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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 '영어' 내세우는 지자체…시민들 반발 왜?[이슈시개]



전국일반

    '글로벌'에 '영어' 내세우는 지자체…시민들 반발 왜?[이슈시개]

    핵심요약

    부산의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제주의 '글로벌 마이스터 제주평생교육 타운 조성'. 글로벌을 표방한 이 지자체 사업들에는 각각 '영어상용화'와 '영어공용화' 계획이 포함돼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 이유와 함께 비슷한 정부·지자체 사업들이 그동안 어떻게 됐는지 짚어봤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9일 시청서 열린 제2차 부산미래혁신회의에서 영어상용도시 추진전략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9일 시청서 열린 제2차 부산미래혁신회의에서 영어상용도시 추진전략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제공 
    부산시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영어상용도시' 조성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영어상용도시는 영어로 소통이 원활한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기관에서 외국어 서비스가 불편 없이 제공되는 곳을 가리킨다. 앞서 박 시장은 "부산에서 자라면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는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 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9월 중 용역에 착수한다.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이 지난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경 기자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이 지난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상용도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경 기자
    그러나 지난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국어단체 76곳과 부산지역 시민단체 34곳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단위의 '부산 영어상용도시 정책 반대 국민연합(이하 국민연합)'을 출범했다. 이들은 예산 낭비, 시민 불편, 문화 혼란을 초래한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연합 측은 부산시가 추진하려는 영어마을과 국제학교에 대해서도 "실패한 사업을 답습해 예산을 낭비하고 영어 사교육 부담을 키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영어 쓴다고 도시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한글이 있는데 공문서에 영어를 쓸 필요 없다" 등 영어 상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젊은 사람들 떠나지 않을 복지부터 챙겨야 한다" 등 부산의 청년인구 유출 해결이 정책 우선순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후보 당시 부산시의회에서 영어상용도시 정책 공약을 발표한 모습. 박중석 기자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후보 당시 부산시의회에서 영어상용도시 정책 공약을 발표한 모습. 박중석 기자
    영어를 화두로 한 정책사업은 여러 전례가 있다. 지난 2001년에는 제주에서 국제자유도시 추진과 맞물려 '영어 제2공용어화'가 추진됐지만, 새천년민주당 제주자유도시정책기획단은 문화관광부와 한글 단체들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37개 사회단체와 정당이 지난해 6월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가 열린 제주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자유도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인 기자제주참여환경연대 등 37개 사회단체와 정당이 지난해 6월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가 열린 제주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자유도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인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전략 및 마스터플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내에 관련 교육시설 건립과 함께 각종 공문서와 공공 표지판 등에 한국어와 함께 영어를 병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자유도시화와 영어 공용화는 별개의 문제이며, 또 상당수 제주도민이 영어에 앞서 표준어인 서울말을 익히는 일도 버거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07년 7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의뢰로 국토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간한 '제주 영어전용타운 조성을 위한 사전조사 연구' 보고서 중 일부. 보고서 캡처지난 2007년 7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의뢰로 국토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간한 '제주 영어전용타운 조성을 위한 사전조사 연구' 보고서 중 일부. 보고서 캡처
    과거 제주에서는 공용화 방안이 흐지부지됐지만, 영어 열풍은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영어 사교육비 부담 축소와 해외어학연수 대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배경으로 영어마을이 생겨났다. 2004년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를 시작으로, 한때 영어체험학습관, 국제화센터 등 유사시설까지 전국 50여 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 22개소 영어마을 가운데 수익액 적자인 곳이 총 10개소로 조사된 바 있다.
     
    2005년에는 정부까지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제특구 및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어와 국사도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며 '영어공교육 강화'를 대선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정부 출범 이후 '영어 몰입교육'이 여론의 역풍을 맞자 전면 백지화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 현장에서 선제 도입해 일반 과목까지 영어로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제주에서 '영어공용화'는 도돌이표 정책이 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제주도가 마련한 '제주 미래과제와 추진전략'을 보면 '글로벌 마이스터 제주평생교육 타운 조성'이 핵심과제로 포함됐다. 사업비 1조 원을 들여 주거 공간을 만든 뒤 전 세계 장인과 교육기관을 입주시킨다는 내용인데, 이곳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20여년 전 사실상 폐기된 영어 공용화가 다시 거론됐다는 점, 해당 사업 추진안이 주민 여론 수렴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데서도 불거졌다.
     
    제주도는 이미 영어교육도시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사업의 하나인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서귀포시 일원에 조성돼 4개 국제학교를 유치, 현재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 6월 교육감선거에서 후보자간 국제학교 추가 설립을 두고 찬반이 나뉘었고,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당초 7개를 목표로 했으니 추가 설립돼야 한다는 쪽과 환경 훼손, 기존 학교의 질적 성장 우선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쪽으로 갈렸다.


    제주지역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제주지역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3월 제주지역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도 추가 국제학교 설립 찬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국제학교는 귀족학교"라며 "심각한 교육 불평등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을 표방하며 영어 상용화와 공용화 계획을 포함한 지자체 사업들, 하지만 각양각색의 이유로 논란에 휩싸이며 현실화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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