이다. 경기 화성의 한 어촌계는 평균연령대가 80대에 달한다.


    어촌 떠나는 어민들…"개인 지원 절실"

    백미리 어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공공장. 정성욱 기자백미리 어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공공장. 정성욱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민들이 어촌을 떠나고 있다. 과거 화성 백미리 주민들은 90%이상이 어민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300가구 중 60%(120가구)만 바다에서 일한다.

    올해 초까지 화성 앞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던 어민은 최근 선박을 처분하고 식당을 차렸다. 물가는 오르고, 고기잡이는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안산 탄도항에서 김 양식을 하던 어부가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구조를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우리나라 어업가구는 18% 감소했고, 어업인구도 23% 줄었다.

    김호연(59) 백미리 어촌계장은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어촌은 다른 업종에 비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며 "어촌계 몫이 아닌 어민 개개인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어촌이 소멸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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