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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 말해야 하는 이유 3가지"

사회 일반

    "'극단적 선택' 대신 '자살'이라 말해야 하는 이유 3가지"

    美, 정신과적 도움 필요시 응급실 방문
    '극단적 선택' 말고 자살을 '자살'로 불러야
    다른 용어 사용? 자살 예방 근거 없어
    자살, 선택지 중 하나로 받아들여선 안 돼
    펠프스·드웨인 존슨처럼 정신건강 침묵 깨야
    '지금 내 마음 어떻지?' 감정 읽는 연습 필요
    헬스 다니듯 정신건강서비스 이용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종호(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자살을 두고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지 말자, 자살을 피하기 위한 그 단어가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눈에 띄는 전문가 의견이 하나 나왔습니다. 누구의 말인고 하니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그리고 뉴욕대 정신과 레지던트를 거쳐서 현재는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종호 교수의 말입니다. 이분은 그동안 조현병, 알코올중독, 노숙자, 싱글맘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치료하고 경험을 쌓아왔는데요. 이번에 그 경험을 모아서 책을 펴냈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이라는 책을 펴낸 예일대 나종호 교수 직접 만나보죠. 나종호 교수님 안녕하세요.

    ◆ 나종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쭉 자료를 보다 보니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세요. 문과인 심리학과에서 공부를 하시다가 전공을 바꿔서 의사가 되신 게 맞습니까?

    ◆ 나종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굉장히 흔치 않은 경우인데 어떤 계기였을까요.

    ◆ 나종호> 학부 때부터 정신건강,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군대에 있을 때 주변에서 지인들을 잃었어요. 자살로 잃고 또 연예인들의 수많은 죽음을 기사로 접하면서 막연하게 지금 생각하면 약간 어린 마음에 정말 막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살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직업이 뭘까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하다가 정신과 의사가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학전문 대학원에 뒤늦게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의사가 되신 케이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이력이 뭐냐 하면 뉴욕의 여러 병원 응급실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를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응급실하면 어디 찢어지고 갑자기 부러지고 갑자기 통증이 어디 오고 이럴 때 간다고 생각을 하니까 정신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근무하신다, 이거는 바로 연결이 안 되는데 어떻습니까?

    ◆ 나종호> 네, 사실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자살 생각도 마찬가지고 또 정신과적인 응급 상황이 있을 때 병원 응급실에 가는 게 당연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있어요. 어떤 신체적 그런 응급 상황들 있잖아요. 그러니까 심장병이나 뇌출혈 같은 질환들이 의학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나종호> 그것처럼 정신적 응급상황들도 정신 의학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시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쉬우실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얘기는 그러면 내가 죽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응급실로 달려갈 수 있다는 거예요?

    ◆ 나종호> 그렇죠. 심각한 경우. 약간 멈추지 않는 경우 그리고 안전이 걱정되는 경우. 사실 제가 주로 응급실에서 밤 근무를 많이 해요. 정신과 레지던트들이. 그런데 그럴 때 응급실 전체 환자의 10%가 넘는 환자들이 정말 몸에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의 문제, 정신질환 때문에 오신 분들로 찼던 적도 있었어요.

    ◇ 김현정> 몇 분 동안 인터뷰를 하시면서 자살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계속 쓴 게 몇 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보도 준칙이라는 게 있어요. 보도 준칙이라는 것에서 자살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극단적 선택이라고 좀 돌려서 표현해라. 왜 그러냐면 자살이라는 말을 계속 쓰면 그게 정말로 베르테르효과라고 모방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이런 보도 준칙, 권고, 이런 게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보다 차라리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낫다 이렇게 책에다 쓰셨더라고요.


