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한국 전기차 산업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RA가 한미 FTA나 WTO 규정을 위반했냐고 묻자 "위반 소지가 높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서명해 시행에 들어간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이오닉 5나 EV6 등 현대차그룹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하더라도 배터리에 중국 광물이나 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것 역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국내 전기차는 배터리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어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장관은 "한미 FTA 규정상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두 개를 잘 비교해 봐야겠지만 WTO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이나 EU(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상황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독일 등 EU도 중간선거까지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중간선거 전까지 물밑작업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협상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IRA의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한미 FTA의 비차별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본부장은 이달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논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관계자들과 면담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IRA와 관련해 미국에서 사전 정보나 통보를 받은 것이 있는지 물자 "공식적으로 그런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산자중기위는 이날 안 본부장에게 IPEF 관련 협상 추진 계획을 보고받으며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안 본부장은"IPEF 참가국들이 대부분 중국과 통상 관계가 깊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제네바 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조만간 장관급 한중 통상 협의체가 발족될 계획이다. 한중 관계를 안정화하는 장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