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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20비 강 하사 유족 "딸 죽음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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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공군 20비 강 하사 유족 "딸 죽음 막을 수 있었다"

    지난 7월 숨진 여군 강모 하사 유족 인터뷰

    "다이어리에 '자살 실패'와 관련된 언급 있어"
    "목에 압박흔 남았고, 눈 부은 채로 출근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올해 4월 자기 관사가 이예람 중사 숨진 곳이라는 걸 알고 불안해해"
    "이 중사 숨질 때 찍은 동영상 보니 딸 관사와 정확히 같아"
    강 하사 숨지기 전에도, 숨진 뒤에도 이 중사 관사였다는 점 알려주지 않은 공군
    "복지대대장이 조문도 안 와 단장에게 항의했더니 '강제할 수 없다'"
    공군 "'강제로 명령할 수는 없다'는 뜻, 다만 유족 좀더 배려했으면 좋았을 것"
    오전 8시쯤 발견된 시신, 오후 4시 55분 현장감식 시작 전까지 그대로 있어
    공군 "규정상 현장 보존…인권위 군인권보호관과 군인권센터 도착까지 기다려"

    지난 7월 19일 숨진 채 발견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강 하사의 시신이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돼 있다. 김형준 기자지난 7월 19일 숨진 채 발견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강 하사의 시신이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돼 있다. 김형준 기자
    지난 7월 19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강모 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군 생활 중에 이미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정황이 파악됐다. 유족은 강 하사의 목에 그 흔적이 남았는데 부대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며, 딸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또 강 하사가 지난해 이예람 중사가 생을 마감했던 바로 그 관사에 자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불안·우울감을 토로했던 사실도 파악됐다. 문제의 관사 배정을 둘러싼 과정뿐만 아니라, 강 하사가 숨지기 전 그리고 숨진 뒤 부대 측에서 적절하게 대처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8월에 1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유족과의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족은 강 하사가 남긴 다이어리와 주변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한 내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자살 실패 흔적 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살고 싶다는 본능도 있어"


    강 하사 아버지 강모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다이어리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살 실패에 대한 언급이 (다이어리에) 있다. 어쩌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였을 수도 있었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며 "목에 압박흔이 빨갛게 남았고 눈도 부은 채 출근을 했는데 아무도 모른 채 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초임하사는 군 생활 적응에 있어 애로사항이나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이른바 '관리 대상'인데 아무도 몰라봤고, 하늘이 준 기회를 주변인들 모두가 놓쳤다"며 "과연 초임하사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요"라고 덧붙였다.

    다이어리에 자세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딸의 그러한 행동이 충동적인 결정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 편지와 메모들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세심한 성격인데, 불필요한 물건을 미리 정리해서 버린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진은 고인이 항과고 진학을 준비할 때 쓴 자기소개서와 함께 친구나 동기들에게서 받은 롤링 페이퍼, 교사와 목표 성적 달성 여부를 두고 간식 내기를 했던 내용 등을 볼 수 있었다. 강씨는 이를 관사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는데, 바꿔 말하면 군 생활을 하면서도 간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딸이 "지속적인 어떤 요인에 밀리고 밀려서 결국 벼랑 끝에 서게 된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다이어리 내용을 보면) 살고 싶다는 본능도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강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7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가 다이어리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네. 진짜 너무 화난다. 더 화나는 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날 더 힘들게 하는 거…"라며 "좌절감을 크게 맛봤다. 복구가 될까… 힘들다.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와 같은 말을 남겼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강 하사는 "교육사(공군교육사령부) 체검(체력검사) 담당 중사 니가 뭔데, 앞뒤 안 따지고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데 꼭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아라"처럼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과 함께, "진짜 나는 군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진짜 후회된다. 왜 그랬을까?", "예전에는 안 좋은 일 생겨도 스펀지처럼 통통 잘 튕겨냈는데 요즘은 다 굳어버렸는지 뭐가 날아들면 다 깨져버린다"고 군에 들어온 일 자체를 후회하는 듯한 이야기를 적기도 했다.

    "자기 관사에서 이예람 중사 숨졌단 사실 알고 우울해해…복지대대장은 조문도 안 와"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유족이 박기완 20전투비행단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유족이 박기완 20전투비행단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유족은 강 하사가 우울해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올해 4월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21일 해당 숙소에서 성추행 사건 피해자 이예람 중사가 숨졌는데, 강 하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 때부터다. 여기에 책임이 있는 복지대대장 등은 고인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강 하사는 지난 2016년 항공과학고등학교 49기에 지원했지만 2차 전형에서 불합격했다. 다니던 중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에 응시, 재수를 해서 2018년에 항과고 50기로 입학하고 2021년에 졸업, 그해 4월 20비로 첫 자대배치를 받았다.

    임관 첫해에는 독신자 숙소에 살다가 아파트 관사 입주를 신청했고, 올해 1월에 입주하게 됐다. 이 곳은 고 이예람 중사 남편 김모 중사가 쓰던 관사로, 지난해 5월 21일 이 중사가 생을 마감한 바로 그곳이기도 하다.

