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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육원 나간 그 형은 교도소, 나도 노숙생활…"



사회 일반

    [인터뷰]"보육원 나간 그 형은 교도소, 나도 노숙생활…"

    자립청년 돕는 '브라더스키퍼' 김성민대표
    3살에 보육원 입소해 18살에 퇴소 경험
    자립청년에게 필요한건 '사회적 부모'
    경제적 어려움에 사채쓰다 빚더미 사례도
    보육원 실태조사…가정위탁 활성화 필요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며칠 전에 가슴 아픈 소식 하나가 보도가 됐어요. 올해 갓 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A 군이 캠퍼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거든요. 보육원에서 자란 18살 A 군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첫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이런 선택을 한 겁니다. A 군이 남긴 쪽지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해요. 처음 사회에 나온 A 군이 느꼈을 두려움, 외로움 이런 걸 생각하면서 많은 분들이 같이 가슴 아파하고 계시는데요. 보육원에서 자란 후에 자립을 하게 되는 그 청년들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분도 역시 보육원에서 자란 후에 자립하신 분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자립 준비 청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 대표님.
     
    ◆ 김성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리 김 대표님은 그러면 언제 보육원에서 나와서 자립하신 거예요?
     
    ◆ 김성민> 네, 저는 세 살에 보육원에 입소를 했고요. 저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모두 보육원에서 만들어 주셨어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보육원을 퇴소하게 됐고. 지금은 퇴소한 지 18년이 되었습니다.
     
    ◇ 김현정> 18년 전에. 그 이틀 전 A 군 소식 들으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 마음 아파했는데 대표님은 어떠셨어요, 듣고.
     
    ◆ 김성민>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사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또 먹먹해지기도 해요. 그런데 그러면서 제가 살아온 삶들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또 제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될지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번에 이렇게 사건이 기사로 나왔잖아요. 그런데 저에게는 사실 이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사실 저한테는 일주일에 한두 건 정도 삶을 포기하거나 삶을 포기하기를 시도한 친구들의 연락이 와요.
     
    ◇ 김현정> 한 주요?
     
    ◆ 김성민> 그렇죠.
     
    ◇ 김현정> 한 주에 한두 건이요?
     
    ◆ 김성민> 한 주입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하냐면 제가 모든 자립 준비 청년들을 알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주에 한두 건이라면 이건 정말 적은 숫자는 아니거든요.
     ◇ 김현정> 뭐라고 하면서 연락을 합니까, 그 청년들이?
     
    ◆ 김성민> 일단 자살을 시도한 친구들은 스스로 직접 연락이 오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연락이 오죠. 그래서 병원에 찾아가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목을 그은 상태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워낙 18년 동안 봐온 모습들이니까 익숙해질 법도 한데 사실 익숙해질 종류의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때마다 아이들의 그 손목들을 보면서 같이 아려오기도 하고요. 더 안타까운 건 이렇게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의료보험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자해를 해서 옮겨오는.
     
    ◆ 김성민> 그렇죠. 그리고 어떤 복지재단에서도 이런 것들을 지원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빚으로 또 남아 있어서.. 살아가는 삶이 죽는 것보다 괴로워서 그걸 선택했는데 살아버리니 또 이런 빚이 또 남아버려서 이런 악순환들이 계속해서 반복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건 도대체 어떤 부분일까, 물론 살아가는 게 다 쉽지 않죠. 쉽지 않지만 특별히 이 젊은이들에게 이 친구들에게 힘든 건 뭐예요?
     
    ◆ 김성민> 제가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다르듯이 이름에, 이름이 다르듯이 아이들의 필요도 모두 다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부족한 게 하나가 있거든요. 그건 동일한데요. 바로 부모의 부재인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모든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되는 자립 준비 청년이 되었을 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아이들을 위로해주고 또 인정해주고 아이들의 삶을 기대주는 그런 어른이 정말 필요한데 주위에 그런 어른들이 없다 보니까 아이들은 세상에 홀로 버려졌다고 생각하잖아요.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면 부모로부터 보육원에 버려졌다고 생각하고요. 이 시설로부터 사회로 다시 한 번 버려졌다는 생각들을 하게 돼요. 그러면 사회로 나왔을 때 홀로 있다라는 그 두려움, 외로움들이 훨씬 크겠죠.
     