    ◆ 나종호> 제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 자체인데요. 우리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체감상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이 용어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원래 취지가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모방도 생길 수 있고 더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쓰지 말자는 거였는데 이제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거의 동의어로 쓰이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쓰면 자살을 생각하지 다른 걸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 나종호> 그렇다면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느냐. 예를 들어서 조금 생각을 해 봐야 되는데 어떤 나라에서도, 또 어떤 연구에서도 자살 대신에 다른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자살을 줄이거나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독일이나 어떤 나라든 지금 다 중립적인 용어, 자살을 자살로 부르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극단적 선택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을 때 득은 없는데 실은 있다는 얘기인가요? 부작용은 있다는 얘기인가요?

    ◆ 나종호> 그렇죠. 이게 사망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게도 낙인이 되기 때문이에요. 유가족들이 실제로 연구결과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라고 묻는 거라고 해요.

    ◇ 김현정> 그 선택을 그리고 너는 왜 못 막았느냐, 이렇게까지 되는 거군요.

    ◆ 나종호> 그렇죠. 그러니까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힘든 유족들한테 또 다른 죄책감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또 그 중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떤 고인이나 유족에 대한 낙인이 자살의 고위험군인 사람들 그러니까 자살 생각에 시달리거나 지금 현재 시달리고 있거나 과거에 시도를 한 적이 있는 분들 있잖아요. 그분들을 우리가 자살의 고위험군이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도움을 청하는 것을 막아요. 이런 정신건강서비스를 공개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자살을 예방할 수가 있는데 자꾸 숨기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상담하러 가고 정신과 가는 거에 대해서 꺼리게 된다.

    ◆ 나종호> 그렇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 보도 원칙 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게 자살을 마치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하나의 가능성처럼 보도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그 용어 자체에 자살이 마치 힘든 상황에서 선택지의 하나인 것을 이미 말 그대로 내포하고 있잖아요.

    ◇ 김현정> 오히려 자극이 되네요.

    ◆ 나종호> 그렇죠. 그래서 이거와 관련해서 굉장히 의미있는 최근 연구가 있어요. 실제로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인데요. 자살을 다른 용어로 표현을 해 본 거예요. 그래서 자유사라고 해서 개인의 의지를 약간 중요시하는 느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선택하고 비슷한 느낌이죠.

    ◇ 김현정> 그러네요.

    ◆ 나종호> 그리고 두 번째는 중립적인 용어. 우리가 쓰는 자살과 같은. 그래서 그다음에 같은 신문기사를 주고 이 용어들만 바꿔서 사람들한테 읽어보라고 그런 거예요. 그런 다음에 질문을 해서 물어보니까 결과가 개인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용어를 접한 사람들은 자살을 오히려 지지하는 태도, 그러니까 가능한 옵션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요. 궁금했어요. 이거를 우리가 왜 쓰는 걸까. 이 용어를. 그래서 저는 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어찌 보면 문제를 우리가 직면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피하고 싶은 우리 사회 방어기제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럴 수도 있네요.

    ◆ 나종호> 유교 문화권이나 동아시아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나종호>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우리가 자살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고 또 자살이라는 명백히 존재하는 공중보건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더 큰 짐을 부여한다면 이 용어를 우리가 왜 사용하는 걸까 한번 좀 생각을 해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인지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자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상태이고 외면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마치 할 수 있는,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 하나이자 용기가 있어서 마치 그렇게 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가 그리고 세계에서 자살률 1위거든요. 압도적인 1위. 이것에 대해 사회가 숨기고 싶어하는 건 아닌가, 피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굉장히 날카롭게 지적을 해 주셨어요.

    ◆ 나종호> 제가 오늘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담스러우실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건 사실 평소 제 소신을 이야기한 거고요. 저의 책은 사실 굉장히 따뜻하고 편하게 읽으실 수 있는 내용이에요.

    ◇ 김현정> 우리나라가 진짜 자살률 1위인데 생각해 보면 우울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앓을 수도 있고 또 어찌 하다 보면 알코올 중독이 될 수도 있고 원치 않지만 조현병일 수도 있는 건데 거기에 대해서 상담을 꺼려하고 치료 꺼려하고 내 가족을 숨기고 싶고 이런 분위기들이 만연한 것도 문제예요. 그런데 교수님은 스스로 나도 우울증을 겪었었다 이렇게 밝히셨네요.