    이 관사는 부대 간부들이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아 비어 있다가 강 하사가 입주하게 됐다. 부대 측은 강 하사에게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숨진 곳이라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강 하사는 올해 4월 김 중사 앞으로 온 우편물을 우연히 보고 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공포감을 호소하는 등 불안해했다고 한다.

    강 하사 아버지 강씨는 "주변인들의 공통된 증언은 4월쯤부터 말수도 적고 우울해 보였다는 것인데, 관사의 내막을 알게 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며 "이예람 중사가 사망했을 때 찍은 영상을 보았는데, 거기에 나오는 방 안 모습이 딸이 지내던 방 모습과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육군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창고 또는 휴게실로 쓰거나 5년 이상 비워 둔다고 들었는데, 공군이 왜 그랬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며 "책임자인 20전투비행단장이나 복지대대 관련자는 국군수도병원에 있는 고인을 찾아 사죄라도 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관사는 복지대대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문자메시지 기록을 보면, 유족은 박기완 20전투비행단장에게 복지대대장 이하 관련자들의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그들이 조문을 오라고 요구했다. 박 단장은 "관사 배정과 관련해 위법성 여부를 조사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면서도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유족이 따져 묻자 박 단장은 "업무를 담당했던 인원이 원치 않아 강제할 수 없고, 명령과 지시는 규정에 맞는 공적 업무에 한한다"며 "공적인 업무는 규정에 의거 본인들이 반드시 해야 될 업무를 말하며, 그게 아니면 사적인 지시가 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유족이 "내가 비행단장이고 현명하고 존경받을 장군이라면 '너희가 잘못한 부분으로 사건이 났고 유족의 상처가 깊으니 인간된 도리로써 남자답게, 한 대 맞더라도 가서 한 번 사죄라도 하고 와라'라고 하겠다"고 말하자, 박 단장은 "복지대대 담당자들에게 한 번 더 이야기해보겠다"고 하더니 이후 "여전히 본인들은 원하지 않고 있다. 죄송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군은 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단장의 발언은 사적인 일이라서 조문을 보낼 수 없다기보다는, '강제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는 뜻에 가깝다. 당연히 부대에서는 조문을 가라고 권유했었고 자발적으로 조문을 가는 장병들도 많다"며 "다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세심하게, 유족의 입장을 배려해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강 하사가 숨진 뒤에도 유족에게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숨진 그 곳이라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 유족이 이를 알게 된 것은 강 하사가 숨진 뒤, 현관문에 붙어 있던 전단지 뒤에서 남편 김 중사가 숙소에 없어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고지서를 발견하게 되면서다.

    8시간 동안 '그대로' 있던 강 하사 시신…"훈령에 의해 현장 보존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강 하사 사망 사건 관련 내부 문건.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강 하사 사망 사건 관련 내부 문건.
    강 하사의 시신은 7월 19일 오전 8시쯤, 관사를 찾아온 같은 부대 간부들에 의해 발견됐다. 그런데 공군은 그날 오후 4시가 넘어 유족이 현장에 들어가 이 장면을 보고 항의할 때까지 이 시신을 그대로 두었다. 다시 말해 8시간 동안 고인의 시신이 계속 사건 현장에 매달려 있었다는 뜻이다.

    취재진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19일 오전 7시 56분쯤 고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동료가 깨우기 위해 관사로 찾아갔고, 지휘통제실에 전화로 신고했다. 이어 8시 4분 고인이 소속돼 있던 부품정비대대 간부 2명이 현장에 도착해 숨져 있는 강 하사를 발견했고, 13분 뒤인 8시 17분 군사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현장 보존이 시작됐다.

    전화를 받고 강 하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족은 오전 11시 40분쯤 부대에 도착했다. 하지만 현장감식이 늦어져 오후 4시 55분쯤에 시작됐고, 직후 유족은 강 하사의 시신이 사건 현장에 오전부터 발견된 상태 그대로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런 상황을 발견하게 됐을 경우, 고인을 끌어내려 인공호흡을 하는 등 구명 시도를 한 뒤 의사(군의관 포함)가 사망선고를 하고 현장 보존을 하는 쪽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유족의 주장대로라면 공군은 시신을 8시간 넘게 발견된 상태 그대로 두었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러 군 관계자들은 "시신을 발견했을 경우 상식적으로는 구호 조치를 해야겠지만, 시신에 손을 대면 추후 타살 의혹 등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며 "숨이 붙어 있어 살릴 수 있으면 그래야겠지만, 숨졌다고 판단된다면 시신에 손을 대지 말고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공군은 "부대관리훈령(265조 등)에 의해 수사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해야 하고, 수사관 또한 (감식)인력이 올 때까지 그렇게 해야 한다"며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과 군인권센터 측에서 현장에 오고 난 뒤에 감식을 시작하게 됐고, 이는 유족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인권센터가 7월 27일 기자회견 당시 밝혔던 내용과 들어맞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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