    ◇ 김현정> 아니, 우리 김 대표님이 18년 전에 보육원에서 나와야만 하는 거잖아요. 나이가 있는 거죠. 계속 저 살래요, 이게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나올 때 그때 심정은 어떠셨어요. 본인 얘기를 좀 해주시죠.
     
    ◆ 김성민> 저 또한 마찬가지로 사실 보육원을 빨리 나가고 싶었죠. 왜냐하면 이 보육원은 너무 지옥과 같은 공간이었으니까요.
     
    ◇ 김현정> 왜요?
     
    ◆ 김성민> 매일 맞고 매일 굶었던 게 일상이었어요. 18년 전에는 그게 자연스러운 문화였고요. 그래서 보육원을 퇴소하는 날을 정말 꿈과 같이 기다렸는데 퇴소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너무 두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는 먼저 퇴소한 선배들의 소식을 매일매일 들었었거든요. 어떤 선배는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선배는 경찰서에 잡혀갔대, 또 어떤 누나는 성매매를 하고 있대, 이런 소식들이 매일매일 들려오다 보니 나도 퇴소를 하면 저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두려움으로 그날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나가고 싶은데 또 나가려고 하니까 두려운 그 상황, 그런 아주 굉장히 이중적인 심리가 솔직한 심리였다는 말씀.
     
    ◆ 김성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요. 저도 사실 보육원을 퇴소하고 나서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었어요.
     
    ◇ 김현정> 제가 여기서 궁금한 게 여러분, 지금 복지부 통계를 보니까요. 지난해 보호 대상 아동 숫자는 2만 4천 명입니다. 다시 말해서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가 2만 4천여 명. 그런데 사회로 나오는 자립 준비 청년은 매년 2500명에서 2700명가량인데 몇 살까지 보호 대상이 되는 거고 그다음에 나갈 때는 이들에게 어떤 준비를 시켜서 내보내는가. 이 제도가 궁금해요. 어떻게 돼 있습니까?
     
    ◆ 김성민> 예전에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런 제도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아이들이 선택만 한다면 24세까지 연장을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선택 가능.
     
    ◆ 김성민> 맞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생활비라든지 이런 안정 자금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자립 수당이라고 매월 35만 원씩 5년 동안 주어집니다.
     
    ◇ 김현정> 5년간 매월 35만 원.
     
    ◆ 김성민> 그리고 자립 정착금이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500만 원 정도가 지원됩니다. 그래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비용인 거죠. 그리고 CDA 통장이라고 있는데요. 후원자가 5만 원을 후원해 주시면 국가에서 10만 원을 매칭해 줍니다. 이걸 매달 쌓아가서 정말 많은 친구는 1천만 원까지 그 CDA 통장을 통해서 그 비용을 받아서 사회에 나올 수 있습니다.
     
    ◇ 김현정> 후원자가 10명 있으면.
     
    ◆ 김성민> 아닙니다. 그거는 1대1로 매칭이 가능하고요.
     
    ◇ 김현정> 한 명만 돼요?
     
    ◆ 김성민>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그런데 언뜻 들으면 500만 원. 꽤 많이 주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여러분 아무것도 없는 혈혈단신 상태에서 500만 원 딱 주면 어디서 어떻게 살지 이거 넉넉한 금액 아니잖아요.
     
    ◆ 김성민> 사회에서 자립 준비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 짧은 시간을 좀 설명해 드리면 2019년도에 김정숙 여사님께서 자립 준비 청년을 청와대에 초청해 주시면서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언론이 관심을 가지다 보니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또 이런 관심들이 사회의 관심으로 이어졌거든요. 이후에 국회에서 이런 지원 제도와 법안들이 만들어졌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거군요.
     