    ◆ 나종호> 네. 아까 말씀하셨듯이 제가 원래 문과인 심리학과 출신이고 또 군대도 다녀오고 공부를 하다 보니까 되게 늦깎이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의과대학 다닐 당시에 굉장히 힘들었고 그래서 지독한 우울감에 시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들고 막 불안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그런 나날들이 반복됐었는데요. 그런데 제 과거를 막 자랑스럽다거나 뭐 전리품처럼 그렇게 여겨서 나누는 건 아니고요. 실제로 미국에서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 아시죠? 그리고 헐리우드 액션배우인 드웨인 존슨 그리고 많은 유명인들이 본인의 정신건강 문제, 특히 우울증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고백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까 베르테르효과에 대해서 좀 말씀을 하셨는데 그 반대편에 파파게노 효과라는 게 있어요.

    ◇ 김현정> 파파게노 효과요?

    ◆ 나종호> 네. 파파게노라고 해서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나오는 파파게노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그 마술피리에서 파파게노가 연인을 잃고 자살을 생각하지만 극중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런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게 돼요. 그래서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이제 예방하는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그런 거고요. 어떤 최근의 연구들에 주목하는 건 우리가 항상 음지에서만 이런 대화들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런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 자살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그 침묵을 깨는 것에 굉장히 좀 집중을 많이 해요. 그래서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파파게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게 아무데에서나 이런 민감한 이야기들을 막 하라는 게 아니라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이야기를 자주 다루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과거에 어떤 자살 생각에 시달렸거나 어떤 시도를 한 적이 있는 당사자들, 그리고 유가족들. 이분들이 어떻게 이걸 극복하고 어떻게 힐링을 하고 또 현재 어떻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하거나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언론의 역할은 아마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을 해요. 선택지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들이 많거든요. 그런 분들한테 더 좋은 대안을 주는 것. 그래서 그런 취지로 저도 경험들을 좀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모방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모방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숨기지 말고 나는 이렇게 극복했습니다. 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에요. 좋은 말씀입니다. 뉴욕의 정신과의사 나종호 교수님, 끝으로 지금 어디 말도 못 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데 어디다 이거 병원으로 가기도 좀 그렇고 남의 눈도 신경쓰이고 이런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청취자 가운데. 한 말씀 조언을 해 주시겠어요?

    ◆ 나종호> '지금 내 마음 어떻지?'라고 꼭 물어봐주세요. 사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자기의 감정을 읽는데 서툴러요. 저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사실 그런 질문을 자주하지는 않잖아요. 스스로의 그러한 감정을 알아차리는데에서 모든 정신건강이 시작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홀로 어떤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 혼자가 아니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본인이 힘들고, 힘든 거 인정하고 도움 청하는 게 약한 게 아니라 어떤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신경쓰고 관리 받는 것도 자기 관리의 일환이에요. 우리가 헬스 다니고 PT 받고 이런 것처럼요. 그리고 주변에 친구나 지인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실 PT 받는 사람들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잖아요. 그렇게 자기관리 잘하는 분이라고 그렇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신건강 서비스 문턱이 굉장히 높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문턱 너머에 여러분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주는 전문가가 있을 거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오늘 저도 한번 내 마음 어떻지 나한테 질문 한번 던져봐야겠어요.

    ◆ 나종호> 한번 물어봐 주세요. 저희가 한 번도 그런 질문 한 적이 없잖아요. 그렇게 해보면 거기에서 많은 새로운 깨달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우리 정신건강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오늘 제공해 주시는 분이었어요. 나종호 교수님 오늘 귀한 시간 대단히 고맙습니다.

    ◆ 나종호> 네, 오늘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뉴욕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펴내신 분이세요.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나종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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