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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광호 서울청장 말대로…인지수사 떨어지는 경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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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김광호 서울청장 말대로…인지수사 떨어지는 경찰, 왜?

    핵심요약

    경찰이 탐문정보를 통해 범죄 단서를 발견하는 '인지수사' 건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고소·고발이나 현장 발생 사건 외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를 입수해 기획수사에 착수하는 등 선제적으로 범죄에 대응하는 기능도 있는데, 그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김광호 청장이 인지수사를 독려한 뒤 변화를 꾀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무엇보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인력 등의 확대·재배치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탐문정보를 통해 범죄 단서를 발견하는 경찰의 인지수사 건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소·고발이나 현장 발생 사건 외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를 입수해 기획수사에 착수하는 등 선제적으로 범죄에 대응하는 기능도 있는데, 그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구분 없이 전국적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인지수사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경찰청은 지난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수사 파트 일선에선 "하명 수사 등에서 탈피해 조직 스스로 범죄를 인지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졌다"며 바뀐 분위기에 대한 증언이 나온다.

    경찰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외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인원 부족'이기 때문에 인력 보충·재배치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시·도경찰청 '범죄의 수사단서' 중 탐문정보로 인한 수사 착수 건수 통계. 각 시·도경찰청 제공주요 시·도경찰청 '범죄의 수사단서' 중 탐문정보로 인한 수사 착수 건수 통계. 각 시·도경찰청 제공
    9일 CBS노컷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최근 5년간 서울경찰청의 '범죄의 수사단서' 통계에 따르면 '탐문정보'로 인한 수사 착수 건수는 최근 5년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484건(1.4%)→2801건(0.9%)→2078건(0.7%)→1791건(0.6%)→1117건(0.4%)으로 점차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주요 시·도경찰청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부터 부산청은 4482건(3.8%)→3143건(2.8%)→2236건(2.0%)→1407건(1.2%)→834건(0.8%), 인천청은 2563건(2.8%)→1348건(1.6%)→1193건(1.3%)→816건(0.9%)→553건(0.7%), 경기북부청은 2017년부터 1693건(1.7%)→1086건(1.1%)→927건(1.0%)→582건(0.6%)→347건(0.4%)으로 각각 나타났다. 경기남부청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 같은 인지수사력의 하락세는 경찰청 전국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에서 '범죄의 수사단서' 중 '탐문정보' 건수를 보면 2011년 6만6809건(3.8%), 2012년 5만2356건(2.9%), 2013년 5만4446건(2.9%), 2014년 5만6577건(3.2%), 2015년 6만5799건(3.5%)로 3% 안팎의 비율을 계속 유지했다.

    그런데 2016년 4만4362건(2.4%)로 갑자기 줄어들더니, 2017년 3만4941건(2.1%), 2018년 2만2121건(1.4%), 2019년 1만8212건(1.1%), 2020년 1만3377건(0.8%), 2021년 8667건(0.6%)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 매년 5만건 이상을 유지하다가 6년만에 1만건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새로 부임한 김광호 서울청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김 서울청장은 수사파트 부서장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 접대 의혹' 수사 등을 언급하며, "인지수사능력을 높이라"는 취지로 독려한 바 있다.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류영주 기자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 류영주 기자
    경찰의 수사 착수 단서는 크게 현행범(약 5%), 신고(약 80%), 미신고(약 15%)로 나눠지는데, 큰 범위에선 미신고 부문이 전부 인지수사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불심검문, 피해품발견, 변사체, 탐문정보, 여죄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탐문정보 부문이 실질적인 인지수사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탐문정보로 인한 수사 착수는 말 그대로 경찰이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를 입수해 입건 전 조사(내사)·수사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경찰 정보과에서 범죄 정보를 수집한 뒤 수사팀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형사들이 인지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모두 경찰청 내부 사무분장 규칙에서 규정하는 '범죄 예방 업무'의 일환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능력을 언급할 때 인지수사력은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범죄가 발생한 뒤에야 이를 처리하는 사후적 사건 대응이 아니라, 범죄가 발생하기 전 또는 피해가 더 커지기 전 이를 차단하는 사전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지수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코로나19 영향 등이 꼽힌다. 일선서의 경우 '지능범죄수사팀'이 인지수사를 주로 하는데, 코로나19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건이 많이 발생하면서 이를 지능팀이 전담하다 보니 따로 인지수사를 할 여유가 없어졌다.

    또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로 나눠졌던 고소·고발 사건이 대거 경찰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경찰 권한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업무량도 늘어났다. 송치를 하더라도 검찰이 직접 추가 수사를 못하다 보니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등 한 사건을 끝내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사건 적체로 인지수사를 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여기에 도미노 현상으로 각 시·도경찰청의 업무량까지 늘어나 인지수사 역량은 더욱 떨어지게 됐다. 일선서보다는 상급기관인 시·도경찰청 수사대의 인지수사 역량이 높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 후 일선서의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불만이 나오자 일선서 사건을 최대한 시·도경찰청 수사대로 이관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도경찰청도 사건 처리에 내몰리다 보니 인지수사 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한 서울청 수사대 관계자는 "최근 탐문정보를 통한 인지수사 건수가 확연히 줄어들은 것은 사실"이라며 "일선서로부터 이관 받은 고소·고발 사건이 쌓여 있는데, 이를 처리하지 않고는 따로 인지수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직 개편으로 팀 수가 늘어나는 반면 팀 내 인원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팀장은 "과거엔 형사팀에 팀장 포함 6명이 근무했는데, 지금은 팀장 포함 4명이 대부분이다. 일부 강력팀은 팀장 포함 3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다"며 "이 인원으로는 (고소·고발, 발생 등) 들어오는 사건 쳐내는 데도 벅차다. 인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자체에 인원 여유가 있어야 일부 인원이 들어오는 사건을 쳐낼 때, 다른 팀원들이 인지수사도 할 수 있다"며 "팀 인원이 줄어든 데에는 업무가 너무 세분화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2013년 여성청소년과가 새로 생기면서 형사과 업무 중 일부가 이관됐고, 인원도 나눠졌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조직 개편을 거치며 여러 기능이 생겨났지만 인원 수급은 그만큼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 팀당 인원은 계속 줄어드는 실정이다.

    결국 인지수사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원 보충, 인력 재배치 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서울청 관계자는 "인지수사 건수가 줄어든 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결국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각 경찰서 인원 책정 기준이 수십 년 전 기준 그대로인데, 인구 변화 등에 맞춰 경찰서 통폐합 등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고위직들도 인지수사력 하락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호 서울청장의 경우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실무진들과 '서울청 치안통계 분석회의'를 열고 수사 통계상 변화와 원인,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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