    ◆ 김성민> 그래서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지원 제도는 시작입니다. 그래서 다른 취약계층과 비교해 보아도 사실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아직 더 많은 것들이 만들어져야 되고 더 많은 것들이 개선되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안타까운 사례들도 많이 접하셨을 텐데 개별 사례는 다 다르겠지만 특히 좀 기억에 남는 청년, 젊은이, 어떤.
     
    ◆ 김성민> 어떤 한 사람을 지칭하기는 조심스럽고 저희가 코로나 시대에, 작년 경험이에요. 일주일에 제가 다섯 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 건의 전화를 받았을 때의 공통점이 있어요. 첫 번째는 모두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두 번째는 모두 자살을 시도했다. 세 번째는 모두 자립 준비 청년이었다. 이게 시간대는 모두 달랐습니다. 새벽일 때도 있었고요. 오전일 때도 있었고 늦은 저녁일 때도 있었는데 병원에 찾아가 보면 아이들이 손목에 붕대를 심하게 감고 있죠. 그리고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아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또 사는 것이 왜 죽는 것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는지.
     ◇ 김현정>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가 결국 그런 선택까지 하게 된 거예요.
     
    ◆ 김성민> 한 친구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 친구는 빚이 한 2억 원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사실 거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보시면 돼요.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긴급 자금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때 아이들이 손을 벌릴 곳이 없습니다.
     
    ◇ 김현정> 아무도 없죠. 친척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 김성민> 그때 아이들이 사용하는 게 사채입니다. 사채에 한 번 손을 대게 되면 끊임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고.
     
    ◇ 김현정> 제가 사실은 지금 2억 원을, 뭐에다가 2억 원씩 필요했어요 했는데 사채 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군요.
     
    ◆ 김성민> 그렇죠, 맞습니다. 그렇게 가난의 악순환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거죠. 그리고 결국 그것을 자기가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이 되고 이것을 갚을 수 없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사실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없기도 하고 또 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다고 생각이 되어지기 때문에 그런 선택들을.
     
    ◇ 김현정> 사실은 취업이 되게 중요한 거잖아요.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누구나. 그런데 보육원에서 나온 청년들한테 일자리가 더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더 안 주어지는 게 있는 거죠. 가뜩이나 취직 어려운데 지금.
     
    ◆ 김성민> 사실 그런 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잖아요.
     
    ◇ 김현정> 사익 추구.
     
    ◆ 김성민> 그렇죠. 그러다 보니 더 뛰어나고 또 똑똑한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잘 준비된 친구들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 서류에서부터 계속해서 탈락하는 거죠.
     
    ◇ 김현정> 자, 여러분, 이 정도 설명 들어도 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뭔가, 어떤 상황인가 느낌이 오실 텐데요. 한 1분 정도 남았습니다.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 또 브라더스키퍼에서는 또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 좀 들어보고 싶어요.
     
    ◆ 김성민> 지금 1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브라더스키퍼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 드리는 것보다 제가 사회에서 좀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아이들이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시잖아요. 그 부분도 너무너무 감사한데 저는 이제는 우리 국가가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돌아봐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아이들에게 그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선생님들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심리 상태로 어떠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계시는지 우리 선생님들을 좀 돌아봐 주셨으면.
     
    ◇ 김현정> 일단 실태 조사 좀 해 달라 그 말씀이죠.
     
    ◆ 김성민> 그래서 선생님들의 처우 개선이라든지 이런 심리적인 상황들을 좀 점검해 주셔서 아이들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 김현정> 일단 보육원에서부터 좀 어떻게 이 아이들이 키워지고 있는지를 봐달라는 말씀이고.
     
    ◆ 김성민> 맞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먼저 점검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이 보육원은 최후의 보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가정이 없었을 때 가정이 붕괴되었을 때 최선택지가 보육원이 아니라, 보육원은 최후의 보루가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 가정위탁이라는 제도가 많아지고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가정 위탁에 대해서 알아주시고 그 가정 위탁을 신청해 주시고 그래서 아이들을 그렇게 좀 맡겨주셔서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좀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굉장히 근본적인 이야기 지적해 주셨어요. 김 대표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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